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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인공위성도 만든다고 했는데..." 거대한 콘크리트 단지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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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건물이 '레트로'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다시 끌어들이고 있다. 세운상가와 그 주변에 대한 얘기다. '힙지로(힙과 을지로를 합친 신조어)'라 불릴 정도로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는 젊은 층의 감성을 사로잡은 노포, 카페 등이 즐비하다. 세련된 대형 복합쇼핑몰이 즐비한 오늘날 이색적인 공간을 찾으려는 심리도 사람들이 방문하는 이유다.

그러나 유동 인구 중에, 특히 젊은층 사이에서는 세운상가의 과거를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직장인 임정호씨(30)는 "다전식당에서 야외에서 삼겹살을 구워먹을 수 있어 자주 찾는다"며 "도심 속에 디스토피아(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들이 극대화되어 나타나는 어두운 미래상)적인 느낌이 신선하고 좋다"고 말했다.

세운상가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서정민씨(25)는 미대 재학 시절 졸업 작품을 만들 때 재료를 사러 1주일에 3번은 세운상가를 찾았다. 서씨는 "목공, 아크릴부터 기계, 전자 관련 자재 등 모든 재료를 세운상가와 그 주변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 추진된 다시·세운 프로젝트로 공중보행로가 설치되는 등 도시재생이 이뤄지면서 전보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몰리고 있다. 서씨는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 때문에 예전에는 방문하기 부담스러웠는데 이제 음식점·카페가 생기면서 활발하고 밝은 분위기가 조성돼 이곳을 더 찾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운청계상가 2층에 자리한 카페. /사진=강주헌 기자
세운청계상가 2층에 자리한 카페. /사진=강주헌 기자


세운상가는 종로3가와 퇴계로3가 사이를 잇는 주상복합상가 건물군을 통틀어서 부르는 이름이다. 고 김현옥 서울시장은 '세상(世上)의 기운(氣運)이 이곳에 모이라'는 뜻으로 이름을 세운(世運) 상가로 결정했다. 세운상가의 설계는 당시 가장 유명했던 건축가 김수근씨가 맡았고 이곳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는 당시에는 보기 드물어 '첨단 건물'로 평가받았다.

1967년부터 72년까지 세운, 현대, 청계, 대림, 삼풍, 풍전, 신성, 진양상가가 차례로 건립됐다. 당시에는 최고의 시설인 주상복합단지로 유명인사가 거주하는 등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일제강점기 당시 세운상가 일대는 공터였고 해방 이후엔 피란민 판자촌에 속칭 종삼(종로3가)이라는 집창촌이 형성되기도 했으니 '상전벽해'였다.

한국전쟁 이후 60년대부터 이 부근은 기계, 공구, 전기, 전자 등 상권이 형성돼있었고 세운상가가 세워지면서 각종 전자 제품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각종 전자제품과 컴퓨터부품 등을 취급했기 때문에 1987년 저작권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불법 복제의 온상이었다. 1980~1990년대 당시에는 청소년들이 성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속칭 '빨간 테이프(성인 영상), 빨간 책(성인 잡지)' 등 불법 음란물을 찾는 곳이기도 했다.

그러나 1980년대를 거치며 세운상가는 슬럼화됐다. 강남 개발 등 주거 환경 개선으로 장점이 사라졌고 세운상가의 상부 아파트도 기술자들의 작업실로 바뀌면서 사실상 주상복합이라는 기능이 퇴색됐다. 전자 산업도 1987년 용산 전자상가가 생기면서 쇠락했다. 세운상가를 대신할 백화점 등 유통 대체군도 많아졌다.

 

세운상가가 들어서게 되는 부지를 차지하고 있었던 종삼. /사진제공=서울시
세운상가가 들어서게 되는 부지를 차지하고 있었던 종삼. /사진제공=서울시


세운상가는 오세훈, 박원순 시정을 거치며 우여곡절을 겪었다. 개발과 보존, 양립하기 어려운 선택지를 놓고 계획은 변경돼왔다. 처음 재개발 움직임이 가시화된 건 2006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다. 세운녹지축 개발 사업은 2015년 완공을 목표로 종로에서 퇴계로 사이에 길게 늘어선 세운상가 등 8개 상가 건물을 모두 허물고 초록띠 공원을 만든 뒤 고층의 주거·오피스 건물을 짓겠다는 내용이다.

초기에는 사업이 빠르게 진행됐다. 2009년 5월 세운상가의 종로 쪽 가장 끝 건물인 현대상가가 철거되고 세운초록띠공원이 조성돼 현재 모습을 갖췄다. 서울시에서 사업 활성화를 위해 1400억 정도를 우선 투입해 보상, 철거 등을 진행한 뒤에 빠르게 녹지를 조성했다.

그러나 개발 추진에 차질이 생겼다. 이듬해 문화재청이 종묘의 경관을 이유로 건물 고도를 122m에서 75m로 낮추라 요구하면서 사업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계획은 공전해왔다.

오세훈 시장 이후 집권한 박원순 시장은 철거를 백지화하고 도시재생으로 선회했다. 2012년 5월 상가 건물을 그대로 두면서 옥상 녹화 등으로 녹지를 잇는 계획을 마련했다. 현재도 종묘와 남산을 잇는 공중보행교 설치 공사는 진행 중이고 지금도 세운지구 다수 블록은 낙후돼있다. 세운4구역은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재개발이 진행 중이다. 생계 터전으로 자리잡은 상인들은 재개발에 대해서 부정적이다.

 

세운지구 일대 진행 중인 공중보행교 설치 공사. /사진=강주헌 기자
세운지구 일대 진행 중인 공중보행교 설치 공사. /사진=강주헌 기자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 세운상가의 개발 향방도 결정될 전망이다. 오 시장은 박 전 시장의 도시재생사업에 대해 부정적이다. 오 시장은 지난달 18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8월 초쯤 세운상가 위에 올라가서 종로2가와 청계천을 보며 분노의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세운상가와 청계상가 등 주변건물을 연결한 공중보행로를 두고 "서울의 발전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대못"이라고 표현했다.

내년 지방선거 과정에서 오 시장은 세운상가 관련 공약을 내세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 시장은 "서울시민이 동의하는 형태로 종로, 청계천, 을지로, 퇴계로의 미래를 향한 계획을 내년 상반기까지 세우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세운지구를 개발할 것인지, 도시재생으로 보존할 것인지에 대해 언론을 통해 공개하고, 시민이 판단해 결정할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1121516055297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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