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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은 보존? 세운지구는 늘 개발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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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이제 세운상가를 존치하고 살리겠습니다’라며 주민들을 만나러 다닐 때 이런 말을 많이 들었어요. ‘야, 됐다. 좀 있으면 또 바꿀 것 아니냐’고요.”

길현기 전 서울시 역사도심재생과 주무관은 2014~2015년 서울시가 세운상가 존치를 결정할 당시를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2012~2021년 줄곧 세운상가 일대 도시재생 사업을 맡았던 그는 “신뢰가 많이 깨진 상태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비계획이 계속 바뀐 탓”이라고 밝혔다.

세운상가 일대 재개발계획은 1980년대부터 꾸준히 나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국전쟁 직후부터 존재한 기계·공구 산업체들을 비중 있게 다룬 계획안은 보이지 않았다. 길 전 주무관은 “산업체는 ‘도심 부적격 시설’이라며 교외로 이전하는 게 서울시의 기본 방향이었다”고 말했다. 지속성 없고 ‘산업 생태계’에 대한 고민 없는 계획들이 반복되면서 세운상가 일대는 방치됐다.

세운상가 일대 정비계획은 세운상가 2·3구역 재개발계획(1988), 도심재개발 기본계획(1994·1996·2001), 도심형 재개발사업 모델 개발(2003), 세운재정비촉진계획(2009) 등에 담겼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인 2015년엔 세운상가 일대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이 수립됐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1월18일 “10년 전 계획대로만 실행했다면 서울은 상전벽해로 바뀌었을 것”이라며 자신이 마련한 세운재정비촉진계획을 다시 불러냈다.

서울시가 2008년 작성한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마스터플랜 조감도.

서울시가 2008년 작성한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마스터플랜 조감도.

세운재정비촉진계획은 다른 개발계획과 차원을 달리한다. 많은 현실적 제약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도로와 필지 형태가 반듯하지 않은 강북지역의 해법으로 이른바 ‘통개발’인 ‘뉴타운’ 방식을 따랐다. 대형 블록으로 구획한 개발을 통해 도로 등 기반시설을 효율적으로 공급하고 도시 경관에 통일감을 입힌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세운지구를 3만~6만㎡ 규모의 8개 구역으로 나눴다.

그러면서 복잡한 이해관계 등은 간과했다. 당시 세운상가 내 주택엔 방 하나씩을 점유해 지분을 주장하는 사례가 득실했다.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주택건축국장을 지낸 진희선 전 부시장(현 연세대 도시공학과 특임교수)은 “사람들은 ‘박 전 시장이 잘 가고 있는 것(세운재정비촉진계획)의 목을 잡아챘다, 그냥 놔두면 잘됐을 것’이라고 하지만 ‘천만에, 아니올시다’이다”라며 “민간이 잘하고 있는 사업을 공공이 못 하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결국 서울시는 2014년 통개발 계획을 폐기하고 세운지구 정비구역을 8개에서 171개 중·소규모 구역으로 나눴다. 2015년 세운상가 재생사업이 시작됐다. 세운상가 재생사업 총괄계획가를 맡았던 이충기 서울시립대 건축학과 교수는 “박 전 시장이 ‘재생’이란 표현을 썼지만 사실은 전체 단위로 개발이 안 되니 수백개 단위로 쪼개서 개발하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초 6-3구역에 들어선 ‘을지트윈타워’는 중·소규모 개발 전략이 통한 대표 사례다. 3-1·4·5, 3-6·7, 5-1·3 등 구역에서도 현재 건설사업이 진행 중이다.

문제는 통개발이든 중·소개발이든 세운지구 내 기계·공구 상인들에겐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을지트윈타워가 문을 열던 시기, 3-1·4·5구역 상인들은 청계천 관수교 앞에 천막을 치고 재개발 반대 농성을 시작했다. 일대는 여전히 ‘재정비촉진지구’였고 상인들은 밀려나고 있었다. ‘한번에 쫓아내면 재개발, 서서히 몰아내면 도시재생’이란 냉소가 퍼졌다.

세운지구 기계·공구 업체에 대한 대책은 2020년 들어서야 나왔다. 일대 6~7곳에 산업거점공간(공공임대상가)을 조성해 재개발구역 내 상인들이 입주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당시 박 전 시장은 “기존 세운재정비촉진계획이 지역 산업생태계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에 대한 조사·분석이 다소 미흡했다”고 밝혔다.


1966년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 처음 ‘도심 부적격 업체’로 낙인 찍힌 지 약 반세기 만에, 세운상가 일대 재생사업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산업 생태계’가 겨우 도시계획 논의의 한 축에 든 셈이다.


https://www.khan.co.kr/local/Seoul/article/202112162113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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