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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한 글로벌 명품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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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루이비통, 2위 샤넬, 3위 에르메스, 4위 구찌….’ 이 나열은 과연 어떤 가치를 나타내는 순위일까. 브랜드명으로 어렴풋이 짐작했겠지만 올해 명품 브랜드의 가치를 나타내는 순위다. 전 세계 90개국에 진출한 시장조사기업 칸타(KANTAR)가 발표했다.
흥미로운 건 10개의 브랜드 중 프랑스산(産)이 6개, 이탈리아산이 2개, 스위스와 영국산이 각각 1개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우주여행이 현실화되고 있는 2021년에도 전 세계 명품 산업을 지배하는 국가는 여전히 유럽연합이다. 또 하나 시선을 끄는 건 LVMH와 케링(Kering), 리치몬트(Richemont) 등 명품시장을 좌우하는 럭셔리 그룹에 속한 브랜드가 5개, 에르메스, 샤넬, 프라다, 버버리, 롤렉스 등 독립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브랜드가 5개란 점이다.
물론 그중 독보적인 1위는 ‘루이비통’이다. 무려 757억달러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조사됐다.(칸타가 조사한 올해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467억달러다.) 2위 샤넬보다 무려 287억달러나 앞섰다. 앞서 나열한 그룹별로 10위까지 브랜드를 나눠보면 LVMH는 루이비통과 크리스챤 디올을, 케링은 구찌와 입 생 로랑, 리치몬트는 까르띠에를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명품 업계의 눈과 귀가 LVMH와 케링에 머무는 이유다.
▶올 상반기 매출 56% 증가한 LVMH 진격
LVMH그룹은 올 상반기에 280억유로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유럽의 점진적인 회복, 미국과 아시아의 급격한 매출 증가에 힘입어 다시금 성장세가 가팔랐다. 영업이익은 76억3200만유로로 2019년 대비 44%나 늘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4배 이상 뛰어오른 금액이다.
업계에선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불황에도 공격적인 인수·합병이 빛을 발했다”고 분석한다. LVMH는 지난해 11월부터 미국을 대표하는 주얼리 기업 ‘티파니앤코(TIFFANY&Co.)’의 인수 작업에 나섰다. 인수금액은 총 162억달러(주당 135달러, 약 19조512억원). 금액만 놓고 보면 그룹 사상 최대 규모의 M&A였다. 양측은 공동성명을 통해 “티파니와의 인수합병은 전 세계 보석 시장에서 LVMH의 입지를 강화하고 미국 내 존재감을 확실히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올 상반기 LVMH 매출을 견인한 브랜드는 루이비통과 펜디, 로에베, 셀린느, 여기에 티파니가 미국 시장의 매출을 이끌었다.
LVMH의 인수·합병 전략은 올 초부터 본격적인 바람을 탔다. 올 2월엔 병당 100만원을 호가하는 세계 최고급 샴페인 ‘아르망 드 브리냑(Armand de Brignac)’의 지분 50%를 매입했다. 이 샴페인은 힙합 스타이자 비욘세의 남편으로 알려진 제이지(Jay-Z)가 보유한 브랜드다. 제이지와 베르나르 아르노 LVMH그룹 회장의 아들 알렉상드로 아르노 티파니 부사장과의 친분이 인수 작업에 한몫했다는 후문이다.
LVMH는 지분 인수 후 제이지와 파트너로서 공동 운영에 나서고 있다. LVMH에서 주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 수준. 이 중 샴페인 시장은 지난해 약 20%나 감소했다. 팬데믹에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하지만 올 상반기 주류 분야의 매출은 2019년 대비 20%나 늘었다. 유럽과 미국의 판매량은 회복됐고, 와인과 샴페인의 최대 수요국인 중국 시장의 주문량이 늘며 실적 호전을 이끌었다. 4월엔 7500만유로를 들여 로퍼 슈즈로 유명한 이탈리아 브랜드 ‘토즈(Tod's)’의 지분 6.8%를 인수했다. 이로써 LVMH의 토즈 지분은 기존 3.2%에서 10%로 늘었다.
6월엔 구글 클라우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루이비통, 크리스챤 디올 등 주요 고객들의 온라인 체험 서비스를 강화했다. 계약 조건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블룸버그 통신은 LVMH와 구글의 전략적 제휴가 최소 5년 이상 장기 계약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 외신들은 “명품 온라인 쇼핑이 늘자 LVMH가 기선 제압에 나섰다”고 전하기도 했다.
7월에는 LVMH 계열의 사모펀드 ‘엘 캐터튼’이 5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이탈리아 브랜드 ‘에트로(ETRO)’의 지분 60%을 인수했다. 인수 가격은 5억유로(약 6700억원). 엘 캐터튼은 2016년 LVMH그룹과 미국 투자회사가 함께 세운 사모펀드다. 뒤이어 LVMH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오프 화이트(Off-White LLC)’의 지분 60%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오프 화이트는 현재 루이비통의 남성복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가 2013년에 설립한 브랜드다. LVMH는 오프 화이트를 끝으로 당분간 대형 M&A는 없다고 선언했다.
장 자크 귀오니 LVMH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7월 콘퍼런스콜에서 LVMH는 이제 막 티파니와의 통합 과정을 시작했다”며 “당분간 대규모 인수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LVMH가 전 세계에서 첫 손에 꼽히는 명품제국이 될 수 있었던 건 이처럼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마다하지 않는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경영 전략에 기인한다. 부친에 이어 건설사업을 하던 아르노 회장은 1979년 미국 출장을 계기로 명품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1984년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던 크리스챤 디올의 모회사 부삭그룹을 인수하며 명품 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1989년 ‘루이비통’을 인수하며 탄생한 LVMH그룹은 1988년 ‘지방시’, 1993년 ‘겐조’, 1996년 ‘로에베’와 ‘셀린느’, 1997년 ‘마크 제이콥스’, 2000년 ‘에밀리오 푸치’, 2001년 ‘펜디’와 ‘도나 카렌’을 인수했다.
주류부문은 ‘헤네시 꼬냑’ 인수 후 브라질과 호주,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의 포도밭을 사들이며 명품 와인 제조에 몰두, ‘모엣 샹동’ ‘돔 페리뇽’ ‘크뤼그’ 등을 인수했다. 현재 LVMH그룹은 아르노 회장이 크리스챤 디올을 통해 지배하는 구조다. 아르노 회장이 크리스챤 디올의 지분 97.5%를, 크리스챤 디올이 LVMH그룹의 지분 41.2%를 보유하고 있다.
▶LVMH와 반대 전략으로 성장, 온라인에 집중하는 케링그룹
전 세계 명품 업계에서 LVMH의 대항마로 거론되곤 하는 케링그룹은 구찌, 보테가 베네타, 입 생 로랑, 발렌시아가, 부쉐론, 알렉산더 맥퀸, 브리오니, 제라드페리고, 장리샤르, 키린, 포멜라또, 도도, 율리스 나르덴 등의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매출 면에서 LVMH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거대 공룡에 대항할 수 있는 럭셔리 그룹은 그나마 케링이 유일하다”며 “특히 구찌와 생 로랑, 보테가 베네타가 독보적”이라고 전했다. 올 상반기엔 케링그룹도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상반기보다 매출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케링이 밝힌 올 상반기 총 매출은 77억800만유로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4.9% 증가했고 매출은 54.1% 늘었다. 특히 2분기 실적은 전년 대비 95%나 확 뛰었다. 2019년과 비교해도 11.2%나 증가해 증가세가 가팔랐다. 그룹의 대표 브랜드인 ‘구찌’는 올 상반기 매출이 44억7930만유로로 전년 동기 대비 45.8% 증가했다.
매출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수치다. 영업이익은 16억9420만유로를 기록했다.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구찌가 꼽은 실적 증가 요인은 옴니채널(온·오프라인과 모바일 등 여러 구매방식을 제공하는 서비스)과 클라이언텔링(Clienteling·고객에게 판촉행사나 신상품을 안내하고 장바구니 구매할 상품을 보관해주는 맞춤형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꾸준한 투자다.
입 생 로랑도 올 상반기에 10억4550만유로의 매출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53.5% 증가했다. 특히 북미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판매가 늘었다. 보테가 베네타는 올 상반기 매출 7억760만유로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0.6% 증가한 수준이다. 이 외에 발렌시아가, 알랙산더 맥퀸 등 케링그룹 소속 브랜드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증가했다.
케링그룹의 경영전략은 LVMH와는 전혀 다르다. 마치 대척점에 선 듯 갖고 있던 브랜드를 매각하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을 높였다. 2013년 피노프랭탕르두트(PPR·Pinault-Printemps-Redoute) 그룹이 사명을 케링으로 바꾸면서 명품 브랜드 사업에만 집중하는 전략이 시작됐다. 이를 위해 2018년 당시 보유 중이던 푸마의 지분 70%를 처분했고, 2019년엔 스포츠웨어 브랜드 볼컴도 매각했다. 특히 명품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해 젊고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힘썼다.
2015년 컨설턴트 출신인 마르코 비자리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고, 비자리는 당시 구찌의 디자이너였던 알렉산드로 미켈레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했다. 미켈레는 미니멀리즘이 주목받던 시기에 홀로 화려하고 파격적인 맥시멀리즘을 내세웠다. 그의 디자인에 기성세대가 아닌 밀레니얼 세대가 반응했다. 현재 구찌 매출의 55%는 35세 이하의 밀레니얼 세대가 책임지고 있다.
LVMH보다 한발 앞서 디지털 강화에 나선 것도 장점이다. 케링그룹은 2012년부터 온라인 명품 거래 플랫폼인 ‘육스네타포르테(YNAP)’와 합작기업을 설립하고 구찌를 제외한 모든 브랜드에 온라인 판매망을 구축했다.
또 2017년에는 사내에 최고고객·디지털책임자(CCDO) 직책을 신설하고 그 자리에 이베이 출신 그레고리 부테를 영입했다.
▷LVMH, 리모델링에 약 1조원 투입한
프랑스 사마리텐 백화점 재개장
현대 LVMH그룹의 호실적은 최근 프랑스 파리에 재개장한 사마리텐 백화점의 부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51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이 백화점의 소유주인 LVMH는 리노베이션에만 약 1조원을 쏟아부었다. 프랑스 정부가 역사 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어 작업이 쉽지 않았지만 지난 6월 재개장 행사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이 직접 참석할 만큼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기도 했다.
안전상의 문제로 2005년 문을 닫아야 했던 사마리텐은 새롭게 건물주가 된 LVMH그룹의 지휘하에 2015년부터 대규모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갔다. 현재 퐁 뇌프(Pont-neuf) 건물로 불리는 기존 아르누보 및 아르데코 건축물의 복원 사업이 진행되는 동시에, 화려한 유리 외관을 자랑하는 현대적인 건물 리볼리(Rivoli)로 재탄생했다. LVMH는 이 백화점에 ‘믹스 앤드 매치’ 패션을 표방하며 600개 이상의 다채로운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루이비통, 샤넬 등 명품은 물론, 프랑스의 로컬 브랜드와 신진 디자이너들의 하이엔드 브랜드까지 이름을 올렸다. 그중 ‘브레게(Breguet)’를 비롯한 50여 개의 브랜드는 오직 사마리텐 백화점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독점 브랜드다.
▷2030 남성 겨냥한 국내 명품시장
신세계·롯데·현대, 남성 전문관 확대 나서
글로벌 명품시장의 회복세는 국내 시장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신세계, 롯데, 현대 등 백화점 3사의 올 상반기 실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신세계는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1, 2분기를 합쳐 영업이익 2189억원을 기록해 3사 중 가장 흑자 규모가 컸다. 특히 2분기에 급등한 백화점 매출(4969억원)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15%나 성장한 수치다. 백화점의 실적 상승은 해외패션(42.8%)과 명품(55.4%)이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었다. 브랜드 점포별로는 이른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라인업이 잘 갖춰진 센텀점(31%)과 본점(25%), 강남점(23%)의 성장률이 높았다.
현대백화점은 면세점과 백화점그룹의 상반기 연결 매출이 1조547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60.1% 오른 기록이다. 가장 큰 상승 요인은 역시 백화점 실적 상승이다. ‘더 현대 서울’이 개점 한 달간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신규점 개장 효과가 컸다. 물론 더 현대 서울의 매출을 주도한 분야는 해외패션과 명품이다. 롯데백화점도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한 7210억원, 영업이익은 620억원으로 40.9% 늘었다. 이처럼 코로나19 장기화에도 국내 명품시장은 고속 성장하고 있다. 특히 패션과 미용에 눈을 뜬 2030 남성들이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백화점 3사도 이들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 5층 전체를 해외패션 전문관으로 재단장해 지난 7월 8일 문을 열었다. 톰포드, 돌체앤가바나, 발렌티노 등 14개 신규 브랜드 매장이 들어선 매장 규모는 4960㎡(약 1500평)로 기존에 비해 2배 이상 커졌다. 하반기까지 리뉴얼 공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총 30개 이상의 브랜드 라인업을 갖춘 남성 해외패션 전문관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도 올해 남성 전문관을 확대했다. 센텀시티점이 지난 1월 비수도권에선 처음 돌체앤가바나의 ‘우오모스토어’를 마련했고, 버버리 남성 매장을 리뉴얼 오픈했다. 5월엔 네덜란드 프리미엄 정장 브랜드 ‘수트 서플라이’가 입점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6월 압구정본점 4층을 ‘멘즈 럭셔리관’으로 정한 이후 구찌 멘즈, 발렌시아가 멘즈, 로로피아나 멘즈 매장을 입점시켰다. 올해는 프라다와 돌체앤가바나의 남성용 매장도 들어섰다. 갤러리아백화점도 지난 4월 압구정동 명품관 웨스트에 국내 첫 불가리 남성 전용 매장과 프라다 남성 매장을 여는 등 남성 명품 상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https://www.mk.co.kr/news/culture/view/2021/08/830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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