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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값을 아십니까]② 볕이 안 든다고 무조건 소송?… “늘 인정받는 권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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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서울 송파 동부센트레빌아파트 54가구 소유자들이 소송을 냈다. 상대는 바로 앞에 지어지는 가락시영아파트재건축정비사업조합(헬리오시티). 센트레빌 소유자들은 일조권이 침해됐다면서 일정 층수를 초과하는 일체의 신축 공사를 금지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헬리오시티 1개 동 2개 라인에 대해 각 10층을 초과하는 신축 공사를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중층 아파트를 고층 아파트로 재건축하는 시대다. 일조권 갈등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특히 강남구 개포동이나 송파구 가락동 등 대형 재건축 사업장이 있는 곳은 최근 들어 더 갈등이 많았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배상받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사실 법적으로 일조권 침해를 인정 받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법원의 판단이 일반인의 통념과는 좀 다르기 때문이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집 앞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서 속상하다거나, 체감적으로 손해를 봤다는 생각에 무조건 일조권 침해 손해배상 소송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엄연히 패소 확률도 있기 때문이다.

9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과 청담동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연합뉴스
 
9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과 청담동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연합뉴스

◇ “다함께 사는 도시, 이 정돈 참고 삽시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일조권 소송을 진행하고 싶다고 찾아온 의뢰인에게 빠지지 않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바로 배우 ‘장동건’이 사는 공동주택과 배우 겸 가수 ‘임창정’이 공동소유한 건물 이야기다. 2007년에 있었던 10년도 더 된 법적 분쟁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일조권 소송에서 승소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다.

소송의 쟁점은 신축 건물 탓에 A아파트 거주자의 시야가 일부 가려지고 일조시간도 이전보다 침해됐다는 점이었다. 신축 건물은 A아파트와 27~42m 거리에 있었다. 당시 아파트 주민들은 880만~8300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일조권이나 조망권 감소가 수인 한도를 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참고 살 만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동지 일을 기준으로 9시부터 15시까지 6시간 동안 일조 시간이 연속하여 2시간 이상 확보되지 않거나, 동지일을 기준으로 8시부터 16시까지 8시간 동안 일조 시간이 통틀어 4시간 이상이어야 한다는 기준을 초과하는 수준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법무사무소 서담의 최은미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신축 건물이 건축법을 준수해 지어진 데다, 일조권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여러번 설계를 변경하거나 층고를 덜 올렸다고 한다면 이를 감안해 손해배상액의 40~60% 정도만 인정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도시개발에 따른 공익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누군가의 일조권만 보장해줄 수 없다는 취지”라고 했다.

이 때문에 일조권 침해 소송에는 일부 승소인 경우가 많다. 일조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판결문에 “공급이 제한된 토지의 효율적인 배분과 이용이라는 공익적 측면에 비춰 어느 한 당사자에게 일조 이익을 절대적으로 보장하기는 어렵다. 이에 손해배상액을 제한한다”는 내용이 통상적으로 들어가는 이유다.

◇ “속상하겠지만 감정적으로 나설 소송은 아냐”

일부 승소가 많다는 점은 섣불리 소송에 나서선 안 된다는 뜻과 같다. 일부 승소했다는 뜻은 일부는 패소했다는 뜻과 같기 때문에 잘못하면 상대측의 소송 비용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대구의 한 소송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 지난해 새로 짓는 고층 오피스텔. 그 남쪽과 서쪽에 면해있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소송을 걸었다. 모두 일조권을 침해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피스텔 남쪽의 아파트 주민들은 일조권 침해 사실을 인정 받았고, 오피스텔 서쪽의 아파트 주민들은 일조권 침해 사실을 인정 받지 못했다. 해당 동은 동향으로 건축돼 원래부터 누리던 일조권 시간이 짧았다는 점이 감안됐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신축 오피스텔에 따른 일조권 침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배상 의무도 없다고 본 것이다.

이 때 오피스텔 서쪽 아파트 주민들은 오피스텔 시행사로부터 소송비용 구상권 청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일조권을 침해 받은 것 같아서 소송을 건 것 뿐인데, 소송 비용과 변호사 비용을 지불하고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로, 상대 측 소송 비용을 부담하게 생긴 것이다. 법무법인 도시와 사람의 이승태 변호사는 “이런 점 때문에 소송에 들어가기 전에 법원에서 인정받은 기관에 일조권 침해 여부를 확인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동시 다발적으로 개발이 진행될 경우에도 일조권 침해 여부를 인정받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일조권은 기존에 누리던 생활권리인데 신축 아파트와 신축 오피스텔이 거의 동시에 개발계획이 세워지고 준공이 됐다면 그간 누려온 권리 가치가 높지 않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패소가 아닌 일부 승소의 경우도 실익이 없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 일부 승소의 경우엔 일조권 침해에 따른 시세 하락 분의 40~60%만 인정해주는 경우다. 예를 들어 감정평가액이 일조권 침해에 따라 5000만원으로 책정됐고, 일부만 승소해서 40%만 인정 받았다고 하면 2000만원만 손에 쥘 수 있다. 여기에서 변호사 비용과, 일조권 침해를 측정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비용, 인지대 등 실제 소송비용과 시간을 감안하면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

한 변호사는 “일조권 침해를 일부 인정 받아 위자료와 시세하락분에 대한 손해배상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만약 패소한 부분에 대한 소송비를 상대편이 구상청구할 수도 있는데다 로펌사에 각종 비용을 지급하고 나면 소송 실익이 없는 경우도 있다. 소위 변호사만 좋은 일 시키는 것”이라면서 “감정적으로 소송에 나설 일은 아니고 소송 전에 승소 가능성을 냉정하게 따져보고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 밖에도 조망권은 인정받기 쉽지 않은 데다 소음과 분진은 시공사에 책임을 따져야 할 문제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최은미 변호사는 “집 앞에 고층 건물 공사장이 들어오면 인근 주민들은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고 화를 내기 쉽지만 소음과 분진은 시공사에 물어야 할 사안이고, 일조권과 조망권은 시행사에 문제제기를 할 수 있지만 법적 요건이 꽤나 까다롭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https://biz.chosun.com/real_estate/real_estate_general/2021/09/27/56D7J2NYK5FJFFOLU2ZOSJ3QB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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