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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없다"…'생존 위기' 日백화점 vs '실적 고공행진' 韓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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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년 전 일본 후쿠오카 하카타 근처에서 자취를 할 때, 퇴근 후 유일한 낙은 백화점 지하식품관을 순회하는 것이었다. 규슈 교통의 중심 하카타역에는 백화점, 대형쇼핑몰, 식당들이 밀집돼있기 때문에 매일 퇴근하고 곧장 하카타역으로 가서 한큐백화점 지하식품관을 집중 공략했다. 식품관에는 일본 전국 각지의 특산품이나 스낵, 디저트가 많아 매일 들러도 질리지 않을 정도였다. 나만 이렇게 느낀 게 아닌지 매일 같이 고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그런데 가끔 한국 친구들이나 가족들 선물을 사러 패션, 잡화 층으로 올라가면 식품관에 비해 한적하고 여유가 느껴졌다. 주말엔 좀 낫긴 했지만 그럼에도 고객이 많지는 않아서 '무슨 일이지', '식품관 고객들은 왜 위층은 구경하지 않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고보니 나 역시 보통 쇼핑을 할 때는 백화점이 아닌 하카타 아뮤플라자·캐널시티, 텐진 파르코 등 복합쇼핑몰을 더 방문했다는 걸 깨달았다. 이 복합쇼핑몰들은 오픈 때부터 문이 닫을 때까지 젊은이들, 가족 단위 고객들, 외국인 관광객 등 고객으로 가득했다.

 
/사진=한큐백화점 하카타 홈페이지
/사진=한큐백화점 하카타 홈페이지
이때쯤 일본 뉴스엔 '백화점의 위기' 등의 헤드라인을 뽑은 기사가 이어졌다. 매출 감소세가 십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실제 일본 전국 백화점 매출은 1991년 9조7000엔(약 92조8827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연속 매출 감소세를 나타냈다. 2009년 일본 전국 백화점 매출은 6조5842억엔(약 67조9509억원)으로 줄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감소세가 이어졌다. 2016년 5조9780억엔(약 61조6947억)을 기록했고 코로나19(COVID-19)가 발발한 뒤 2020년에는 4조2204억엔(약 43조5558억)으로 크게 하락했다.

자연히 백화점 폐점도 줄잇고 있다. 일본 전국 백화점 점포 수는 1999년 311개로 정점에 달했다가 이후 계속 줄어 2009년 271개였다가 2020년 연말 기준 점포 수는 196개로 떨어졌다. 1970년대로 회귀한 셈이다. 1970년(192개 점포) 이후 50년 만에 처음으로 200개 이하로 떨어졌다. 전국 백화점 매출 4조2204억엔도 1975년의 4조6510억엔(47조9997억원) 이후 4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십년 전 일본 뉴스에 '백화점의 위기' 기사가 나오던 당시 한국 뉴스에는 백화점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2009년 국내 백화점 업계는 사상 최대의 매출(21조5484억원)을 올리며 전년 대비 10.5% 성장했다. 이 때문에 2010년 일본 백화점의 핵심 관계자들은 일본 백화점협회 내 '비즈니스모델 조사단'이란 이름으로 대규모로 한국의 백화점들을 공식 방문하기도 했다. 한국 백화점 경영사례를 배워 일본 백화점 위기를 탈출해보겠다는 것이었다.
명품 브랜드 샤넬 제품의 '가격 인상설'이 도는 가운데 2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고객들이 매장 입장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명품 브랜드 샤넬 제품의 '가격 인상설'이 도는 가운데 2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고객들이 매장 입장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들이 한국을 방문해 배우고자했던 건 올바른 결정이었던 게 틀림없다. 이 같은 실적 개선세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신세계는 지난 1, 2분기에 이어 올 3분기에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신세계는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조6671억원, 영업이익 102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대비 매출액은 37.3% 늘었고 영업이익은 3분기 최초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위기도 뚫은 한국 백화점의 저력이다.

일본 백화점은 한국 백화점에 비해 긴 업력을 가지고 있다. 일본 백화점의 역사는 1904년 미츠코시가 일본 최초로 백화점을 설립하고 1905년 1월 신문에 '백화점을 개점했다'고 선언하는 광고를 게재하면서 시작됐다. 애초에 한국 최초의 백화점인 신세계백화점 본점 역시 미츠코시가 1930년 미츠코시백화점 경성점으로 문을 열면서 시작된 것이다. 이후 1970~198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백화점들은 일본에 가서 백화점의 상품 구색과 서비스를 통째로 베껴오다시피 했다.

그렇다면 현재 나타나는 '실적 고공행진' 한국 백화점과 '생존 위기'에 놓인 일본 백화점의 뚜렷한 차이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걸까. 근본적 원인들을 다음주에 연재되는 [이재은의 '똑소리']에서 짚어본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1112607544519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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