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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골탈태하는 리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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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고의 임대료를 자랑하는 명동 상권의 공실률이 올해 1분기 38%에서 2분기 43%로 상승했다. 가로수길의 터줏대감인 커피전문점 커피스미스도 폐업했다.

내부에는 텅 빈 상가들이 즐비하고 건물 유리창엔 '임대'라는 두 글자가 써 붙여져 있다. 언론에서 접하는 상가나 상권 관련 소식은 공실률 상승, 폐업 등 하나같이 마음 아픈 소식들 뿐이다.

상업용 부동산에서 상가는 가격이나 임대료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가두점은 말할 것도 없이 오피스 빌딩이나 복합 건물의 경우에도 상가는 그 건물의 얼굴 역할을 톡톡히 한다. 입구가 위치하는 1층 로비부터 2층이나 그 이상까지도 상가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보행자나 자동차, 버스 승객의 눈높이에 위치한다. 건물의 이름은 모르지만 1층에 'OO'이 있는 건물이라고 하면 누구나 쉽게 찾아간다.

집객력 측면에서도 상가가 오피스, 호텔보다 우수한 부동산이다. 이런 상가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부동산 개발이나 투자시 상가를 전체 개발 면적에서 얼마나 넣어야 할 것이며 어떤 업체로 채워야 성공할 것이냐는 게 업계의 고민이 되고 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쇼핑을 하거나 단순히 만남을 가져도 여름엔 냉방, 겨울엔 난방이 잘되고 미세먼지로부터 안전한 실내, 특히 다양한 상가가 모인 실내 쇼핑몰을 선호했다. 그러나 지난 20여 개월 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많은 사람이 모이는 실내, 지하 상가, 대형 마트 등을 피하고 있다. 오픈 스페이스는 물론 환기나 채광이 우수한 시설 등 이용객의 우려를 낮추는 계획이 주목 받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상가의 물리적 측면에 대한 구성과 기획 이전에 상가의 생존 자체에 대한 우려와 절실함이 현실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모든 상가가 인스타그램 성지, 핫 플레이스로 떠오를 수 없으며 그런 업체로 모든 면적을 채울 수도 없다.

임대인이 무엇으로 채울까 고민하는 반면 임차인은 어떻게 운영할지 고민한다. 온라인 전자상거래가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급속도로 축소하던 유통업계에서 최근 오프라인 매장을 다시 늘리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온라인만으로는 지속가능성이 없고 오프라인만으로는 생존이 불확실하기에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는 옴니채널(omni-channel)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았다.

대형마트의 경우 영업이익이 쪼그라드는 점포를 폐점하던 기존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점포를 재단장하거나 대형 점포를 새로 열어 고객을 불러 모으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작년에 12개 점포를 정리했지만 올해는 폐점 대신 효율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서울 은평점에 대규모 반려동물 전문 매장을 열고 재단장했다. 서울 잠실점엔 와인 전문 매장을 곧 열 예정이다.

이마트도 지난 6월 매출이 저조했던 구로점을 폐점하는 대신 '노브랜드' 등을 입점시켜 재단장했다. 신도림점 등에서는 온라인으로 주문받은 제품을 포장하고 배송하는 PP(Picking&Packing)센터를 확대했다. 온라인 물량을 처리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이름에서 아예 백화점을 빼버린 여의도의 '더현대 서울'은 개점 후 한 달 만에 매출액 1000억원을 기록했다. 백화점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연 매출 1조원에 도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더현대 서울의 성공 요소로 매장 면적을 줄여 고객 동선을 확보한 게 꼽힌다. 방문객이 오래 머무르며 쉴 수 있는 실내 공원을 조성한 것도 주효했다.

스타벅스는 2년 연속 매장 수 확대와 실적 호조를 이어가며 올해 상반기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커피전문점으로는 사상 최초다. 스타벅스는 차별화된 메뉴, 굿즈, 혁신적 IT서비스 개발 등이 성공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비대면 주문인 '사이렌 오더'는 전체 온오프라인 주문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졌다. 이용자 4명 중 1명꼴로 사용했다. 차량에서 내리지 않고 주문하는 드라이브 스루의 이용건수도 전년 동기보다 40% 이상 급성장했다.

결국 코로나19 이후의 상가는 고객 가치에 초점을 두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이상적으로 결합된 형태를 갖춰야 생존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두가 더현대 서울, 스타벅스가 될 수 없다. 국토연구원이 발행한 '코로나19 유행 1년간의 서울시 지역경제 변화와 시사점'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에 패스트푸드와 노래방, 당구장, 편의점 등이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반찬가게와 골프연습장, 약국 등은 오히려 매출이 늘어나는 특수를 누린 것으로 분석됐다. 다양한 상가가 함께 해야 모두 살아남을 수 있다는 데 업계의 고민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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