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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소 미적 17년째 핑계…예산 없다면서 서울사옥(시세 200억 추정) 안 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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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가 남양주종합촬영소 부산 이전 작업을 예산 부족 이유로 규모를 40% 줄이고 핵심 시설도 제외하려는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영진위는 그동안 ‘영화계 반대가 심하다’ ‘남양주촬영소가 팔리지 않는다’ ‘임대 부지에는 못 짓는다’ ‘촬영소를 쪼개어 짓자’ 는 등의 이유를 대며 17년간 이전 작업을 미뤄왔다.

■ 건립 지연 누구 탓

부산촬영소 건립은 2005년 참여정부 때 시작된 혁신도시 건설사업이다. 영진위 본사, 한국영화아카데미, 남양주종합촬영소를 부산으로 일괄 이전하는 것이다. 결정 11년 만인 2016년 6월 부산시-기장군-문화체육관광부-영진위는 기장군 도예촌 부지에 촬영소를 건립하기로 실시 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영진위는 협약 체결 이후 3년 이상 미적대다가 2019년 3월 “임대 부지는 불안정해 후반 작업 시설, 스튜디오 등을 지을 수 없다”고 버텼다. 시와 영진위는 2019년 3월부터 10월까지 실시협약 변경을 위한 실무협의를 8차례 벌였다. 시 관계자는 “영진위가 문구 조율 과정에서도 영진위 9인 위원회를 열어야 확답을 줄 수 있다고 하면서 많이 지체됐다”고 설명했다.

영진위는 기장군 부지에 대해 ▷무상 사용 갱신 의무화 ▷영진위의 매수 청구권 신설 ▷부지 매각 근거 신설 등을 요구했고 기장군과 군의회는 조례를 개정하면서까지 이를 수용했다. 시 관계자는 “2016년에 설계와 착공에 들어갔다면 벌써 지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영진위는 “부산시와의 협의가 어려워 건립이 지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진위는 17년 만에 처음으로 부산촬영소 내 핵심 인프라인 후반 작업 시설(편집·색 보정·녹음·컴퓨터 그래픽 등)에 대해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수도권에서 후반 작업을 하면 된다는 게 이유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부산촬영소에 후반 작업시설이 없으면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뒤 별도의 후반 작업시설을 구해야 한다. 후반 작업은 작품의 질을 결정하므로 품질이 중요하고 제작사에는 선택권을 줘야 한다.

수도권 대형 제작사는 사설 업체에 후반 작업을 맡기면 되지만 1년에 100편이 넘게 제작되는 장편 독립영화를 만드는 제작사에는 영진위가 제대로 된 종합촬영소를 만들어 후반 작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촬영소 후반 작업시설에 근무하려는 인력을 키우면 영진위 부산 이전 취지와 지역 영화산업이 상생하는 구조가 구축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수도권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부산을 중심에 놓고 동북아 제작사 유치 측면에서 특화된 후반 작업 수요도 고려해야 한다. 사설 업체에서 구축하지 않은 인프라를 만들어 특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뜻이다. 후반 시설이 없는 부산촬영소가 건설되면 대전 전주 수도권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

■ 예산은 왜 모자라나

 

영진위는 인건비, 철근 자재비 등이 올라 예산을 초과했다고 항변한다. 영진위가 밝힌 초과 예산은 340억 원(부산촬영소 건립 예산 660억 원, 추정 건립비 약 1000억 원)이다. 공공기관 이전은 종전 부지를 매각하고 매각 대금으로 이뤄진다. 이전 기관으로 지정될 당시 영진위는 서울에 본사 사옥과 한국영화아카데미 사옥, 남양주종합촬영소를 가지고 있었다. 이 세 곳 부지와 건물을 매각한 자금으로 부산에 일괄 이전해야 한다. 그러나 남양주촬영소는 보존 지역이어서 매각이 10년 이상 늦춰졌고 영진위는 본사 사옥을 매각하고 2013년 부산으로 옮겼다.

하지만 정부와 영진위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국영화아카데미 사옥을 매각하지 않은 채 한국영화아카데미를 부산으로 옮긴다. 부산 수영구에 있는 부산시 시설에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하고 리모델링하는 데 37억 원을 지출했다. 이 과정에서 영진위가 서울 한국영화아카데미 사옥을 잔류시킨 것이다. 이 사옥은 현재 토지 공시가격은 120억 원가량(817.2㎡)이고 현 시세는 175억~2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영진위는 부산 이전 작업 과정에서 직원 일부가 지방 이전 사업 집행금 일부를 전용한 일도 있었다. 이처럼 영진위가 부산촬영소 건립 예산이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배경에는 한국영화아카데미 사옥의 서울 잔류, 건립 지연이 자리 잡고 있다.

영진위는 남양주종합촬영소 부산 이전 변경 계획을 정부로부터 승인받자고 시에 제안했는데 오히려 변경해야 할 것은 서울 잔류 부동산을 매각해 부산촬영소 건립에 투입하는 일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동의대 김이석 영화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영진위가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영진위 이전처럼 소속 직원이나 이해 관계자의 저항에 부딪혔던 공공기관 사례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경기 안산 → 부산 영도) 이전이다. 이전 작업이 지지부진하자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가 기획재정부를 설득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2015년 무렵 해수부는 해양과기원 본원을 먼저 이전한 뒤 종전 부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이전 비용을 마련하고 기재부가 이자를 보전했다. 부산촬영소 건립에 소극적인 문체부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경기 안산시의 해양과기원 종전 부지는 최근 매각됐다.

정옥재 박지현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

부산촬영소 지연 과정 및 향후 일정

날짜

내용

2016년 6월

부산시 기장군 문체부 영진위, 촬영소 부지 무상제공 협약

2019년 1월

영진위, 부산 강서군에 촬영소 추진 검토

2019년 3월

영진위, 부산시 등에 촬영소 부지 매입권 요구

2019년 12월

부산시-기장군, 영진위에 부지 우선 매입권 부여

2020년 1월

영진위, 남양주촬영소 폐쇄 1년 만에 운영 재개

2020년 7월

영진위, 부산촬영소 기본설계 진행

2021년 6월

영진위, 부산촬영소 설계 중단

2021년 9월

영진위, 국토부에 부산촬영소 40% 축소 질의

2021년 11월

영진위 “부산시 때문에 조기 착공 불가능"

2021년 12월

영진위, 문체부에 촬영소 축소안 신청 및 국토부에 승인 신청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key=20211115.22003004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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