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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개벽 용산… 강남 대체할 새 중심지 탄생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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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을 서울의 새로운 중심으로 탈바꿈시킬 ‘매머드급’ 계획들이 최근 연달아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개발’ 사업으로 불린 용산정비창 111층 계획부터 경부선 지하화 등 굵직한 사업들이 주인공인데 올해 11월에 나올 서울시의 용산정비창 가이드라인 용역에 어느 정도 밑그림이 담길 예정이다. 용산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재임기 가장 공을 들였던 지역으로, 오랜 기간 개발 구상을 다듬어왔기 때문에 계획에 착수하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국제업무지구 개발 예정지인 용산정비창 일대 전경
사진설명국제업무지구 개발 예정지인 용산정비창 일대 전경



▶용산구 지구단위계획에서 나온 밑그림

 


달라질 용산의 모습은 용산구가 짠 지구단위계획에서 어렴풋하게 짐작할 수 있다. 용산구는 6월 초 경부선 지하화 프로젝트까지 담은 용산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결정안 열람공고에 나섰다.

지구단위계획은 해당 지역의 미래 10년을 내다보고 실제 달성 가능한 모습을 개발 청사진처럼 제시하는 것이다. 차량 및 보행 동선, 공원 위치, 건폐율·용적률·높이 계획과 함께 경관계획 기준까지 설정해 중요도가 높다.

이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에는 서울역~삼각지~용산~한강으로 이어지는 경부선 지하화를 전제로 경관계획을 짜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동안 경부선은 용산 일대를 좌우로 갈라 개발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꼽혔다. 용산구 관계자는 “경부선 지하화 내용이 지구단위계획에 추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현재 경부선이 있는 자리에는 공원이 들어선다. 마포구 연남동~효창공원 구간에 들어선 경의선 숲길 공원과 비슷한 구조다. 이 공원은 경의선 지하화로 만들어진 공원이자 가로 활성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녹지 조성 계획에 따르면 용산역은 동서남북 모든 방향으로 직선형 공원과 이어지는 녹지축으로 탈바꿈한다. 남북으로는 서울역부터 이어지는 경부선 지하화 공원이, 동쪽으로는 앞으로 조성할 용산공원과 이어지는 녹지축과 함께 서쪽으로는 경의선 숲길공원을 연결한다.

미군 이전으로 나온 캠프킴 용지는 상업지구로 개발된다. 이번 도시계획 결정안에는 이곳을 일반상업지역으로 상향하고 상업·업무와 함께 문화 등 전략 용도로 활용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용산구 관계자는 “가이드라인만 제시한 것이라 의견 수렴에 나설 것”이라며 “국토부에서 용산공원과 연계한 개발계획을 제시하면 내용은 일부 변경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8·4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캠프킴 자리에 3100가구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 연말 개발 가이드라인 내놓는다

서울시 차원에서의 개발 계획도 서서히 윤곽이 그려지는 모습이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의 용산 개발에 대한 의지가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6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10여 년 전 1기 시장 재임 시절 최대 역점 과제 중 하나였던 용산정비창 개발에 재시동을 걸겠다고 밝혔다. ‘단군 이래 최대 부동산 개발 사업’으로 불리는 용산정비창은 이미 2006년 오 시장이 111층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는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려던 곳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은 후 박원순 시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2012년 좌초됐다.

오 시장은 “용산은 서울에 마지막 남은 중심부 유휴용지이고, 활용 여부에 따라 서울시 산업지도·교통 체계가 바뀔 정도로 중요한 공간”이라며 “이곳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활용 계획을 세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용산정비창 가이드라인 용역을 진행 중인데 올해 연말이면 나온다. 이걸 기반으로 해 구체적인 계획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현재 이 용역안은 11월경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용역 결과가 도출되진 않았지만 오 시장 1기 시절의 원안에 가까운 형태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서울시 핵심관계자는 “처음에 가려 했던 원안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용산정비창은 2006년 오 시장이 1기 재임 시절 111층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는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려던 곳이다. 원효대교와 한강대교 사이 강변북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를 공원으로 조성할 계획도 있었다. 그러나 이 계획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2012년 백지화됐다. 현재는 아무런 쓰임새 없이 방치된 상태다.

서울시가 착수한 용역은 용산정비창뿐만 아니라 용산 전반의 활용 방안을 담게 된다. 오 시장은 “현재 남은 땅으로 용산정비창과 캠프킴 용지가 있다”며 “한 군데는 국제업무지구 같은 산업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미군기지를 반환받은 땅은 역사와 문화·자연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용산 지하에는 꽉 막힌 서울 교통의 심장 격으로 인터체인지 역할을 하는 교통 허브 ‘링킹파크’가 들어온다. 간선도로 혼잡 구간을 지하도로화한 뒤 이것들이 용산민족공원 지하에서 모이고 분산되는 교통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는 “경부고속도로가 링킹파크를 통해 고양시 삼송까지 연결된다”며 “그 외에 다른 축들도 있다. 길게 보면 강변북로 지하화 구상도 고려된다”고 말했다. 1기 시절 때 용산 구상에서 지하 공간이 추가된 셈이다. 이어 “강변북로 지하화까지 한다면 한강변의 활용 형태가 완전히 달라진다. 용역에 이런 내용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용산정비창-용산전자상가 연계 개발

특히 서울시는 마스터플랜 국제설계공모를 생략하고 용역 수립 중인 가이드라인을 통해 용산 개발 시간을 단축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 진행하기로 했던 용산국제업무지구 마스터플랜 국제설계공모를 열지 않고 가이드라인을 개발 계획으로 삼아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제공모 자체가 법적 절차가 아닌 데다 코로나 상황에서 세계적인 건축가들을 섭외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실효성이 많이 떨어져 국제공모를 안 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마스터플랜을 공모 받는 과정에 최소 반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이를 현실성 있게 수정·보완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마스터플랜은 프로젝트의 목적·입주 업종 등을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용도지역·용적률·높이·교통 등 부문별 계획을 제시하기 때문에 개발 기본계획이라 불린다. 그러나 이는 밑그림일 뿐 시행자가 법체계·재정 등을 고려해 수정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또 공모를 하는 과정에서 최소 1년간 당선자와 서울시, 공동사업자인 SH공사·코레일 간 협상을 이어가야 해 시간이 소요된다.

서울시가 10년 전부터 용산 개발 방향을 고민한 만큼 단기간 안에 나온 개발안을 수정하기보다 그간 준비된 계획을 실행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국제공모 경험으로 비춰볼 때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이 관계자는 “서울 국제교류복합지구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공간 일부 개발안 마스터플랜 국제설계공모 때도 국내 업체가 선정됐다”며 “외국인들의 아이디어가 독창적이긴 하지만 실행성이 떨어진다. 도시에 대한 맥락을 하루 이틀 안에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서울시는 낙후한 용산전자상가를 인근 용산정비창에 조성하는 국제업무지구와 연계해 개발하기로 했다. 용산전자상가는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절 도시재생지역으로 선정돼 5년간 약 477억원이나 세금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이를 사실상 철회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최근 ‘용산국제업무지구-용산전자상가 연계전략 마련’이라는 용역을 발주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산국제업무지구와 개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용산전자상가의 개발전략 및 기능적·공간적 연계방안을 마련하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용산전자상가는 중심시가지형 재생지역으로 선정돼 도시재생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낙후한 용산전자상가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과 연계해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용산전자상가는 과거 컴퓨터, 휴대전화 등 전자산업의 메카였으나 산업 구조 변화 및 시설노후화로 상권이 쇠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광화문~한강으로 이어지는 축의 중심 용산

용산 개발은 용산만 놓고 보면 안 된다. 광화문부터 이어지는 ‘국가상징거리’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 5월 서울시가 발표한 ‘2021 서울시 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따르면 서울시는 광화문~용산~한강을 잇는 가로 7㎞ 구간과 광장을 ‘국가상징거리’로 조성할 계획이다. 새로운 광화문광장 사업, 이달 초 정식 개통한 세종대로 사람숲길과 연계해 이 7㎞ 구간을 서울의 대표 상징거리로 조성한다는 복안이다. 미국 워싱턴DC의 내셔널몰과 프랑스의 샹젤리제 같은 대표 공간을 만들겠다는 계획인데, 주위 용산정비창 용지나 서울역 서부역세권 개발 계획 등과도 연계할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의 대표 공간을 위한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으로 보면 된다”며 “서울 국가상징거리 가로를 중심으로 서울역 역세권과 용산정비창 일대, 용산공원, 노들섬 주변을 네트워크화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스터플랜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방안도 짜게 된다”며 “가령 용산정비창 용지 사업의 공공기여를 어떻게 할지 같은 실행방안까지 짜게 된다”고 덧붙였다. 즉 단순히 광화문부터 한강까지 이어지는 가로를 정비하겠다는 게 아니라 주변 개발 계획까지 포함하는 마스터플랜을 짠다는 얘기다.

광화문과 한강을 잇는 국가상징거리 사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09년 오세훈 시장 1기 재임 시절 서울시와 정부가 공동으로 용역에 착수한 바 있다. 당시 계획은 ▲광화문권역(경복궁~청계천)의 국가역사문화 중추 공간 ▲시청권역(청계천~숭례문)의 수도 도시문화 중심 공간 ▲서울역권역(숭례문~서울역)의 국가 수도 관문·교류 공간 ▲용산권역(서울역~노들섬)의 미래 신성장동력 공간 등으로 구성됐다. 다음 달부터 착수할 계획도 큰 틀에서는 이를 준용하게 된다.

 

광화문~서울역~용산역~한강으로 이어지는 국가상징거리가 시작되는 광화문광장 일대 조감도
사진설명광화문~서울역~용산역~한강으로 이어지는 국가상징거리가 시작되는 광화문광장 일대 조감도



▶변수는 용산공원 공공주택

변수는 주택 공급이다. 부동산으로 민심이 악화된 걸 우려한 여당이 용산에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만지작거리기 때문이다. 이 경우 업무·상업 기능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비롯한 여당의원 15명은 지난 3일 용산미군 반환 본체부지 일부를 활용한 주택 공급 가능성을 여는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안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다음날인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곧바로 회부됐다. 강 의원에 따르면 본 개정안 통과 시 300㎡에 달하는 용산 미군기지 본체부지는 공원과 함께 역세권 인접지 중심으로 주택 공급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현행 ‘용산공원 특별법’은 제4조 2항에 “국가는 본체부지 전체를 용산공원으로 조성함을 원칙으로 하며, 본체부지를 공원 외의 목적으로 용도변경하거나 매각 등의 처분을 하여서는 안 된다”라고 명시돼 있다. 강병원 의원은 개정안에 4조에 4항을 신설해 “2항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국민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정책적 필요시, 토지를 매각하지 않는 전제로 본체부지 중 일부를 택지로 조성해 주택 공급에 활용할 수 있으며, 택지조성 면적은 60만㎡ 미만 범위에서 시행령으로 정한다”를 예외 규정으로 추가했다.

이 법이 발의되자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입법 예고기간 동안 쏟아진 의견 표명이 1만 건에 달한 것이다. 대다수 법안은 입법 예고 기간 중 반대 의견이 없거나 의견 표명이 100건 안팎에 불과한 점을 비춰볼 때 반대 의견이 매우 강한 셈이다. 지금까지 정부, 서울시, 용산구 등은 주택 건설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의 비판도 쏟아졌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시라는 게 입지적 특성과 역할이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주택으로 밀어붙이는 건 문제다”고 말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수많은 이들의 논의 속에서 합의된 용산기지의 국가공원 조성안과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에 담긴 취지·방향성이 정치적 논리에 움직여선 안 된다는 논지다. 더구나 용산기지 반환, 반환부지 오염정화 등 아직 산적한 과제들이 많아 당장 코앞의 문제인 주택 공급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21/08/837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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