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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물류 현장’ 피로도 최악 … 그 많던 실직자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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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구직자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지난달 실업급여 신청자만 61만 명에 이르는데도 택배시장을 포함해 생활물류 서비스 현장의 구인난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따라 직원 구인이 어려운 택배배송 현장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슬그머니 저녁 10시를 넘어서까지 배송이 이어지고 있으며, 근로자들의 피로도도 좀처럼 개선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시장뿐 만이 아니다. 글로벌 물류배송 서비스에 대한 피로감도 물류현장 곳곳에서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 실적악화와 더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에 바삐 움직이고 있다. 당장 미국의 도미노피자와 페덱스의 경우도 인력수급을 못해 지난분기 적자를 기록했고, 국내 물류기업들 역시 저 수익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당분간 뾰족한 묘안을 찾지 못할 것이란 점이다. 갈수록 커지는 관련 업계의 구인난 고민을 해결할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배송현장의 피로를 높이는 현장을 점검하고, 그 원인을 찾아 봤다.

원청 지급 물류비 뻔하고 노동환경 악화 속도 빨라져
#. 일부 지역에서 택배기업들은 라스트마일 배송인력을 구인하지 못해, 물량이 급증하는 화/수요일의 경우 늦은 밤 10시 넘어서 까지 배송에 나선다. 또 다른 택배기업은 1주일 52시간 근무는 호사일 뿐이다. 인력수급이 안 되는 지역의 경우 본사직원들이 투입돼 하루 18시간 씩 근무해도 쌓이는 물량을 해소하지 못한다. 대형 택배기업들 역시 익일 배송은 손을 놓은 지 오래다. 이에 따라 택배 배송기간은 이제 2박3일 혹은 3박4일의 시간이 소요되고 고객들의 불만은 고조되면서 항의 전화덕분에 일상의 업무도 차질을 빚고 있다.

“새벽배송을 비롯해 택배 배송근로자등 1톤 배송인력 구하기가 어려워, 이들을 구인하기 위해 1인당 500만 원 등 각종 프로모션을 걸고 있지만 좀처럼 사람 모집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임금을 무작정 올리기도 어려워 배송서비스를 지속해야 할지 말지에 고민이다.” 일선 운송사 대표들의 넋두리다. 배송을 의뢰하는 원청에서 지급받는 물류비는 제자리걸음인데, 이 비용으로 라스트 마일 배송인력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 업을 지속해야 할지 말지로 고충이 커지고 있다. 여타 시장은 차제하고라도 당장 생활물류시장에서 최악의 구인난은 코로나19 이전엔 이정도로 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갈수록 악화되는 구인난은 일선 배송인력뿐 아니라 물류센터 분류인력들로 까지 확산되고 있다. 일부에선 임금을 올려주면 해결될 문제라고 하지만 단순 임금 인상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대신택배 박병권 수도권 본부장은 “정기화물 택배의 경우 전국 800여 택배영업점에 택배화물을 맡기거나, 고객이 영업점을 방문해 화물을 수령하거나 맡기는 정기화물 택배 비중이 갈수록 낮아지고, ‘도어 투 도어’ 서비스 수요의 경우만 높아지고 있다”며 “택배요금은 뻔 한데 배송 서비스는 갈수록 편리한 쪽으로 요구하는 고객들 덕분에 현장은 몸살을 앓고 있다”며 한숨이다. 이렇게 구인난이 심해질 경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도심 영업소 유지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중량물 택배시장뿐이 아니다. 이미 CJ대한통운을 비롯한 대다수 택배기업들이 겪는 고충도 유사하다. 오죽하면 3D업종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 생활물류업계가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비용이 얼마가 들더라도 이미지 개선노력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통상 1톤 화물차로 생활물류 택배상품을 담당하는 배송기사들의 월 평균 임금은 배송 화물의 물성과 지역별로 다양하다. 대표적 생활물류서비스인 택배업종의 통상 근로자들 수입은 기타 비용을 제외하면 순수하게 약 300만 원 가량 정도다. 여기다 수 배송 물량이 많거나 배송화물이 무겁고 클 경우 월 20~30만 원 가량을 추가 지불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원청에서 지급하는 비용이 뻔해 배송물량이 넘치지만 일부지역은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오늘 보내면 내일 받는 익일 택배서비스’ 공식은 점차 퇴색하고 있다. 정부기관인 우체국택배 등을 제외하면 국내 대다수 택배기업들의 배송소요 시간은 어느새 2~3일 정도로 배송속도가 늦춰지고 있다. 이와 함께 수도권을 비롯해 서울 도심배송의 경우 최종 라스트 마일 배송을 위한 물리적 배송 택배거점을 도심 인근에 갖춰야 하지만 이 역시 인근 주민들의 민원제기로 몸살을 앓고 있을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 들어 상승한 천정부지의 임대료 상승 탓에 점점 설자리를 잃고 있다.

바뀐 노동 패러다임, 가속화 되는 구인난
일반 음식점의 종업원 대부분은 언제부턴가 내국인들을 찾기 어려워졌고, 중소 제조기업 직원 대부분 역시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공장 가동이 불가능해진지 오래다. 농촌 역시 내국인 근로자를 만나기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유통물류업계 현장에선 외국인 근로자 도입을 지속적으로 요구, 택배업 분류현장의 경우 겨우 외국인 고용을 일부 허용했다. 문제는 지금의 임금과 노동환경을 대체할 일자리가 수두룩해 지면서 유통물류업계 구인난이 가속화되고 있는 점이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가 최 정점을 찍으면서 고령의 실업자가 증가와 더불어 구인에 나선 근로자 대부분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현재의 임금과 근로환경으로는 더 이상 고된 일을 꺼린다는 것이다.

구직자 김화국(60, 가명)은 “정부에서 지급받는 노령연금도 있고, 공원에서 휴지만 주워도 한 달 70~-80만원은 받는다”며 “극심한 교통체증에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도심을 누비며, 사무실과 아파트에 택배배송 한 개를 해 봤자 1천원도 못 미치는데, 차라리 조금 벌고 조금만 쓰는 게 낳다”고 말했다. 이처럼 구직자들의 경우 예전처럼 근로 의욕이 크게 달라지고, 일부에선 조금만 벌어도 쉽고 편한 일을 선호하는 형태로 바뀌면서 구인난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한편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어 투 도어’ 5KG 이하 소형화물의 경우 개당 배송수수료는 800원 남짓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인력수급이 어려워지자 이 정도의 비용으로는 일할 사람을 구인하기 어렵다. 말 그대로 배송 인력수급 상황이 최악을 치닫고, 악순환을 거듭하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선 ‘실업률이 높다는데 도대체 그 많은 실업자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사람구하기가 이렇게 어려워 배송서비스업을 지속해야 할지 말지 갈림길에 놓여있다’는 자조감도 팽배해 지고 있다. 여기다 유통물류센터 현장근로자들의 불만도 증가 추세다. 휴식은 고사하고, 화장실 갈 여유도 없는데다 임금은 좀처럼 인상될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물량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식음료 배달시장 확대로 이륜배송시장으로 이동한 젊은 근로자들 덕에 택배를 비롯한 생활물류서비스 현장 인력 구하기는 당분간 요원해 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배송증가와 경기 활성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연쇄적으로 증가한 물류수요 때문이다. 국내 한편에선 폐업한 자영업자들로 여전히 높은 실업 몸살을 앓고 있는 반면 또 다른 편에선 사람을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생활물류 업계에선 현 물류 배송서비스 피로감을 어떻게 대처할지에 따라 산업계 전체와 유통물류업계의 생존전략을 지금부터 다시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금의 ‘도어 투 도어’ 형태의 배송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말이다. 임금인상과 노동환경 개선, 그리고 근로자들의 노동을 대하는 상황까지 급변하면서 당장 필요한 근로자들의 구인난에 따른 유통물류현장의 피로감은 개선의 여지를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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