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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백자 본떠 예술이 된 건물, 몸값도 최소 3배 껑충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 홍익대 정문 맞은편에 있는 'H-PULSE 하나멤버스 라운지'(왼쪽). 이 건물을 디자인한 조승봉(오른쪽) 씨앤에이건축사사무소 소장은 건물에 한국의 미(美)를 담기 위해 새하얀 파도 속에 푸른색 조선백자가 가지런히 서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씨앤에이건축사사무소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 홍익대 정문 맞은편에 있는 'H-PULSE 하나멤버스 라운지'(왼쪽). 이 건물을 디자인한 조승봉(오른쪽) 씨앤에이건축사사무소 소장은 건물에 한국의 미(美)를 담기 위해 새하얀 파도 속에 푸른색 조선백자가 가지런히 서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씨앤에이건축사사무소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 홍익대 정문 맞은편에 순백색 조선 백자를 빼닮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2019년 12월 문을 연 ‘에이치 펄스(H-PULSE) 하나멤버스 라운지’.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로 하나은행이 영업점과 VIP 서비스를 위해 지었다. H-PULSE는 하나은행과 홍대 거리, 힙스터(Hipster)의 ‘H’와 ‘PULSE’(리듬·흥분·활기)를 결합한 이름이다.

이름에 걸맞게 공간 대부분은 시민을 위한 문화 공간으로 개방했고,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버스킹(길거리 공연) 명소이자 만남의 장소로 인기가 높았다.

하나은행은 건물 자체 수익성보다 기업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특히 외관에 신경 썼다. 건축비로 일반 건물 1.7배 수준인 80억원을 들일 만큼 공을 들였다. 이 건물을 디자인한 조승봉 씨앤에이건축사사무소 소장은 “한국의 미(美)를 담기 위해 새하얀 파도 속에 푸른색 조선 백자가 가지런히 서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했다. 조 소장은 땅집고 인기 과정인 ‘수익형 리모델링 클래스’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기존에 있던 건물의 모습. 40년 된 평범한 2층짜리 건물을 허문 자리에 'H-PULSE'가 들어섰다. /씨앤에이건축사사무소
 
기존에 있던 건물의 모습. 40년 된 평범한 2층짜리 건물을 허문 자리에 'H-PULSE'가 들어섰다. /씨앤에이건축사사무소

◇지역 명물로 재탄생… 건물 가치도 ‘쑥’

이 건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하얀 인조 대리석으로 마감한 외벽. 손바닥만 한 정육각형 인조 대리석 타일을 하나하나 이어 붙였다. 타일 안에는 조명 도구가 숨어 있다. 밤이 되면 건물 외벽이 일종의 스크린이 돼 영상을 띄운다. 대리석 타일을 외벽에 붙이는 각도를 다양하게 조절해 겉에서 보거나 빛을 비췄을 때 입체적인 느낌이 든다.

다만 고층으로 갈수록 건물 외벽 면적이 넓어져 창문 면적이 줄어드는 단점은 있다. 이를 보완하고 실내 쾌적성을 높이기 위해 대개 3m 정도인 층고를 3.3m까지 높였다. 특히 1층은 일반 건물 2배인 6m까지 높였다. 총 7층 건물인데 높이는 9층 수준이다.

고층부는 앞쪽에 창이 없어 건물 뒤쪽에 통풍과 환기를 위한 작은 창을 달았다. 6~7층에 레스토랑이 입점했는데 독특한 외관에 아늑한 분위기가 곁들여 멋스럽다는 평가다. 조 소장은 “도심 인근에 건물을 지을 때 주변 건물 눈치를 많이 보게 된다”면서 “에이치 펄스는 고층부에 큰 창이 없어 문제 없이 넘어갔다”고 말했다.

건물 앞면과 뒷면에는 각각 다른 마감재를 써 분위기가 완전 딴판이다. 건물 정면과 우측면 일부는 인조 대리석으로 마감했지만 1층 뒤편에는 송판 나뭇결이 있는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했다 노출 콘크리트와 나무의 거친 질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나은행이 영업점과 VIP 고객 서비스를 위해 지은 'H-PULSE' 3층 영업장 내부. 딱딱하고 폐쇄적인 은행의 이미지를 벗어나 대화를 나누거나 책을 읽는 시민 광장처럼 활용한다. /씨앤에이건축사사무소
 
하나은행이 영업점과 VIP 고객 서비스를 위해 지은 'H-PULSE' 3층 영업장 내부. 딱딱하고 폐쇄적인 은행의 이미지를 벗어나 대화를 나누거나 책을 읽는 시민 광장처럼 활용한다. /씨앤에이건축사사무소
 

◇두 얼굴의 건물 외벽… ”은행 틀 깼다” 호평 일색

H-PULSE는 원래 40년 된 평범한 2층짜리 하나은행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지었는데 공간 배치가 이색적이다. 하나은행은 중간층인 지상 3~5층만 쓴다. 사무 공간과 VIP 관리실이다. 지하 2층에는 200여 석의 실내 공연장이 있고, 지하 1층에는 베이커리, 지상 1층은 공원과 버스킹이 가능한 야외 공연장, 2층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하는 열린 공간이다. 꼭대기층인 6~7층과 루프톱에는 카페와 음식점이 있다.

하나은행은 건물 디자인뿐 아니라 시민 개방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한다. 건물 내 하나은행 고객센터 역시 딱딱하고 폐쇄적인 기존 은행의 모습을 벗어나 시민 광장처럼 활용한다. 고객센터 내 광장형 좌석에 앉아 대화를 나누거나 책도 읽을 수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가진 고지식한 틀을 깨고 H-PULSE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하나은행 VIP로서 대우받는 느낌을 받도록 해 홍보 효과가 크다”고 했다.

H-PULSE가 홍대 거리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으면서 건물 가치도 자연스럽게 뛰었다. 설계를 확정한 2016년 당시 기존 건물 매매가는 100억원 수준이었는데 현재 매매가는 최소 3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조 소장은 “건물 가치는 기본적으로 땅값에 좌우되지만 건물을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부동산 가치가 오르기도 한다”며 “H-PULSE는 디자인적 완성도를 높여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건물과 주변 땅의 가치가 함께 올랐다”고 말했다.

https://www.chosun.com/economy/real_estate/2021/09/28/QIZ64SNUJNC5RJTRI2FYEI4H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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