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는 사람이 로봇처럼 일해 왔지만, 머지않아 로봇이 사람처럼 일하게 될 것이다. 또 사람의 경험을 토대로 미래를 예측했지만, 앞으로는 데이터로 미래를 보게 됩니다. 과거에는 사람이 시스템을 통제했지만, 이제는 시스템이 사람을 리당하게 될 것이다."
전통의 종합물류기업 CJ대한통운이 지난 15일 '혁신기술기업'으로 변화하겠다며 미래비전을 발표했다. 2023년까지 플랫폼 집중 육성과 첨단기술 및 최고인재 확보에 2.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택배기업이 왠 혁신기술"이라는 초보적인 질문부터 물류산업의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절박함의 표현이라는 분석까지 반응도 다양하다.
흔히 물류산업의 첨단기술이라고 하면 아마존의 자율주행로봇 '키바'를 떠올린다. 물류센터를 종횡무진 움직이며 상품이 적재된 소형 선반을 재빠르게 움직이는 자그마한 로봇이다. CJ대한통운도 키바 같은 자율주행 로봇을 도입하겠다는 뜻일까?
CJ대한통운의 기술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김경훈 TES물류기술연구소장은 매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물론 키바 같은 자율주행 로봇도 포함되지만 물류산업의 첨단화에는 광범위한 자동화와 AI, 빅데이터 등 거의 모든 영역을 망라하는 복합적인 기술이 필요하다"며 "CJ대한통운은 물류혁신을 선도하기 위해 꼭 필요한 12개의 핵심기술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물류산업에 대해 사람의 힘에 의지하는 '막노동'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은 편견"이라며 "이미 사람과 로봇,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결합을 통한 첨단화가 상당 부분 이뤄지고 있으며, 일부는 성과를 내고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서울대 기계설계학을 전공하고, 카이스트에서 이동로봇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국내 대표적인 '로봇박사'다. 그가 몸담고 있는 연구소의 머리글자인 TES는 CJ대한통운의 핵심 물류기술을 의미하는 Technology, Engineering, System & Solution를 딴 약자다.
◆다음은 김경훈 소장과의 일문일답.
●물류 첨단화, 자동화 하면 가장 먼저 로봇이 떠오른다
○로봇은 물류 분야에서 기술개발이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분야다. 사람이 힘들게 하는 작업을 대신해 현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특히 자율주행이송로봇(AMR Autonomous Mobile Robot)의 경우 기존 설비나 물류센터 내부 형태를 바꾸지 않고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CJ대한통운 융합형 풀필먼트 센터 같은 첨단물류센터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연말까지 고정노선이송로봇(Automated Guided Vehicle), AMR 같은 무인운송로봇 170여대를 현장에 배치할 예정이다. 집게로 물건을 하나씩 들어 올리는 피스피킹 로봇과 함께 향후 무인 풀필먼트 센터를 실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 그래도 물류하면 '막노동' 이미지가 많다.
○물류현장은 사람과 로봇,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의 결합을 통해 첨단화가 상당 부분 이뤄지고 있으며, 일부는 성과를 내고 있는 단계로 가고 있다. 사람을 100% 대체하지는 못하고 있고, 일부는 여전히 사람의 힘을 빌리고 있지만 '물류는 막노동'이라고 단순화하는 것은 편견이다.
●가장 힘든 일로 꼽히는 택배 상하차는 첨단화 수준이 어떻게 되나?
○택배 상하차는 물류 자동화 중에서도 가장 난이도가 높은 영역이다. 사람은 손가락의 촉감과 경험적 인지능력으로 크기와 모양, 무게가 서로 물건을 자연스럽게 들고, 옮기고, 상자에 넣을 수 있지만 현재 기술 수준에서 로봇이 이 작업을 하는 것은 어렵다. 글로벌 로봇기업들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지만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평가다. CJ대한통운도 택배 상하차 등 다양한 작업을 자동화하기 위한 도전과제를 통해 기술개발을 추진 중이다. 택배 상하차의 경우에는 반자동도구와 신축 컨베이어벨트를 통한 효율성 제고.웨어러블 로봇 개발을 통한 근력피로도 저감, 인공지능 및 로봇제어기술 기반 로봇팔 개발로 완전 자동화 등의 측면에서 개발을 추진 중이다.
● 상하차 자동화 성공을 위한 전략이 있다면
○우리 연구소에서는 3가지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첫 번째는 반자동화된 도구와 신축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해 기존에 두 명의 작업자가 하던 일을 한 명이 충분히 할 수 있도록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두 번째는 로봇 팔이 상하차 작업을 대신하는 것이다. AI가 탑재된 컴퓨터 비전 기술로 화물을 인식하고, 자동으로 힘을 조절하는 등의 로봇 제어기술이 필요한 고난도 영역이라 장기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세 번째는 현장 작업자가 착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 개발이다. 작업은 사람이 하지만 특수 설계된 로봇 슈트가 작업자의 근력 피로도를 줄여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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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하는데,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은 무엇인가
○지금까지의 물류산업은 노동과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사람이 짐을 싣고, 내리며 많은 화물차와 화물선과 항공기, 넓은 보관창고를 갖고 있으며, 노련한 경영자가 경험을 토대로 변화를 예측하는 것이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기술과 데이터 중심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조금 어려운 말로 하면 노동집약, 경험집약 산업에서 디지털집약 산업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CJ대한통운은 어떤 혁신기술을 개발 중인가
○ TES물류기술연구소는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 글로벌 안에서 어느 수준인지, 또 국내외 상황에 맞게 무엇을 선택하고 집중해야 하는지 면밀하게 살펴 핵심기술 12개를 골랐다. 자동화, 지능화, 최적화로 개념화할 수 있을 것인데, 마스터플랜을 기반으로 기술 개발과 상용화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물류업계 최초로 디지털 트윈도 도입한다고 들었다.
○디지털트윈은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약간 생소한 개념일텐데, 쉽게 말해 실제 물류센터 내부의 모습과 작업진행 과정을 가상세계에 그대로 구현하는 것이다. 물류센터 현황을 한 눈에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 센터를 돌리지 않더라도 가상의 가동을 통해 오류를 파악할 수도 있고, 물동량별 인력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예측할 수도 있다. 현장의 프로세스의 혁신 스피드를 지금 보다 3배 이상 빠르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데이터와 AI가 없다면 불가능한 기술이다.
● 물류기업에게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약간 생소하게 들린다.
○ CJ대한통운은 택배뿐만 아니라 기업을 대상으로 한 계약물류, 수출입과 국제 이커머스 상품이동 같은 글로벌 물류에서 국내 1위 기업이다. 하루 500만건이 넘는 택배 물동량 데이터를 비롯해 B2B, B2B2C 등 다양한 공급망 내 이동에 대한 데이터가 있다. 디지털 트윈과 AI, 빅데이터를 활용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교통정보와 지역적인 배송난이도, 상품의 특징, 이동수단 배정 등 물류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계산해 최적의 배송방식과 최소 배송시간, 적정 가격 등을 상시 파악 가능하다. 소비자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생필품과 원자재 등을 언제 필요한지, 어디로 배송하면 될지, 얼마의 가격의 합리적인지 예측 가능하게 될 것이다.
● TES물류기술연구소에 대한 추가 투자가 진행되나
○ TES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초격차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AI와 빅데이터, 물류IT 시스템 분야에 전문화된 최고인재를 지속 충원해 연구소 규모를 2023년까지 현재의 2배로 규모를 키울 예정이다. 연구소 이외에도 IT, 이커머스 분야롤 포함한 최고급 전문인력 규모가 800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인력과 함께 조직문화도 성과를 내기 위한 필요조건 중 하나인데
○연구소의 주축이 될 MZ세대는 공정한 기회와 성과에 따른 보상, 개인 성장의 가치를 아는 세대다. 구성원들이 탁월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최고인재를 모셔온다고 해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나이와 직급에 관계없이 역량만 있다면 조직의 리더를 맡고, 성과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보상을 부여하는 인사시스템 도입이 진행 중이며, 전문적인 교육체계를 구축해 개인의 성장도 지원할 예정이다. 개인의 성장과 조직의 성장이 연계될 수 있는 연구소로 만들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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