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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m 목조 호텔, 레고처럼 쌓은 18층 대학 기숙사… 건축은 ‘나무 혁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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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극복을 위한 인류의 노력이 한창이지만, 앞으로 직면할 더 심각한 문제는 바로 ‘지구 온난화’일 것이다. 기후변화 시대에 도시와 건축에 목재를 도입하자는 생각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나무가 화려하게 다시 등장하고 있다. 목재 가공과 건축공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미 24층 목조 건축물이 지어졌고, 앞으로 수년 안에 40층 규모의 하이브리드(혼합식) 건물도 건립될 것이니 가히 ‘나무 혁명’이라 부를 만하다.

아직도 나무를 한옥이나 주택에 국한한다면, 또 유행이 지난 구식으로 여긴다면 시대착오다. 여기에 소개된 현대 목조건축을 살펴보면 나무가 왜 친환경적인지, 왜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지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시대가 지나가고 여행이 자유로워진다면 직접 만나 보시길 권한다. 혁신적인 건축 디자인의 트렌드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 건물인 노르웨이 '미에스토르네'. 높이 85.4m의 호텔·주거용 복합 건물이다. /MOELVEN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 건물인 노르웨이 '미에스토르네'. 높이 85.4m의 호텔·주거용 복합 건물이다. /MOELVEN

1. 85.4m. 세계 최고(最高) 목조건물 – 노르웨이 ‘미에스토르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로 2시간 정도 거리에 위치한 브루문달은 인구 1만명도 되지 않는 작은 마을이지만, 이 건물 하나로 전 세계에 친환경 도시의 명성을 얻었다. ‘미에사 호수의 탑’이란 뜻을 가진 호텔·주거 복합 건물 ‘미에스토르네(Mjøstårnet)’는 높이 85.4m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 건축물이다. 목조건물이 1~2년마다 점점 높아지는 추세를 생각하면 ‘세계 최고(最高)’라는 미사여구는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르지만, 이 건물에 적용된 아이디어는 세계 최고답게 훌륭하다.

지역에서 생산된 목재에 지역의 기술을 적용했다. 지속 가능한 개발의 모범 사례다. 원래 이 지역은 오래전부터 임산업과 목재 가공 산업이 발달한 곳. 공사 현장과 불과 15㎞ 떨어진 제재소에서 만든 공학용 목재를 건물의 골격에 해당하는 주요 구조에 사용했다. 지역에서 생산할 수 없는 자재는 최소화했는데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외지에서 수입하려면 비용도 비싸지만 운반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친환경 건축이라는 의도에 어긋난다.

지역에서 생산한 음식을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처럼 건축도 지역에 기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해외에서 자재를 마구 들여와 공사하는 우리의 생각과는 그 결이 다르다. 못·철물과 나무를 결합하는 지극히 단순한 기술을 사용했지만 담고 있는 이상은 높다. 현대 목조건축이 말하는 ‘기술은 간단하게, 생각은 높게(Low Tech, High Concept)’ 그 자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기숙사로 지어진 브록 커먼스 톨우드 하우스. 나무를 이용해 18층 건물 뼈대를 9명이 9주만에 조립해 화제가 됐다. /Acton Ostry Architects, Inc.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기숙사로 지어진 브록 커먼스 톨우드 하우스. 나무를 이용해 18층 건물 뼈대를 9명이 9주만에 조립해 화제가 됐다. /Acton Ostry Architects, Inc.

2. 고층 목조건축의 신호탄 – 캐나다 ‘톨우드 하우스’

‘세계에서 가장 살고 싶은 도시’ 1위에 여러 차례 오른 캐나다 밴쿠버는 목재 친화 도시로도 유명하다. 학교⋅기차역⋅식물원⋅체육관 등 나무로 만든 공공 건축물이 즐비하다. 2017년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의 학생 기숙사 ‘브록 코먼스 톨우드 하우스(Brock Commons Tallwood house)’ 프로젝트도 세간의 큰 주목을 받았다. 가장 높은 목조건축이라고 해봐야 9층 정도에 불과하던 시절에 그 두 배에 달하는 18층을 단숨에 건설한 것이다.

목조건축의 고층화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콘크리트로 만든 엘리베이터실과 계단실을 제외하고 기둥과 벽 그리고 바닥을 모두 나무로 만들었다. 콘크리트와 나무를 결합한 하이브리드(혼합식) 구조다. 높이 53m라는 규모만으로도 세계 건축계의 관심을 받았지만, 더욱 놀라웠던 것은 9주 만에 단 9명의 인력으로 18층 구조를 세웠다는 점이다.

건축 현장에 얼마나 많은 인력이 필요한지 안다면 9명이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숫자다. 이 건물은 목조건축의 장점을 살린 ‘프리패브(pre-fabrication)’ 공법, 즉 건물의 구조 부재를 미리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공법이 적용되었다. 마치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공장에서 사전 제작하고 현장에서는 순서에 맞춰 시공하니 빠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장제작·현장조립’이라는 미래 건설의 방향성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이 건물에 사용된 목재가 저장하고 있는 이산화탄소는 약 2400톤으로 자동차 511대가 1년 동안 내뿜는 분량이다. 목조 건축을 제2의 산림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탄소 중립을 외치려면 우리도 목재 도입을 서둘러야 하지 않을까.

계획부터 건설, 철거 및 목재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건물의 전체 생애에 걸쳐 에너지를 절약하도록 설계된 오스트리아 LCD One. 겉모습은 평범한 빌딩 같지만 실내에는 나무가 노출된다. 현대 목조건축 가운데는 이렇게 구조체로 사용한 목재를 외부에는 노출하지 않은 것들이 많다. /IDS건축사사무소·CREE GmbH
 
계획부터 건설, 철거 및 목재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건물의 전체 생애에 걸쳐 에너지를 절약하도록 설계된 오스트리아 LCD One. 겉모습은 평범한 빌딩 같지만 실내에는 나무가 노출된다. 현대 목조건축 가운데는 이렇게 구조체로 사용한 목재를 외부에는 노출하지 않은 것들이 많다. /IDS건축사사무소·CREE GmbH

3. 철거할 때도 에너지 절약 – 오스트리아 ‘엘시티 원’

오스트리아는 현대 목조건축을 선도하는 국가 중 하나다. 알프스 끝자락에 위치한 도른비른에서 만날 수 있는 사무용 빌딩 ‘라이프사이클 타워 원(LCT One)’은 흔히 볼 수 있는 8층짜리 금속 빌딩처럼 보이지만 현대 목조건축의 출발선을 대표한다.

고층 목조건축의 태동기였던 2009년 시작된 LCT One은 건물 생애 주기 평가에 중점을 두고, 재생 가능한 목재를 이용해 에너지 효율이 높은 건축물을 만드는 연구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에너지 이야기를 꺼내면 이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패시브(passive·에너지 절감) 건축이 떠오른다. 그러나 패시브 건축은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사용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데, 건물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LCT One은 더 근본적인 문제에서 출발했다. 건설의 모든 과정에서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고자 했다. 설계 및 공사 단계부터 전체 에너지 사용을 체계적·효과적으로 관리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건물에 필요한 자원 채취, 자재 생산, 건설, 운영, 철거 및 재활용을 포함한 전 주기를 포함시켰다.

건물을 철거하고 나무를 재사용하는 일까지 검토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다. 이 건물처럼 ‘프리패브’ 방식으로 20층 규모의 건물을 짓는다면 건설 시간을 약 50% 단축할 수 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0%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목조건축은 건물의 전체 생애 주기에 걸쳐 자원을 약 39%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천장에서부터 이어진 목재 구조물이 실내 로비에서 기둥으로 이어진 호주 번질 플레이스. 목재 그리드쉘(격자모양으로 반복되는 사각형이 이중 곡률을 나타내는 구조물)을 사용해 이런 자유로운 형태를 만들어냈다. /Bunjil Place, Narre Warren, Victoria Australia
 
천장에서부터 이어진 목재 구조물이 실내 로비에서 기둥으로 이어진 호주 번질 플레이스. 목재 그리드쉘(격자모양으로 반복되는 사각형이 이중 곡률을 나타내는 구조물)을 사용해 이런 자유로운 형태를 만들어냈다. /Bunjil Place, Narre Warren, Victoria Australia

4. 가우디처럼 자유로운 곡선 – 호주 ‘번질 플레이스’

우리나라에도 자유로운 형태의 건물이 많아졌지만, 비정형 건축의 원형을 찾아 올라가다 보면 세계 건축 역사에서 독보적 위치에 있는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에 이르게 된다. 체계적인 구조역학도 확립되지 못한 시절에 가우디는 추를 매단 끈이 자연스럽게 늘어지는 곡선에서 착안해 독창적 디자인을 했으나, 만약 강철 대신 목재를 이용했다면 더 부드러운 곡선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목재는 그 어떤 재료보다 가공이 쉽기에 다양한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목재 그리드 셸(gridshell·작은 사각형이 격자 모양으로 이어지며 이중 곡률을 이루는 구조물)을 응용한다면 유연한 곡면의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

호주 멜버른 근교 나레 워런에 있는 번질 플레이스(Bunjil Place)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공연장⋅도서관⋅미술관 등 새로운 형태의 복합 문화 공간 번질 플레이스는 주민들에게 지역의 고유성과 자부심을 심어줬다. 건물의 인상을 차지하고 있는 지붕 구조체로 나무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개방적이고 경쾌한 건물의 인상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두 개 동을 덮고 있는 약 40m 높이의 목조 지붕이 열린 로비 공간에서 기둥으로 이어지는 모습은 하중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사뿐하다. 유연한 그리드 셸 목구조는 방문객들에게 부드럽고 따듯하게 환영 인사를 하는 듯하다. 번질 플레이스는 3D 모델링으로 구현한 목재의 정교한 곡선, 혁신 미래 기술을 이용한 컴퓨터 가공과 조립 등 목조 건축의 장점을 유감 없이 보여줬다.

박물관·전망대 등을 갖춘 스페인의 복합 시설 메트로폴 파라솔(왼쪽)과 보행 데크·주민 쉼터 등으로 이용될 경남 하동의 '더 포레스트'. 나무를 실외에 노출하면 유지 관리가 안된다는 편견을 넘어선 건축물이다. /IDS·사진가 박영채
 
박물관·전망대 등을 갖춘 스페인의 복합 시설 메트로폴 파라솔(왼쪽)과 보행 데크·주민 쉼터 등으로 이용될 경남 하동의 '더 포레스트'. 나무를 실외에 노출하면 유지 관리가 안된다는 편견을 넘어선 건축물이다. /IDS·사진가 박영채

5. 비바람 견디고 도시 랜드마크로 – 스페인 ‘메트로폴 파라솔’

나무에 대한 편견 중 하나가 ‘나무를 노출하면 유지·관리가 안 된다’는 것이다. 색이 변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나무의 매력 중 하나는 다른 재료와 달리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한다는 것이다.

이제 스페인으로 가보자. 세비야는 이슬람의 정취가 남아 있는 안달루시아 지방의 역사 도시다. 이 역사 도시의 엔카르나시온 광장에서 유적 박물관·상점·전망대 등이 포함된 ‘메트로폴 파라솔(Metropol Parasol)’을 만날 수 있다. 우선 그 크기에 압도된다. 가로 150m, 세로 75m, 높이 30m에 달하니 거대함과 신기함 그 자체다. 이 거대한 구조물이 나무로 만들어졌다고 소개되는 순간 탄성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메트로폴 파라솔은 스페인의 따가운 햇볕과 겨울철 강한 빗줄기에도 굳건히 서 있다. 목재를 외부에 사용했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나무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현대적 이미지로 세비야가 더욱 세련미 넘치는 도시가 된다. 목재를 외부 공공 공간에 사용하면 차가운 콘크리트 광장조차 부드럽고 따뜻하게 만드는 묘한 힘이 생긴다.

우리의 경남 하동에도 이런 목조 건축물이 있다. 아직 대형 목조건축이 생소한 국내에서 하동광장의 ‘더 포레스트’는 값지고 귀하다. 자동차로 꽉 찬 주차장을 다시 군민 모두를 위한 다목적 광장으로 바꾸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한여름 야외 수영장과 한겨울 스케이트장의 관람석, 보행자의 휴식 장소, 도시 경관을 바라보는 산책로, 아이들이 나무를 만지며 감수성과 상상력을 기를 놀이공간이 될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무색에서 자연스럽게 회색으로 변해갈 ‘더 포레스트’에서 친환경도시 하동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https://www.chosun.com/culture-life/archi-design/2021/09/08/FDEVPAE5HVFZLMIWXYGUUEIT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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