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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때문에 골치"… 부지 매각·개발에 속썩는 기업들

박원순 시장은 대한항공 직원들이 뼈를 깎는 고통으로 생존권을 사수하는 모습은 안중에도 없는 건가요?" (대한항공 노조원 A씨)

대한항공 (17,200원▼ 550 -3.10%)과 서울시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자 서울 종로구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를 매각하려 나섰지만, 서울시가 "공원을 만들 테니 부지를 4761억원에 팔라"는 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자기 땅마냥 문화 공원 개발 계획을 발표한 탓에 입찰 참여 업체는 한 곳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대한항공 사측은 물론 노조까지 나서 서울시를 규탄하고 있다. 대한항공 노조는 17일부터 19일까지 시청 앞과 박원순 시장 공관을 찾아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대한항공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11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 매각을 방해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와 의견 충돌로 부지 개발이나 매각 등이 난항을 겪는 기업은 대한항공뿐만이 아니다. 서울시와의 개발 협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수년간 금싸라기 땅에 첫 삽도 뜨지 못하는 일이 적지 않다.

롯데쇼핑 (81,100원▼ 600 -0.73%)은 서울시의 규제에 수년간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상암 롯데몰 사업은 7년이 넘도록 서울시의 사업허가를 받지 못해 표류하고 있다. 서울시는 2013년 4월 롯데쇼핑에 판매·상업시설 용도로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인근 부지를 매각했으면서도, 법적 근거도 없는 ‘인근 전통시장과의 상생협의’를 요구하며 건립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롯데쇼핑은 이후 판매시설 비율 축소와 상생 협력 방안을 제시하면서 전통시장 17곳 중 16곳의 입점 동의를 받았지만, 서울시는 망원시장과 합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세부개발계획안 심의를 보류했다. 롯데쇼핑은 결국 지난해 서울시에 "허가를 해주지 않을 거면 토지를 되사가라"고 초강수를 두기까지 했다.

양측의 갈등은 감사원이 지난해 12월 서울시에 경고한 뒤에야 해소 국면을 맞은 상황이다. 감사원은 "서울시가 심의 절차를 부당하게 지연해 롯데의 재산권 행사가 6년간 제한됐다"고 지적했다. 롯데쇼핑은 올해 초부터 상암 DMC 쇼핑몰 설립 계획서 제출을 다시 준비 중이다.

하림 (2,930원▼ 55 -1.84%)은 서울시와 4년이나 협의한 뒤에야 겨우 부지 개발 방식 조율을 마쳤다. 하림은 2016년 4525억원을 들여 양재 트럭터미널 부지를 매입해 해당 부지를 도시첨단물류단지로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가 연구개발(R&D) 단지로 개발하자는 입장을 내세워 용적률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양측의 입장 차이에 정부는 이달 초 "도시첨단물류단지와 R&D 단지로 복합개발을 하자"로 결론을 지었다. 정부가 올해 하반기 개발계획 심의를 시작하면, 하림은 서울시와 합의 후 내년 말 착공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CJ제일제당 (369,500원▲ 9,000 2.50%)은 올해 2월 기대보다 2000억원 가량 낮은 가격에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있는 부지를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은 서울시의회가 조례를 개정하기 전 개발계획(주거단지 60%·비주거단지 40%)을 제출했으나, 매각 당시에는 개정 후 조례(주거단지 50%)를 적용받게 돼 수익성이 소폭 낮아졌다.

CJ제일제당은 당시 "가양동 부지에 2015년 개정된 조례를 적용하는 것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벗어나는 것이 아니냐"고 했으나, 서울시의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이 조례개정으로 2000억원 가량을 손해 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행정소송을 걸면 상황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매각을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정부가 기업들과의 신뢰를 뒤흔드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기업·국민은 상호신뢰 관계가 구축
돼야 장기적인 윈윈 관계가 될 수 있는데 지방정부가 약속을 어기거나, 섣부르게 나서서 관계를 망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서울시가 더이상 월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서울시가 기업들의 사유재산을 침해하거나 발목을 잡는 행정을 지속해서 펼치고 있다"며 "계속 대립을 만드는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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