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나갔던 홈쇼핑사, 줄줄이 접고…

해외로 나갔던 홈쇼핑사, 줄줄이 접고 국내 스타트업에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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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초중반 앞다퉈 해외로 나갔던 국내 홈쇼핑사들이 속속 현지 사업 철수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TV홈쇼핑 성장 정체의 대안으로 인도, 동남아, 러시아 등 신흥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되레 적자만 쌓이면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홈쇼핑사들은 콘텐츠 기업이나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차세대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GS홈쇼핑은 러시아 현지 법인인 ‘빅 유니버설 몰’(Big Universal Mall LLC)’의 청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빅 유니버설 몰은 2015년 7월 GS홈쇼핑이 러시아 국영 통신사인 ‘로스텔레콤’과 손잡고 만든 합작 홈쇼핑사다. GS홈쇼핑이 800만 달러(약 95억원)를 투자해 지분 40%를 갖고 로스텔레콤이 나머지 60%를 갖고 있다.

빅 유니버설 몰은 2016년 8월 홈쇼핑 채널 ‘붐TV’를 개국하고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 2017년 이후 단 한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빅 유니버설 몰 설립은 러시아로의 ‘쇼핑 한류’를 내세운 허태수 GS그룹 회장(당시 GS홈쇼핑 부회장)이 주도했지만, 누적 순손실 규모가 11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GS홈쇼핑 관계자는 “2019년 붐TV마저 파산하면서 사업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GS홈쇼핑은 인도 현지 법인 청산도 진행하고 있다. 2009년 인도의 유력 미디어 그룹 ‘네트워크18′과 투자 계약을 맺고 현지 법인을 설립했지만, 순손실이 10년 넘게 지속됐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GS홈쇼핑은 러시아와 인도 외에도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대부분 국가에서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들 국가에서도) 사업 철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J온스타일은 해외 사업 완전 철수를 진행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CJ온스타일은 2004년 중국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으로 설립한 ‘동방CJ’ 사업을 중단하고 지분을 정리하고 있다. 동방CJ는 필리핀과 멕시코, 말레이시아에서 철수한 CJ온스타일의 마지막 해외 법인이다. 중국과 베트남 사업을 접은 롯데홈쇼핑 역시 지난 9월 대만 ‘모모홈쇼핑’ 지분 일부를 매도했다.

해외 시장에서 소비 중심이 모바일로 급재편되면서 국내 홈쇼핑사가 설자리를 잃었다는 분석이다. 홈쇼핑업계는 당초 국내 사업이 케이블방송의 성장과 함께 커졌던 만큼 신흥국의 케이블방송 성장성에 주목했다. 그러나 신흥국은 케이블방송을 건너뛰고 곧장 모바일 중심 전자상거래로 재편됐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홈쇼핑사가 값비싼 수업료를 치렀다”고 말했다.

홈쇼핑업계는 해외법인의 축소된 지분가치 등을 손상차손으로 반영하고, 신규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GS홈쇼핑은 지난 4월 배달 서비스 ‘부릉’을 운영하는 물류 스타트업 메쉬코리아 지분을 508억원에 인수한데 이어 반려동물 전문기업인 ‘어바웃펫’ 지분을 추가 확보했다. 서 교수는 “해외의 문을 두드리기보다 유망한 사업군으로 투자를 집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홈쇼핑은 미디어커머스 기업 ‘어댑트’, 뷰티 스타트업 ‘라이클’ 등 정보기술(IT)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메타버스를 다음 먹거리로 선정하고 자체 플랫폼 개발도 진행 중이다. 이달 들어선 콘텐츠 제작사 ‘초록뱀미디어’에 투자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TV홈쇼핑 사업이 한계 왔다고 판단해 비용을 줄이고 신사업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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