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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곳당 400억... 물류센터 냉난방 소극적이었던 쿠팡, 비용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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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최근 안성5물류센터 냉·난방 설비 설치에 400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이 운영하고 있는 전국 73곳(건설 중인 2곳 포함)의 모든 물류센터에 냉·난방 설비를 완비하기 위해선 3조원 가까운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쿠팡이 물류센터 냉난방 설비 설치를 미뤄온 게 천문학적인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쿠팡은 지난 8월 26일 안성5물류센터 작업장과 휴게실 등에 냉난방 겸용 에어컨 공조 장치와 덕트형 에어컨 공조 설비를 설치했다. 냉난방 설비를 갖추지 않은 쿠팡의 물류센터에 대해 비인권적인 작업 환경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관련 법인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서비스법) 제정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태도를 바꾼 것이다.

쿠팡은 그동안 "냉동 창고와 같은 특수목적 창고가 아닌 일반적인 물류센터의 경우, 상품 변질을 막는 등 안전한 보관을 위한 구조상의 이유뿐만 아니라, 소방 안전상의 이유로 물품 입출고 및 보관 장소에 냉난방 설비를 설치하지 않는다"고 설명해 왔다. 

태도 바꾼 쿠팡 "물류센터 냉난방 설비 확대"

안성5물류센터 냉난방 설비 설치 비용은 약 400억원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8일 안성5물류센터 냉·난방 설비 설치비용 관련 질의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다"면서도 "(안성은) 중규모인데 (유지·보수비용을 뺀) 설치비용만 400억원 초반이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쿠팡은 "안성5물류센터를 시작으로 전국 물류센터로 냉난방 설비 설치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쿠팡이 밝힌 계획대로 전국 73개 물류센터(강은미 정의당 의원실 자료)에 냉난방 설비를 설치할 경우 총 비용은, 중규모인 안성5센터에 든 비용을 평균으로 봤을 때 3조 원 정도 들 것으로 예상된다. 각 물류센터 면적에 따라 설치비용이 달라질 수 있지만 최소 조 단위의 비용이 필요한 셈이다. 

때문에 쿠팡이 냉·난방 설비를 갖추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결국 비용 아니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공동대표 권영국 변호사는 "제품 보존을 위해 냉·난방을 하지 않는다던 쿠팡의 이전 주장은 합당하지 않다"며 "다른 투자엔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붓고 있는 쿠팡이 작업 환경 개선을 기피했다는 건 그동안 직원들의 안전과 건강보다 이윤만을 추구했다는 반증"이라고 꼬집었다.

열악했던 물류센터 작업 환경

냉·난방 없는 열악한 쿠팡 물류센터 작업 환경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건 지난 1월 11일 일용직 노동자 최아무개씨가 사망하면서다. 당시 전국 곳곳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졌고, 최씨가 일하던 화성 동탄물류센터 주변은 새벽 4시 기준 영하 10.3℃의 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그럼에도 쿠팡은 직원들에게 핫팩 1개를 주는 데 그쳤다.

당시 최씨와 함께 일하던 직원들은 "난방이 되지 않아 패딩을 입고 일해야 했다"며 "개인물품을 소지할 수 없도록 하는 쿠팡 때문에, 8~10시간 일하는 동안 회사에서 주는 핫팩 1개에 의존해야 했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사업주는 작업자의 건강 장애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산업안전보건법 39조 1항(보건조치)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쿠팡은 "회사에서는 모든 직원들에게 핫팩 등을 제공하면서도 각 작업 공간의 특성을 고려하여 외부와 연결되어 있는 공간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에게는 방한복 등의 보호 장구를 추가로 지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 6월 17일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열악한 물류센터 노동 환경은 재조명되기도 했다. 별도의 냉·난방 설비가 없었던 내부 작업장엔 여러 대 선풍기가 한 콘센트에 연결돼 있었는데, 해당 콘센트에서 불꽃이 튀며 화재로 번졌다. 이후 겨울엔 극한의 추위와 싸워야 하고 여름엔 찜통 같은 더위와 맞서야 하는 쿠팡 물류센터 작업 환경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생활물류서비스법 시행... 작업 환경 바뀔까 

물류센터 노동이 새롭게 나타난 작업 환경인 만큼 물류센터 냉·난방 설비 설치를 강제할 관련법도 없는 상태였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도 작업 환경 개선을 위한 입법 논의가 이어졌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로 '생활물류서비스법'이 제정돼 지난 2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생활물류서비스법 36조(생활물류서비스종사자의 보호)는 '혹서·혹한·폭우 또는 폭설 등 기상 악화로 생활물류서비스 종사자의 활동이 어려운 경우에 대비한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12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쿠팡의 전국 물류센터는 근로자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환경 개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쿠팡은 업계를 선도하는 국내 최고 수준의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탄희 의원은 "쿠팡 노동자들은 여름엔 찜통더위, 겨울엔 혹한 추위를 견뎌야 했지만 쿠팡 측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냉난방기 설치에 소극적이었다"라며 "여론과 국회의 압박 이후에야 냉난방기가 설치되는 것을 보니 결국 그동안 쿠팡 측이 노동자 건강을 보호할 의지가 없었던 것이라는 판단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보여주기식 개선에 그치지 않도록 끝까지 살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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