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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이냐 보존이냐]① “문화재가 나왔다고요? 공사 잠정 중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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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인근에 20층까지 지은 아파트가 철거 위기에 놓여있다. 문화재청이 이 아파트가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건설사 측은 절차 대로 공사를 진행했다고 하지만, 이 아파트를 철거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까지 올라오는 등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문화재는 아니지만, ‘역사적 가치가 높다’는 노후 건축물을 보존하는 문제로 건축심의가 지연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문화재 보존과 지역 개발 사이의 해법은 없을까. 최근 사례를 통해 보존과 개발의 공존 방법을 모색해봤다.

공사 과정에서 발굴된 기와가마 등 유물 보존 문제로 착공이 3개월 이상 지연된 서울 용산구 아세아아파트 재건축 현장 / 김송이 기자
 
공사 과정에서 발굴된 기와가마 등 유물 보존 문제로 착공이 3개월 이상 지연된 서울 용산구 아세아아파트 재건축 현장 / 김송이 기자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의 아세아 아파트 재건축은 착공이 3개월 이상 미뤄지고 있다. 이 부지에서 발견된 조선시대 유물 보존 문제를 두고 관계 기관과 시행사, 주민들이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용산역과 신용산역 등이 가깝고, 한강 조망이 가능해 용산의 ‘알짜부지’로 불리는 이 아파트는 올해 하반기 분양 예정이었다. 현재로서는 분양이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전국 곳곳 공사 현장이 문화재 문제로 공사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발 과정에서 유물이 발견된 경우 보존 문제를 두고 이해관계자 사이에 이견이 생긴다. 문화재 근처 공사 현장의 경우 문화재청이 공사를 불허하는 경우가 많다. 문화재 보존과 지역 개발 사이에서의 갈등이 전국 전역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 땅 파면 쏟아지는 유물… 보존 방안 골머리

아세안 아파트 재건축 공사가 지연된 것은 지난 2019년 현장에서 기와가마(기와를 굽는 가마) 17기 등 유물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이를 보존하라는 결정을 내렸고, 고민 끝에 용산구청과 시행사는 이 부지 건너편 주상복합 단지 내부 구유지에 ‘기와터공원’을 만들어 유물을 옮기기로 했다.

문제는 주민 발발이다. 기와터공원이 조성될 예정인 단지 주민들은 ‘사생활 보호’를 내세워 공원 조성을 반대하고 있다. 단지 내에 공원이 조성되면 유물을 보러 오는 외부인들의 출입이 많아져 입주민들의 사생활이 침해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문화재청에 유적지 시설 조성 반대 서명까지 제출한 상태다.

서울 용산구 아세아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발굴된 기와가마 / 용산구청
 
서울 용산구 아세아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발굴된 기와가마 / 용산구청

기와가마 등 보존 문제가 언제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시행사 측에서 기와터공원 대체부지를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대체부지가 확보돼도 해당 부지가 기와가마 보존터로 적절한지 문화재청에 별도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영 관계자는 “언제 착공이 이뤄질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문화재 보존에 대한 문화재청의 행정처분이 국민권익위원회의 심판을 받은 경우도 있다. 부영그룹이 대한제국 당시 황실 영빈관으로 사용됐던 ‘대관정(大觀亭)터’에 호텔을 짓는 사업이 그 예다. 부영그룹의 호텔 신축 사업은 사업계획 인가부터 공사 과정에서도 번번이 문화재에 발목을 잡혔다.

호텔이 들어설 대관정터는 역사적 의미가 크다고 평가받는 곳이다. 대한제국 당시 황실에서 영빈관으로 사용됐던 것은 물론, 을사늑약 전 일본군 사령부가 들어섰다. 이후 경성부립도서관으로 이용됐고, 광복 후에는 민주공화당 당사로 쓰였다. 부영그룹이 이 부지에 호텔을 짓겠다고 하자, 학계에서는 유구(건축물 등의 유적을 구성하는 일부) 원형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5년 서울시는 대관정 터에 27층 높이의 호텔을 짓겠다는 부영그룹의 개발계획을 허가했다. 단, 조건이 있었다. 부지에서 발견된 초석(건물 기둥을 받치는 돌)과 벽돌 등 대관정 유구를 호텔 2층에 이전해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호텔 신축과정에서 근·현대 건축물의 외벽 마감재로 추정되는 물체가 떨어져 지나가는 차량이 파손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갈등이 다시 시작됐다.

원형을 보존할 수 없다는 부영그룹과 원형 보존 없이는 호텔을 지을 수 없다는 문화재청간의 갈등은 지난달 17일에야 일단락됐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기술적 검토 없이 원형 보존만을 주장하면서 호텔 신축 허가를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 ”500m 선이 공사현장의 운명을 가른다”

공사현장에서 문화재가 발견되지 않아도 공사 진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공사현장 인근에 문화재가 있다면, 착공 전 문화재청의 심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지정문화재의 외곽경계로부터 500m 이내를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으로 지정하고, 개발 행위를 할 때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강원 춘천시 근화동 당간지주. 보물 제76호로 지정된 이 문화재 훼속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문화재청이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건설사업을 불허했다. / 다음 로드뷰
 
강원 춘천시 근화동 당간지주. 보물 제76호로 지정된 이 문화재 훼속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문화재청이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건설사업을 불허했다. / 다음 로드뷰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건설사업은 현상변경 허가의 벽을 넘지 못해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최근 춘천시에 춘천 근화동 당간지주 주변 춘천~속초 철도건설 행위에 대한 재불허를 통보했다. 지난 8월 문화재청이 사업 시작점인 춘천시 근화동 제1공구 내 철도건설에 대해 건설 행위 불허를 한 뒤, 춘천시가 ‘문화재 현상변경 신청’을 재차 불허한 것이다.

사업 시작점인 춘천역에서 800m 떨어진 당간지주가 문제가 됐다. 당간지주는 당(幢·불화를 그린 기)을 거는 장대인 당간(幢竿)을 지탱하기 위해 좌·우에 세운 기둥으로, 근화동 당간지주는 보물 제76호로 지정된 국가 지정 문화재다. 지하로 지나는 철길과 40m, 지상 수평으로는 30m 거리에 있어 현상변경 신청 대상이다.

앞서 지난 8월 초 춘천시는 문화재청에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 등의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문화재청은 철길이 문화재 가까이 지나면서 진동과 지하수 유입으로 당간지주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불허했다. 강원도와 춘천시는 지난달 초 재심의를 신청했지만 문화재청은 또다시 불허 결정을 내렸다.

문화재청은 지상에 노출된 철도 선로가 당간지주와 근접하기 때문에 선로 변경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두번째 현상변경 신청을 허가하지 않으면서 철도공사를 할 때 발생하는 진동·수위가 당간지주 훼손에 문제되지 않는다는 국가철도공단의 의견 등을 재검증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강원도와 한국철도공단 등 관계 기관은 또다시 문화재청 심의를 통과하기 위해 허가서를 보완하고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문화재 보호도 중요하지만, 동서고속화철도 건설은 주민들의 속초 접근성 향상과 외부 인구 유입 등을 위해 중요한 사업”이라면서 “선로 변경 등의 문화재청 요구를 수용하려면 설계부터 다시 해야 하고, 사업기간도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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