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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풀필먼트 서비스, 유통업계에 어떤 영향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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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이 풀필먼트 서비스를 선보여 유통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물류 전문기업의 풀필먼트 시스템 운영은 유통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CJ대한통운 곤지암 메가허브 풀필먼트센터 내부 모습. 사진=CJ대한통운
[Foetune Korea] CJ대한통운이 쏘아 올린 ‘물류 전문기업 주도 풀필먼트 시스템 확산 기대감’에 유통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풀필먼트는 관리 업체가 셀러들의 상품을 보관·입출고하는 것은 물론 고객 주문 이후 일어나는 상품 피킹·패킹·반품 및 재고 관리까지 도맡는 일을 말한다.

유통업계에서 풀필먼트 용어를 범용화한 건 아마존이다. 과거 월마트식 물류 시스템을 사용하던 아마존이 2000년대 들어 e커머스에 알맞은 새로운 물류 시스템을 창안하면서 물류센터 이름을 풀필먼트센터로 바꾼 게 계기였다.

아마존은 혁신적인 풀필먼트센터를 활용해 2006년부터 FBA(Fulfillment By Amazon)라는 주문처리대행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를 유통업계에서 풀필먼트로 축약해 부르면서 현재는 풀필먼트가 주문처리대행서비스를 통칭하는 고유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 물류 전문 기업의 도전

CJ대한통운이 지난 4월 풀필먼트 서비스 시작을 알리자 국내 유통업계는 신선한 충격에 빠졌다. 아마존 덕분에 그간 풀필먼트 서비스 주체는 유통 플랫폼 기업이란 인식이 많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보자면 물류 전문 기업의 풀필먼트 시스템 구축이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글로벌 물류 전문 기업인 UPS도 지난해 2월부터 UPS eFulfillment라는 이름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DHL이나 Fedex 같은 곳에서도 자사 이름을 건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말한다. “풀필먼트 시스템을 갖추는 일은 유통업체에도, 물류업체에도 모두 어려운 일입니다. 유통 경험과 물류 기술, 자본을 모두 갖춰야 하거든요. 그간 각 유통업체에서 홍보실을 통해 종종 풀필먼트 이름을 내보냈는데, 대부분은 홍보용 멘트일 뿐입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형태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우리나라에서 쿠팡 정도가 다입니다.”

◆ 오픈마켓의 약점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 서비스 제공에 가장 고무된 곳은 자체 배송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오픈마켓 업체들이었다. 오픈마켓 업체들은 플랫폼 사업자로서 상품 매매의 장을 마련해주는 역할에 그쳐 도소매 e커머스 사업자들의 배송 혁신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소매 e커머스 사업자들이 익일배송에 이어 새벽배송, 당일배송 등 서비스를 내놓으며 온라인 유통채널의 최대 약점이던 즉시성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한 데 반해 오픈마켓 업체들의 서비스는 정체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강력한 올라운드 플랫폼 사업자인 네이버나 압도적인 오픈마켓 1위 사업자인 이베이코리아 역시 같은 상황이었다. 즉시성 혹은 배송 혁신은 신흥 e커머스 패자로 떠오른 네이버에 부족한 마지막 한 조각 퍼즐이자, 쇠퇴기에 접어든 이베이코리아가 반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꼽혔다.



◆ CJ대한통운 크로스

물론 이들 업체도 완전히 손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네이버는 농축산물 등 일부 품목에 한해 산지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직소싱으로,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부터 가동한 동탄 물류센터를 통해 이베이 본사가 미국에서 시행 중인 관리배송 시스템 ‘엔드 투 엔드’ 주문 처리 서비스로 대응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 서비스는 일부 품목 혹은 지역에 국한된 서비스라는 점에서 근원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쿠팡과 롯데쇼핑 등 직매입 업체들은 훨씬 더 다양한 상품을 가지고 전국구 당일 배송 시스템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6월 현재 네이버와 이베이코리아는 CJ대한통운과의 제휴를 통해 시범적인 수준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추가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두 업체 외에도 다수의 사업자가 CJ대한통운과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소비자들은 더 많은 업체로부터 익일배송 혹은 당일배송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유통업계에 그림자

그렇다면 물류 전문기업의 풀필먼트 시스템 운영이 유통업계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와 관련해 최근 재밌는 흐름이 눈에 띈다. CJ대한통운이 풀필먼트 시스템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한 4월과 그 다음 달인 5월에는 자체 배송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업체 위주로 장밋빛 전망이 팽배했지만, 최근 들어선 회의적인 시각이 늘고 있는 것이다.

오픈마켓 업체 한 관계자는 말한다. “물류 전문기업의 풀필먼트 시스템을 사용하면 배송 경쟁력은 분명 높일 수 있을 겁니다. 아주 행복하죠. 그런데 그 비용 청구서는 어떻게 할 겁니까. 고객으로부터 보전받아야 할까요 아님 저희 수익에서 까야할까요.”

익명을 요구한 시장 관계자는 덧붙인다. “직매입 업체들이 억지로 따라가야 했던 쿠팡화를 이제 오픈마켓한테도 강요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손실을 보면서도 경쟁력을 갖출래 아니면 경쟁에 뒤처져 고객한테 버림받을래 선택하라는 거죠. e커머스에서 유일하게 수익사업이었던 오픈마켓마저도 구조적인 적자 전환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 범용 설계의 어려움

다른 쪽에선 ‘물류업체가 만든 풀필먼트’라는 한계 때문에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리테일 유통 경험을 갖추지 못한 물류 전문기업이 특성이 다른 여러 유통업체의 니즈를 골고루 만족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평균적 만족도를 맞추다 보니 개별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물류 전문기업의 풀필먼트 시스템이 그리 매력적이지 못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입고할 수 있는 상품이 매우 제한적일 겁니다. 유통업체에서 자체적으로 만든다면 자기네 회사에 최적화된 설계를 할 수 있겠지만, 물류기업들은 그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죠. 모든 유통업체가 만족하는 설계란 건 애초에 불가능해서 규격화한 시스템으로 만들 수밖에 없을 텐데, 이러면 유통업체로부터 크기가 다양하거나 취급이 까다로운 상품은 받기가 어려워요.”

풀필먼트 시스템을 융통성 있게 설계하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가 않다. 유통업체가 주력하는 상품군에 따라 설계가 아주 달라지기 때문이다. 쿠팡과 SSG.COM의 물류센터가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일부 라인을 스위칭하는 방식으로 설계 타협점을 찾더라도 문제다. 24시간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물류센터 특성상 유통업체가 새로 입점하거나 나갈 때마다 풀필먼트 라인을 새로 세팅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유통업체에서는 물류업체 풀필먼트 시스템이 처리할 수 있는 상품만 맡겨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의 풀필먼트 만족도가 크게 반감할 수밖에 없다. 고객이 운동화와 식료품을 동시에 주문했을 때, 운동화는 풀필먼트 시스템을 통해 주문 다음날 받고 식료품은 그 이튿날 받는다면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 된다. 직매입 업체들이 왜 그토록 무리를 해가며 직접 취급 상품 수를 수십만 종 이상으로 늘리려 하는지, 또 유통업체들이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왜 그토록 원스톱 딜리버리 서비스를 강조하는지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쿠팡 인천 물류센터. 쿠팡은 유통업계에서 유일하게 풀필먼트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곳으로 꼽힌다. 사진=쿠팡
◆ 물류업계의 장점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물류 전문업체의 풀필먼트 사업 진출은 악수인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유통업체들이 원스톱 딜리버리 서비스를 포기하더라도 여전히 익일배송과 당일배송 매력이 큰 까닭이다. 유통업체의 다양한 물류 시스템 니즈를 함수화해 물류업체 수익에 최적화된 풀필먼트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부터 아예 매출이 큰 고객사로 범위를 줄여 그 고객사에 특화한 시스템으로 독점·장기 계약을 맺는 방법 등 물류업체에는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물류업체들의 풀필먼트 사업 매력이 높아진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CJ대한통운을 예로 들면, 현재는 곤지암 메가허브센터 한 곳에서만 풀필먼스 시스템을 운영해 커버리지 영역이 제한적이지만, 앞으로는 전국으로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통업체들은 물류센터 1개를 짓는데 2,000억 원 안팎의 비용이 들어가지만, 물류업체들은 이미 전국 곳곳에 기본적인 인프라가 마련돼 있어 이 비용이 현저히 낮다.

자체 물류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유통업체들이 이미 초월적인 수준으로 앞서 있는 쿠팡이나 SSG.COM을 따라잡기 위해 지금부터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전국구 물류센터망을 새로 구축할지 아니면 물류업체에 맡길지를 생각해보면 답은 명확하다. 투자 여력이 부족한 대부분 e커머스 업체들은 후자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 이는 바꿔 말하면 물류업체들의 풀필먼트 서비스는 규모가 커져야 매력이 생긴다는 말이기도 하다.

◆ 오픈마켓 선택의 기로

유통업체들의 대물류업체 풀필먼트 서비스 가격 협상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질 확률이 높다. 풀필먼트 서비스 고객군이 유통업체에 한정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물류업체가 자사 풀필먼트센터에 굳이 유통업체만 받을 이유도 없을뿐더러 주요 브랜드 제조업체 역시 웹이나 앱을 통해 고객과 직접 거래를 늘려가고 있는 만큼 이들도 풀필먼트 서비스의 고객이 될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말한다. “오픈마켓 형태의 유통업체들에게 특히 안 좋을 겁니다. 최근 최저 가격 상징성이 많이 훼손되긴 했지만, 그래도 최저 가격은 여전히 오픈마켓 업체들이 포기할 수 없는 유니크한 장점이거든요. 오픈마켓은 플랫폼 내에서 셀러들끼리 완전경쟁을 펼치는 구조 덕분에 최저 가격을 원하는 e커머스 소비자들의 수요가 많습니다. 오픈마켓 업체들은 최저 가격 이점을 버리는 대신 배송 편의를 더할 것인지 아니면 현재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지금까지와 같이 배송편의에 눈감을 것인지 결정해야 할 겁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앞으로 오픈마켓 업계에서는 물류 업체들이 마련한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드는 비용 문제가 크게 대두될 수 있다. 앞서 오픈마켓 업체 관계자의 말처럼 이 비용을 소비자에게 떠넘길 수도 있고 자사 수익에서 깔 수도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플랫폼 입점 업체에 전가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에게 떠넘기면 더는 최저 가격 이점을 누릴 수 없게 돼 경쟁사들에 고객을 빼앗길 염려가 있다. 입점 업체에 전가할 경우에도 입점 업체의 이탈이 우려된다. 그렇다고 자기 수익에서 제외하자니 손익분기점까지 내려온 영업이익이 걱정스럽다. 결국 CJ대한통운과 같은 전문 물류업체의 풀필먼트 사업 진출은 물류업체에는 기회가 유통업체들엔 독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출처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http://www.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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