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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뉴스

코로나 끝나도 재택근무…오피스시장 이대로 무너지나

벌써 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 두 달째다. 얼마 전 필요한 물건이 있어 사무실에 잠시 들렀다. 동료들로 꽉 차 있어야 할 사무실이 텅 비었다. 생경한 풍경. 오래 있을 수 없었다. 바로 물건을 챙기고, 손 소독제로 손을 씻고 회사를 나왔다. 현재 미국 과반수 회사들이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다. 지난 두 달여 동안 미국 직장인의 약 62 %가 집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2019년 12월 1000만명이였던 월별 줌(zoom) 화상회의 이용자가 올 4월 3억명으로 30배 늘었다. 미국인들이 집에서 일하고 있다. 대도시의 경우 병원, 통신, 교통, 식료품점 등 필수 사업장을 제외하곤 대부분 오피스가 비어있다.
 
[땅집고] 코로나 사태 이후 줌을 통한 화상회의 이용자가 30배 이상 늘었다. /줌

■팬더믹이 불러온 재택 근무 바람

상업용 부동산 관계자로 불안한 마음이 든다. 바로 오피스 수요에 대한 걱정. 부정적 뉴스들이 넘쳐난다. 현재 코로나 영향이 가장 큰 뉴욕의 경우 지난 1분기 신규 임대가 2009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재택 근무를 확대하겠다는 회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트위터는 최근 원하는 직원은 영구히 재택근무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구글도 코로나로 인한 이동 제한이 풀린 뒤에도 원격근무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며 근무 형태에 대한 근본적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도 올해 말까지 재택근무를 허용할 계획이다. 최근 질로우(Zillow)의 설문조사 결과 재택근무 중인 미국인의 약 75%는 팬더믹 이후에도 적어도 업무 시간의 반 이상은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설문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약 절반이 재택근무를 위해 임금 삭감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조심스레 팬더믹 이후 중단기적으로 오피스 수요가 줄어들 거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많은 회사들이 장기적으로 오피스 공간을 줄이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홈오피스 모두에게 이상적이지 않아

 
[땅집고] 코로나 팬더믹 이후 미국 기업의 절반 이상이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은 홈오피스에서 일하는 직장인. /코스터퍼니처

재택근무, 현재로선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윈윈(win-win)으로 보인다. 회사는 오피스 임대료를 줄일 수 있고, 직원들은 통근시간 교통 혼잡을 피하고 일과 개인 생활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존재다. 벌써 자가 격리로 정신 건강의 위험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건강과 사회적 행동 저널(Journal of Health and Social Behavior)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회적 관계의 양과 질 모두가 정신 건강과 건강 행동, 신체 건강, 사망 위험 등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연구 결과들은 팬더믹 이전 사무 공간에 잘 적용돼 왔다. 소통하기 좋은 넓은 오픈 사무 공간을 갖추고 요가나 피트니스 클래스, 소셜네트워크 이벤트 등을 제공하는 오피스 인기가 높았다. 팬더믹 이후에 이런 장점들을 모두 버릴 수는 없다.

홈오피스가 모든 사람들에게 이상적이지 않다. 스탠퍼드 경제학인 니콜라스 볼룸은 “많은 사람들이 집에 충분한 사무 공간을 갖고 있지 않다”며 “침실이나 가족이 다 함께 쓰는 공유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다”고 밝혔다. 또 애완동물이나 아이들, 배우자 등 업무 방해요인도 많다. 이는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진다. 어터니티(Alternity)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직장인들의 생산성은 팬더믹이 시작되고 재택근무가 늘면서 2020년 3월에 7.2% 감소했다.

■사무공간 변화 불가피

 
[땅집고] 쿠시먼앤웨이크필드가 선보인 '6피트 사무실'. /쿠시맨앤웨이크필드

오피스가 꼭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팬더믹 이후 사무 공간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쿠시먼앤웨이크필드(Cushman & Wakefield)의 네덜란드 지점은 발 빠르게 ‘6피트(2m) 오피스’라는 콘셉트를 내놨다. 모든 직원이 사회적 거리두기 최소 거리인 6피트를 유지하며 일할 수 있게 사무실 공간을 재배치한 것이다. 이처럼 많은 컨설팅 회사와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들이 팬더믹 이후 오피스 공간의 변화를 연구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전혀 없는 오피스 환경은 불가능하다. 위험을 'O'으로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직원들이 안전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 건강하게 정비된 사무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여러 사무실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들은 사무실 공간의 필요한 변화로 한 방향 이동이 가능한 넓은 복도, 공기 정화시설, 터치리스 환경, 항균 자재,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모이는 것을 피한 사무실 내 화상회의 시스템 구축 등을 꼽고 있다. 밤새 사무 공간을 소독할 수 있는 UV 조명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의 경우 화장실 세면대 사이에 플렉시 유리 칸막이도 설치할 계획이다.

■1990년대 오피스로 회귀

 
[땅집고] 수많은 기업 사무실이 밀집한 뉴욕 시내. /위키피디아

책상 위의 자리 주인을 알리는 가족 사진이나 개인 소지품도 사라질지 모른다. 청소회사 직원이 소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990년대 사무 공간으로 회귀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당시 사무 공간의 테마는 프라이버시(privacy). 이 프라이버시를 지키던 책상 사이의 높은 칸막이가 다시 등장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직원 한 명이 필요한 사무 공간이 더 커질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포브스의 한 기고가는 팬더믹 이후 부동산 투자 원칙이 바뀔 것이라고 예견했다. 상업 부동산의 전통적 세 가지 골든룰은 위치(location), 위치, 위치다. 하지만 이것이 팬더믹 이후 커뮤니티와 편리성(community and conveniente), 생산성(productivity), 웰빙(well-being)으로 바뀔 것이라는 의미다. 집과 가까운 편리성, 생산성과 안정감을 높이는 인테리어, 바이러스 환경 아래 건강을 고려한 웰빙, 고개가 끄덕여진다. 일을 위해서는 물리적 공간이 필요하고, 사람들은 항상 직접 대면을 선호한다. 이는 팬더믹 한 번으로 바뀔 수 없는 법칙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여전히 오피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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