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약속에도 국토부 몽니는 여전?…

오세훈 약속에도 국토부 몽니는 여전?… 재건축 진도 못 나가는 목동·상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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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전 ‘1년 내 성과도출’을 공언한 상계동·목동 재건축 단지에서 ‘정밀안전진단’을 앞두고 사업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소관인 예비안전진단과 1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는 늘었지만,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대한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을 진행하는 국토교통부가 통과 문턱을 낮추지 않고 있어서다. 이 일대에서 재건축 단지 중에서 2차 안전진단을 통과한 곳은 상계동·목동 각각 한 곳에 불과하다.

◇ 예비안전진단 모두 통과한 노원 상계주공… 적정성 검토는 ‘주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12단지가 지난달 재건축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상계주공 1~16단지 중 재건축 안전진단을 추진하는 13개단지 모두 1차 관문을 통과하게 됐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예비안전진단→1차 정밀안전진단→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 순으로 이뤄지는데, 12단지를 끝으로 모든 단지가 첫 단계를 넘어선 것이다.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들은 두 차례의 정밀안전진단에서 모두 D(조건부 재건축)·E(재건축 확정) 등급을 받으면 재건축을 진행할 수 있다. A~C등급(유지·보수)이 나오면 재건축이 불가능하고, 노후도 등 단지 여건이 바뀐 후에 안전진단을 다시 시작해야한다. 1차는 민간 용역업체가, 적정성 검토인 2차는 공공기관(한국건설기술연구원·국토안전관리원)이 조사를 진행한다.

총 16개 단지·3만2487가구로 구성된 상계주공아파트는 재건축을 추진하지 않는 공무원 임대아파트인 15단지와 이미 재건축 사업을 마친 8단지(포레나 노원),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5단지를 제외한 13개 단지에서 재건축 안전진단을 추진하고 있다. 첫 단계인 예비안전진단의 경우 올해 상반기까지 10곳이 통과했고, 하반기 들어서는 상계주공 7단지와 4단지, 10단지가 각각 7월과 8월, 9월에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하반기에만 한 달에 한 단지씩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 단지들은 다음 단계인 정밀안전진단을 앞두고 주춤하고 있다. 예비안전진단과 정밀안전진단은 지자체 관할이지만,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대한 적정성 검토(2차 정밀안전진단)의 경우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이 맡아 진행하기 때문에 기준이 더 까다롭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근 태릉우성아파트의 경우 작년 10월 1차 안전진단을 48.98점(D등급)으로 통과했지만, 올 7월 진행된 2차에서 60.07점을 받아 재건축 불가인 C등급을 받고 재건축이 좌절됐다.

때문에 아예 정밀안전진단을 대선 이후로 늦추려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면 예비안전진단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다. 상계주공 3단지의 경우 1차 정밀안전진단을 앞두고 용역업체선정 입찰을 취소했다. 지난 4월 1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6단지 역시 같은 이유에서 2차 정밀안전진단을 보류했다.

상계주공3단지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현 제도 하에서는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기 어렵다고 보는 주민들이 많아 일단은 추후 절차를 보류하자는 기류가 지배적”이라면서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로 안전진단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정부의 문턱은 여전히 높아 아쉬워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언급했다.

◇ 적정성 검토 결과 기다리는 목동… “1년 넘도록 감감 무소식”

대단지 아파트인 목동신시가지 아파트가 자리잡고 있는 목동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 단지들은 상계주공 아파트와 달리 안전진단 속도가 빠르고 대부분의 단지에서 적정성 검토에 돌입했지만 최종적으로 재건축이 확정된 곳은 한 곳에 불과하다.

양천구청에 따르면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14개단지는 2018년경 예비안전진단을 모두 통과했고, 1차 정밀안전진단도 작년부터 올해 3월까지 잇따라 통과했다. 이후 8단지와 12단지를 제외한 나머지 12개 단지는 모두 2차 안전진단에 돌입했지만, 6단지만 통과했고 9단지와 11단지는 탈락했다. 나머지 9개 단지는 짧으면 8개월, 길면 1년 넘게 결과조차 나오지 않았다.

2차 안전진단에서 최종 탈락한 목동 신시가지 11단지에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총 14개단지로 구성된 목동신시가지 아파트는 상계주공 아파트보다 준공연도가 빨라 재건축이 더 일찍 추진됐던 곳이다. 재건축이 모두 완료되면 현재 2만6600가구에서 5만여 가구를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목동 일대의 주민들은 한때 신시가지 아파트 재건축을 통해 이 일대가 개발되고 주거환경도 개선되리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특히 오 시장의 당선과 함께 안전진단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안전진단 결과 발표가 늦어지고 일부 단지는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으면서 주민들의 관심도 예전만 못하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작년 6월 6단지가 2차 안전진단을 통과했을 때는 주민들이 신이 났고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지만, 벌써 1년이 넘도록 재건축이 확정된 단지가 나오지 않아 주민들도 많이 지쳤다”고 언급했다.

주민들은 사업 속도가 늦어지는 데 서울시의 잘못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안전진단 다음 단계인 정비구역 지정에 필요한 지구단위계획을 서울시에서 확정하지 않고 있어서다. 실제로 양천구청은 2018년 5월 주민열람공고 및 관계 부서 협의를 거쳐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단지 일대의 용적률과 관공서·학교부지 등 공공시설 배치계획을 바꾸는 내용을 담은 목동지구단위계획(안)을 수립했지만, 이후 수차례 심의를 거치면서 벌써 3년 넘게 계획이 확정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이 늦어질수록 서울 시내의 주택 공급난이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서울시내 아파트 공급이 늦춰지면 중장기적으로 집값이 오를 수 있다”면서 “아파트는 임대차 시장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만큼, 정부 입장에서도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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