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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뱅킹 가속화에… 은행점포·은행원 ‘off’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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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은행이 결국 소비자금융 사업을 접기로 했다.

모회사인 씨티그룹이 지난 4월 국내에서 소비자금융 부문 사업을 정리하겠다고 밝힌 후, 그간 한국씨티은행은 관련 부문의 매각을 추진해 왔지만 결국 적절한 상대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사업 폐지는 국내 은행과의 경쟁에서 뒤처진 탓도 있지만 금융환경의 지형도가 변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고객들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은행 점포를 찾는 대신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금융업무를 본다. 여기에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은 ‘언택트’ 현상을 가속화했다.

은행 점포 숫자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고, 은행원의 감소 추세도 이어지고 있다. 은행권에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가속 붙는 은행 점포 축소

은행 점포 폐쇄는 매년 국감의 단골 이슈로 올해 국감에서도 거론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시중은행 점포는 3492개로 전년 말보다 54개 줄었다. 지방은행과 특수은행을 포함하면 올해만 79개 점포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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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말 기준 시중은행 점포는 4314개, 지방은행은 964개로 5년 반 동안 각각 822개와 93개가 줄었다. 6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900개가 넘는 시중·지방은행 점포가 문을 닫은 셈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은행 점포폐쇄 중단 및 금융당국의 점포폐쇄 절차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은행들이 지난해 대규모 점포폐쇄를 단행하고, 올해만 9월까지 161개, 12월과 1월 사이 또 200여개 점포를 폐쇄하는 등 지난해보다 더 많은 점포폐쇄를 앞두고 있다”며 “금융감독원은 즉각 은행 점포폐쇄 현황을 점검하고 가이드라인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은행 점포가 빠르게 줄어들자 지난해 10월 금감원이 은행 점포폐쇄 시 사전신고 등을 포함한 가이드라인을 시행했지만 감소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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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올해 1·2분기 줄인 점포 수는 55개로 지난해에 비해 감소 추세가 주춤하는 듯했다. 하지만 3분기 들어 통폐합 점포 수가 117개로 급증했고, 4분기 추가로 줄이거나 줄일 예정인 점포도 80개나 된다. 올해에만 5개 은행에서 252개 점포가 줄어들게 되는데, 지난해 6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SC제일·씨티)이 줄인 238개보다 더 많다.

은행원도 함께 줄고 있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들 6개 시중은행의 6월 말 기준 직원은 6만6142명으로 1년 전인 지난해 6월 말 6만8170명에서 2028명이나 감소했다.

◆디지털 기술이 빈자리 메꿔

은행업계는 점포 축소에 대해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정보기술(IT) 발달로 디지털 금융으로의 전환이 빠른 국내 상황을 고려하면 점포 감소 속도가 빠르다고 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은행업계의 주장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은행 고객의 점포 방문은 줄어들고 인터넷 뱅킹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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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2021년 상반기 중 국내은행 인터넷 뱅킹 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금융서비스 채널별 입출금 및 자금이체 업무처리 비중은 인터넷 뱅킹이 70.6%를 차지한다. 자동화기기(CD/ATM) 비중은 18.9%이고 텔레뱅킹이 4.1%다. 창구 이용 비중은 6.1%에 그친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은 이러한 디지털 흐름에 기름을 부었다. 인터넷 은행의 직원 1인당 생산성은 전통 금융사를 크게 웃돈다. 전 업무를 비대면화한 인터넷 은행은 지점 운영 비용이 전혀 들지 않고 직원 숫자도 시중은행보다 훨씬 적다.

시중은행들은 이에 맞서 기존 점포를 줄이는 대신 디지털화에 속속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9월 기존 안양 평촌남 지점과 대구 다사 지점의 직원을 철수시키고, 금융권 최초로 ‘AI 뱅커’(인공지능 은행원)가 고객을 맞는 ‘디지털 라운지’를 설치했다. 또 최근 GS리테일과 함께 강원도 정선군에 있는 GS25 편의점 내에 ‘숍인숍’(매장 내 매장) 형태로 무인 ‘혁신점포’를 문 열었다. AI 뱅커와 바이오인증 등 정보기술(IT)이 접목된 점포로 필요할 경우 화상상담을 통해 원거리로 직원과 업무처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하나은행도 최근 BGF리테일과 손잡고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편의점인 CU 마천파크점에 혁신점포를 개설했다. 신한은행과 비슷한 콘셉트로 계좌 개설, 체크카드 발급 등이 가능하고 은행원과 화상상담을 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관계자는 “이 같은 혁신점포가 은행 점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격오지의 금융 격차를 메꿔 주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력 강화… 금융 소외, 고용 감소 딜레마

금융권의 이런 ‘혁신’ 바람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 역시 크다.

은행들은 당장의 구조조정은 없으며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하지만 향후 은퇴로 인한 직원 자연감소로 은행원 개개인의 업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이미 은행원들 사이에서는 소매금융부문의 미래는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노조원과 은행 경영진이 만나는 경우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이 영업점 폐쇄”라면서 “영업점이 사라지는 데 대한 직원들의 걱정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을 중심으로 영업점이 크게 줄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원하지 않는 수도권 발령을 받은 직원들이 오피스텔이나 합숙소에 거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무분별한 영업점 폐쇄는 일자리 감소 문제뿐만 아니라 (낙후지역, 노인 등) 금융 소외계층의 증가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지어 은행들은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지방에 공통 점포를 설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화한 것은 없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의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은행이 기존의 점포를 그대로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금융 소외계층이 늘어난다는 점에 집중해서 보완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인 등 온라인 뱅킹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위한 디지털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이 수익성을 빌미로 과도하게 점포를 줄였는지 살펴보고, 업무 효율성과 구성원이 업무를 감당할 수 있는지를 살펴 조정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2/0003633955?sid=101&lfrom=b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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