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 기자] 최근 부동산 투자의 트렌드가 아파트에서 꼬마빌딩으로 옮겨가고 있다. 주택시장 규제에 갈 곳 잃은 유동자금이 꼬마빌딩으로 몰리는 이유는 임대수익, 시세차익, 절세효과 때문이다. 70% 대출도 한몫하고 있다. 똑똑한 꼬마빌딩 투자,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할까?
넘사벽이었던 ‘꼬마빌딩’ 투자, 거래 폭발 이유? 지난 7월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소재 한 아파트 전용면적 210.1㎡(약 63평형)이 새 주인을 찾는 데 무려 66억원에 들었다. 3.3㎡(1평)당 1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이 아파트는 불과 1년 전 47억원에 거래됐으나 1년 새 20억원 가까이 몸값이 올랐다. 아파트 값이 이처럼 천정부지로 오르는 데다 정부의 주택규제로 대출마저 어려워지자 비슷한 금액의 ‘꼬마빌딩’으로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꼬마빌딩은 명사로 정의된 부동산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연면적 3000㎡ 이하, 5층 전후 규모로 매매가 50억원 이내의 상업용 빌딩을 말한다. 최근에는 전반적인 부동산시장 오름세로 최대 100억원까지 꼬마빌딩으로 포함시키기도 한다.
지난 몇 년간 연예인들의 꼬마빌딩 매입 소식이 꾸준히 들리고 있다. 가장 최근 그룹 마마무의 솔라가 지하철 2호선 신촌역 1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꼬마빌딩을 45억원에 매입해 화제가 됐다. 뿐만 아니라, 악동뮤지션의 이찬혁과 그룹 엑소(EXO) 세훈, 배우 수지와 가수 보아 역시 꼬마빌딩을 보유한 ‘건물주’다.
연예인들의 매입소식을 통해 꼬마빌딩은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친숙한 존재가 됐다. 꼬마빌딩에 대한 관심은 투자로 이어졌다. 집값 폭등과 대출규제 등도 겹치며 비슷한 금액대의 꼬마빌딩으로 투자자들이 몰려 매년 거래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빌딩전문업체 '리얼티코리아’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1000억원 이하 빌딩 거래량은 368건이며, 이 중 50억원 미만 꼬마빌딩의 비중이 총 157건, 43%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47%보다 비중은 낮아졌지만 거래건수가 94건에서 63건 증가하며 높아진 인기를 실감했다.
50억원 미만 꼬마빌딩의 거래규모도 지난해 2900억원에서 올해는 4300억원으로 1400억원 늘었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액대의 빌딩에 투자수요가 몰리는 이유는 부동산시장의 연이은 규제가 주택시장에 편중됐기 때문이다.
강남아파트 가격과 비슷한 규모의 꼬마빌딩으로 투자자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최근 실제 거래된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8차 전용 210.1㎡의 매매가는 66억원에 주인이 바뀌는 등 꼬마빌딩과 비슷하거나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꼬마빌딩은 최근 새로운 부동산 투자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으며, 유명인들의 매입 소식이 알려지면서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며 “강남 아파트 매매가에 월 임대료 수익이 발생하는 건물을 매입할 수 있다는 점도 관심을 끄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쉬운 대출·낮은 세율, 향후 시세차익까지 연예인들이 투자처로 꼬마빌딩을 선택하는 이유는 뭘까? 일반인에 비해 대출이 수월하거나 매입 시 특별한 혜택이 있을까? 결론적으로 특별한 혜택은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꼬마빌딩 자체가 감정가에서 70%까지 대출이 수월하게 이뤄지고, 최근 저금리 기조로 연 2%대 대출도 가능하기 때문에 강남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는 여유를 갖췄다면 꼬마빌딩을 소유할 수 있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꼬마빌딩의 첫 번째 장점은 아파트와 비교해 대출이 수월하다는 것이다. 주택시장에서 서울 등 투기지역, 투기과열지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엄격하다. 해당 지역에 있는 9억원 이하의 주택은 LTV를 40%로 적용하고, 15억원을 넘는 주택은 아예 대출이 불가능해 본인 자금으로 구입하는 방법 밖에 없다.
그러나 꼬마빌딩을 포함한 상업용 부동산은 규제에서 자유롭다. 올해 초까지 법인의 경우 꼬마빌딩은 감정가의 최대 80%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최근 대출규제가 강화됐어도 70%까지 대출이 허용되기 때문에 주택보다 매입이 수월하다.
또한 꼬마빌딩은 주택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세금 부담이 적다는 장점도 갖췄다. 우선 세금폭탄이라 불리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꼬마빌딩은 세법상 주택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종부세 부과대상은 건물이 아니라 건물을 세운 토지만 포함된다. 종부세 부과 기준액은 주택의 경우 토지 공시지가 합계액이 6억원만 넘어도 종합부동산세가 적용된다. 다주택자의 경우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반면 상업용 건물은 80억원이 넘는 건물에만 종부세 대상에 해당한다. 꼬마빌딩의 매매가가 50억~60억원 사이에 형성되는 경우가 많아 이 경우 종부세를 낼 필요가 없다. 건물을 여러 개 보유해도 중과세가 없는 것도 장점이다. 거래시 개인보다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 절세에 더욱 유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선 향후 매매 시 시세차익에 대한 양도세가 개인은 45%이며 법인은 22%로 차이가 있다.
법인을 설립해 자녀를 주주로 포함할 경우 상속이나 증여에도 유리하다. 상속세나 증여세 부과 시에도 아파트와 비교해 적용받는 기준이 덜 까다로운 것도 장점 중 하나다. 상업용 부동산은 세액 산정 시 시가를 기준으로 하는 아파트와 달리 공시가격이나 국세청 기준시가 등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이나 국세청 기준시가는 시세와 비교해 60~70% 정도로 낮게 책정되기 때문에 부과되는 세액도 적다.
투자금 대비 높은 수익률도 꼬마빌딩의 장점으로 빼놓을 수 없다. 2분기 50억원 미만 꼬마빌딩의 수익률은 2.14%로 다른 금액구간 빌딩의 수익률을 앞질렀다. 꼬마빌딩은 상대적으로 낮은 금액에 매입이 가능하면서도 비슷한 입지에 자리한 규모가 큰 빌딩과 동등한 수준의 임대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익률이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꼬마빌딩은 규모가 작아 매매가가 낮을 뿐이지 임대료를 싸게 받는 것이 아니다”라며 “유동성이 높은 위치에 자리한 꼬마빌딩일수록 가치가 높기 때문에 임대료 상승폭도 높아져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환금성도 높고, 시세차익을 노려볼 수도 있다. 연예인들 역시 높은 시세차익을 거둔 사례들이 빈번하다. 배우 이종석은 지난 해 7월 신사동 소재 ‘89맨션’ 건물을 매입한지 4년만에 59억5000만원에 되팔았다.
이종석이 거둔 시세차익은 무려 20억5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우 이정재 역시 지난 2011년 4월 47억5000만원에 매입한 압구정로데오거리에 위치한 꼬마빌딩을 지난해 처분하면서 약 35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투자는 무조건 강남? “환금성과 입지 고려해야” 꼬마빌딩 투자 시 유의할 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환금성’과 ‘입지선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안정적인 임대소득도 중요하지만 지가가 높으며 매매가 원활한 지역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향후 시세차익을 염두에 두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거래가 활발하고 유동성이 좋을수록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꼬마빌딩은 서울시내 중에서도 강남권에 대한 높은 선호도는 여전하지만 최근에는 입지와 수익률이 좋은 마포, 송파 등지에 대한 매매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마포구와 성동구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2분기 개인 투자자가 선호한 자치구 상위 3개 지역은 강남구(30건), 송파구(11건), 서초구(10건) 순으로 강남 3구였다. 성동구(7건)와 마포구(6건)는 각각 4, 5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마포구가 20건이 거래되며 강남구(39건)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특히 강남 3구의 개인 매수량이 자치구별로 10건 이내로 늘어난 데 비해 마포구는 6건에서 20건으로 14건, 3배 이상 늘었다.
연예인들의 투자 사례를 살펴봐도 강남 뿐만 아니라 서울 전역으로 고르게 분포된 것이 나타난다. 반드시 강남이 아니어도 상권과 입지, 미래가치 등을 두루 고려해 투자처를 선택한 것이다.
마마무 솔라의 경우 서대문구 창천동 지하철 2호선 신촌역 일대를 투자처로 삼았다. 이곳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반면 꾸준한 인구유입이 이뤄져 향후 높은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입지라는 평가다. 악동뮤지션 멤버 이찬혁의 건물 역시 마포구 서교동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주변에 크게 형성된 상권과 지하철역 도보 3분거리에 위치한 점 등으로 미래가치가 높다는 것이 인근 부동산 업계의 설명이다.
가수 보아는 향후 미래가치를 내다본 투자를 진행했다. 용도변경 및 리모델링을 통해 향후 가치를 높여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보아가 소유하고 있는 건물은 광진구 자양동 일대로 현재 추진 중인 ‘자양 재정비 촉진지구 정비사업’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입지다.
또한 리모델링을 통해 건물 가치를 높였으며, 재정비 촉진지구에 묶여 향후 재건축 시 현재 적용된 177%의 용적률보다 높게 적용 받을 수 있어 현재 3층보다 더 높은 6층으로 다시 지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재국 리얼티코리아 팀장은 “꼬마빌딩도 다른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강남과 가까운 입지를 중심으로 수요가 퍼져가는 경향이 있다”며 “마포구의 경우 서교동·연남동·망원동 상권이 퍼지면서 인기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지역보다 도심과 접근성이 가까운 역세권, 상권 등 입지와 코너자리, 전면이 넓은 건물 등 전반적인 조건이 좋은 경우 투자수요가 이어지고 환금성이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꼬마빌딩 향후 전망 ‘맑음’ 전문가들은 꼬마빌딩 투자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부동산 규제가 덜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세액부담이 늘어가면서 상대적으로 수월한 대출과 적은 세액부담, 단기 시세차익을 통한 수익실현 등의 장점이 투자자들에게 큰 매력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상권축소가 영향을 끼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하지만 주택과 달리 상가는 여러 채를 보유하더라도 중과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빌딩은 개인 명의로 사서 3년 이상 보유할 경우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받을 수 있다. 3년 이상 보유 시 최소 6%, 10년 이상은 20%, 15년 이상은 최대 30%까지 공제가 가능해 투자 매력을 충분히 갖췄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꼬마빌딩은 대부분 5~6년 전과 비교해 매매가가 2~3배 올랐다”며 “아파트보다 대출이 잘 나오고 꼬마빌딩이 안전자산이란 인식도 높아진 데다 세액부담도 적어 유동자금이 꾸준히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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