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전환으로 자영업자 매출 회복 기대감이 커지는 중이다. 창업을 미뤄왔던 예비 창업자들도 다시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고민은 ‘앞으로 어떤 상권이 유망할 것인가’다. 약 2년간 유지돼온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상권 지도가 많이 바뀌었다. 과거 핵심 상권이었던 곳의 손님 발길이 뚝 끊기는가 하면, 별 볼 일 없던 작은 상권에 사람이 몰려들기도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과연 어떤 상권이 관심을 받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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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겨낸 ‘신흥 상권’
▷고덕·월계·마곡…배후 수요가 ‘힘’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과거보다 장사가 더 잘되는 상권도 있다. 줄폐업이 일상화된 여타 상권과 달리 2021년 매출과 점포 수가 늘어난 곳이다. 이런 상권은 ‘위드 코로나 전환 후에도 유망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이미 2년 가까이 ‘신흥 상권’으로 눈도장을 찍은 데다, 새로 생긴 가게가 많아 트렌드에도 강하다는 장점을 지녔다.
매경이코노미는 빅데이터 전문 기업 ‘나이스지니데이타’와 함께 코로나19에도 더 성장한 신흥 상권을 분석했다. 서울 전체 행정동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3분기 누적 대비 2021년 3분기 매출과 점포 수가 늘어난 동을 추렸다. 상권 활성화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음식 업종’을 분석 대상으로 했다. 단 전체 매출이 10억원 미만인 행정동은 제외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대비 음식업 매출이 가장 많이 오른 동은 ‘강동구 고덕2동’이다. 지하철 5호선 상일동역 근방에 위치한 상권. 2019년 11억3000만원이었던 음식점 매출이 올해에는 29억5000만원까지 뛰었다. 운영 점포도 같은 기간 78개에서 132개로 54개나 늘었다.
배후 수요가 늘어난 것이 성장 요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2019년 고덕그라시움(4932가구), 2020년 고덕센트럴푸르지오(656가구) 등 새 아파트가 입주하면서 인구 자체가 늘었다. 음식점뿐 아니다. 편의점·마트·패션 잡화 등 소매업 매출이 가장 많이 늘어난 상권 1위도 고덕2동이다. 2019년 17억7000만원에서 2021년 58억6000만원까지, 매출 증가율이 3배가 넘는다.
고덕2동뿐 아니다. 아파트 단지가 많고 배후 수요가 풍부한 상권들이 코로나19 이전 대비 음식업 매출 증가 상위권을 기록했다. 노원구 월계3동(2위)과 월계2동(10위)을 비롯해 지난해 목동센트럴아이파크위브가 들어선 양천구 신월6동(3위), 마곡산업단지 개발과 아파트 입주가 한창인 강서구 발산1동(4위)이 나란히 상위권을 차지했다.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는 “위드 코로나 전환 후에도 ‘항아리 상권’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대규모 주거 지역 주변에 다양한 업종의 상가가 집중돼 있는 상권으로, 굳이 다른 상권으로 이탈할 유인을 느끼지 못한다는 게 특징이다. 특히 마곡산업단지처럼 업무 지구 주변에 형성된 아파트 단지 밀집 지역 상권 전망이 밝다”고 설명했다.
▶MZ세대 지갑 여는 ‘성수’
▷스타트업·대기업 이주 ‘호재’
‘성수동’의 약진도 눈길을 끈다. 성수1가2동(5위), 성수1가1동(7위), 성수2가3동(8위), 성수2가1동(16위) 등 4개동이 순위표에 이름을 올렸다. 4개동 합산 매출은 2019년 378억원에서 올해 461억원까지, 운영 점포는 1316개에서 1402개로 늘었다.
최근 성수동은 서울에서 MZ세대가 많이 찾는 ‘힙플레이스’ 중 하나로 떠올랐다. 2호선 성수역과 뚝섬역, 수인분당선 서울숲역 근방으로 뛰어난 실력과 브랜드 파워를 지닌 매장들이 경쟁적으로 늘어나는 중이다. 과거 서울의 대표적인 낙후 공업 지역이었지만 분위기가 달라졌다. 2010년 들어 폐공장 부지와 창고 건물을 내외관 인테리어로 활용한 카페·음식점·전시장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노포와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신규 매장이 한데 어울려 ‘신구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유망 스타트업과 IT 기업도 성수동으로 모여들고 있다. 지난해 9월 강남에서 성수동으로 사옥을 옮긴 ‘무신사’를 비롯해 쏘카, 퓨처플레이, 소풍벤처스, 루트임팩트 등 스타트업 관련 기업들이 성수동에 자리를 잡았다. SM, 현대글로비스 등 대기업도 최근 성수동 이전을 완료했다.
주시태 나이스지니데이타 팀장은 “서울 시내에서 20대 매출 비중이 가장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상권이 성수동이다. 오후 3시 이후 저녁 시간대 매출이 주로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위드 코로나 이후에도 2030세대 유입이 계속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고 설명했다.
▶대학·오피스·관광지, 부활할까
▷공실 여전한 명동·홍대 상권 ‘흐림’
코로나19 팬데믹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은 대학가와 오피스, 유흥가 상권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대면 강의·정상 출근을 재개한 대학교와 기업이 늘었고 미뤘던 회식 수요가 폭발하면서 상권이 다시 부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과거와는 분위기부터 달라졌다. 퇴근 시간 이후에도 한산했던 음식점들은 길게 늘어선 대기 고객들로 북적이고 일부 대학가 상권은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에도 통행이 쉽지 않을 정도로 거리가 붐빈다.
서울 충무로 인근에서 수제맥줏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2020년 3월 이후 모든 매장 테이블에 손님이 들어선 것은 올 11월이 처음이다. 수제맥주는 식사를 마치고 오후 8시 넘어서야 손님이 찾는 전형적인 ‘2차 상권’이다. 2차 상권 매출이 올라간다는 것은 상권 전체가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의미”라고 미소 지었다.
하지만 모든 상권에서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강남·명동·이태원·홍대 등 이른바 ‘초대형 상권’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위드 코로나 이전보다는 분명 상권이 활성화되겠지만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비판적인 시각의 배경은 높은 공실률과 임대료다. 공실이 늘어나면서 상권 자체에 집객력이 떨어졌고 빈 매장이 주는 ‘폐허’ 이미지도 걸림돌이다.
핵심 상권 공실률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부동산원 최근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1년 3분기 기준 명동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47.2%에 달한다. 2019년(8.9%) 대비 38.3%포인트 높아졌다.
명동만이 아니다. 광화문(17.2%포인트), 당산(12.9%포인트), 홍대·합정(12.1%포인트), 종로(8%포인트), 강남(6%포인트), 신촌·이대(5.2%포인트) 등도 늘어나는 공실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실률이 과거보다 줄어든 상권은 건대입구(-3.5%포인트), 왕십리(-2.6%포인트), 압구정(-2.3%포인트) 정도다.
위드 코로나 후에도 공실이 채워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늘어난 공실에도 불구하고 임대료 하락폭이 적기 때문이다. 당산과 교대는 공실 증가에도 불구하고 상가 1㎡당 월평균 임대료가 3만원 가까이 올랐다. 홍대·합정도 임대료가 오히려 3000원 뛰었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는 “핵심 상권 공실 문제는 단기간 해결이 어려운 문제다.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뚜렷한 매출 상승이 기대되는 음식 업종과 달리 소매 업종은 입점 수요가 없다. 모든 건물을 음식점으로만 채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건물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우려한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내리지 않고 있어 창업 수요가 더 얼어붙었다”고 분석했다.
위드 코로나 전환으로 나들이 수요가 늘어나면서 ‘관광지 상권’에 대한 관심도 높다. 매경이코노미는 KDX한국데이터거래소와 함께 2021년 1월부터 10월까지 주요 관광지 상권 차량 이동 수를 분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차량 이동 수가 늘어난 관광지 주변이 최근 주목받는 상권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전국에서 차량 이동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상권은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이다. 지난해 47만2000건에서 올해 68만3000건까지 21만건가량 늘었다. 뒤를 이어 제주 중문관광단지(19만3000건 증가), 전주 한옥마을(14만4000건), 울산 대왕암공원(12만건)을 찾는 차량이 많았다.
수도권에서는 서울 북촌한옥마을(8만6000건), 파주 벽초지수목원(6만6000건), 인천 차이나타운(6만4000건), 서울 국립중앙박물관(5만9000건)에 대한 나들이 수요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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