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안방보험 소송 공방전

호텔매매

서울=뉴시스] 강수윤 기자 = 7조원 규모의 미국 내 15개 고급호텔 인수 계약 해지를 두고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중국 안방보험(현 다자보험)이 소송을 벌이는 가운데 오는 8월 미국에서 치열한 법정다툼이 예고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3일 중국 안방보험과 체결한 미국 15개 호텔 매매계약서에 대한 해지통지서를 매도인(안방보험) 측에 발송했다. 이미 지불한 7000억원 규모의 계약금을 보관하고 있는 에스크로 대리인(Escrow Agent)에게 계약금 반환 요청서를 전달했다.

앞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안방보험은 지난해 9월10일 안방보험이 소유한 뉴욕 JW매리엇 에식스하우스 호텔,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리츠칼턴 하프문베이 리조트 등 미국 호텔 15개를 총 58억 달러(7조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맺고 계약금 5억8000만 달러(약 7000억원)를 지급했다.

미래에셋은 전체 인수대금 가운데 16억 달러는 거래 종료 시점에 출자금 형태로 지급하기로 했다. 나머지 36억 달러는 외부에서 조달할 계획이었다.

당초 4월17일까지 잔금을 지급해 인수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계약 이후 인수 대상 호텔과 관련해 제3자와 소송 중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양측은 갈등을 빚게 됐다.

안방보험은 4월 중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해외 법인인 미래에셋글로벌인베스트먼트를 상대로 인수를 마무리하라는 소송을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제기했다.

이에 미래에셋도 지난달 3일 안방보험의 과실로 계약 해지권이 생겼다며 매매계약 해지를 통지했다. 미래에셋 측은 "안방보험이 지난달 17일 해당 거래의 종결을 희망했지만 안방보험의 거래종결 선행조건 미충족 사유를 발견했고 이에 따라 매도인의 매매계약서 위반사항이 발생했다"며 안방보험에 귀책사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에셋은 안방보험이 제기한 소송에 대한 답변서와 반소장을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 형평법원에 제출하며 본격 대응에 나섰다.

미래에셋은 답변서에서 안방보험이 제기한 청구를 모두 부인하고 거래종결시까지 호텔 15개에 대한 완전한 '권원보험(title insurance)'을 확보하지 못한 점을 강조했다. 부동산 등기제도가 없는 미국에서 매도인이 소유권자임을 확인하려면 전문 보험사의 권원보험 발급이 필요하지만 안방보험은 호텔의 소유권과 관련해 델라웨어 형평법원에 별건으로 피소를 당해 이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안방보험을 상대로 계약금 7000억원 전액에 대한 반환청구를 비롯해 미래에셋이 지출한 변호사 보수와 소송비용 전액에 대한 상환청구도 제기했다.

반면 안방보험은 "매도인에게는 권원보험을 확보할 의무가 계약서 어디에도 없다"면서 "매도인은 3개 호텔에 대해서만 종결해도 거래를 실행할 수 있지만 6개 전체에 대해 진행해 계약서상 증서 사기 관련 거래종결조건을 초과 충족한 것"이라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미래에셋과 안방보험은 오는 7월까지 두 달간 재판 전 당사자가 소송 관련 서증을 서로 공개하는 '디스커버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후 양측은 디스커버리 절차에서 찾은 문서를 반영해 8월19일 한 차례 준비서면을 교환하고, 8월24일부터 사흘간 변론기일을 진행하게 된다. 델라웨어 형평법원 1심 판결은 이르면 올해 8월말 또는 9월 초에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심까지 고려하더라도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소송전이 마무리 될 전망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매매계약은 정당하게 해지됐고, 오히려 안방이 계약금 5억8000만 달러를 반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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