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업자의 호소 "우린 코로나보다 야…

숙박업자의 호소 "우린 코로나보다 야놀자가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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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업을 20여 년째 하고 있습니다. 예약이랄 것도 없이 사람들이 오다가다 들렀던 시절도 있었고, 홈페이지가 처음 등장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야놀자라는 플랫폼이 등장했는데, 야놀자는 단순히 시장의 변화를 가져온 게 아니에요. 숙박업자들을 멘붕에 빠뜨렸습니다."

함아무개(53)씨는 2004년부터 충남의 한 지역에서 숙박업을 시작했다. 그가 운영하는 객실 45개짜리 모텔은 2014년까지 큰 무리 없이 손님을 모았다. 최대 월 매출이 6000~7000만 원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2015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이 시기는 야놀자가 성장한 시기이기도 하다.

함씨는 2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처음 야놀자는 숙박문화를 바꾸겠다면서, 모든 광고를 무료로 해주는 조건으로 가맹점을 확보했다"라며 "그러다 어느 순간 광고료가 생겼다. 숙박료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4만 원인데, 야놀자에 내는 광고료에 수수료가 더해지니 숙박업자들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라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당초 이들은 8월 임시국회에서 카카오, 배달의 민족, 야놀자 등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행위를 근절하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아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처리되면 뭔가 변화가 있을 거라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최근 국회 상황 등으로 인해 8월 처리가 여의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들의 한숨 또한 늘 수밖에 없었다. 숙박업자들은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행위가 극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규제의 사각지대 속에서 매일 플랫폼 업체의 갑질에 시달린다"면서 "숙박업소들은 코로나 때문에 망하는 게 아니라 야놀자 때문에 망한다"라고 주장했다.

최대 광고비 300만 원, 계약조건은 모르쇠

야놀자는 2005년 인터넷 카페 모텔 예약 사이트로 시작해 모바일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2010년께 발 빠르게 숙박앱을 출시한 플랫폼 기업이다. 2014년 숙박 당일 예약 시스템의 등장이 야놀자의 성장을 주도했다고 평가받는다. 이전까지 즉석 방문한 고객만 받던 숙박업소 업주들도 이때부터 야놀자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 업체는 모텔뿐 아니라 펜션, 호텔, 해외 숙소 예약으로까지 서비스를 넓혀 1000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한 국내 1위 숙박 여행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매출 역시 2017년 545억 원에서 2020년 2888억 원으로 늘어났다. 지난 7월에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Ⅱ로부터 2조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숙박업자들은 "야놀자가 숙박업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의 불만은 10%로 책정된 야놀자의 숙박 중개 수수료와 최대 300만 원에 달하는 광고비에 집중됐다. 현재 고객이 야놀자를 통해 5만 원짜리 방을 예약했을 경우 업주는 야놀자에 5000원의 수수료를 낸다. 여기에 앱 상단 노출 등을 위한 자릿세 명목인 광고비는 별도다.

한씨는 "야놀자의 광고비는 월 25만 원부터 최대 300만 원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지금까지 월 100만 원, 월 200만 원짜리(부가세 별도) 등 다양한 광고비를 내봤는데, 100만 원 이상의 고액광고를 하면 야놀자 측이 광고비 중 일부를 쿠폰으로 발행한다"라고 설명했다.

야놀자에서 발행하는 쿠폰은 고객이 해당 숙박업소에 예약하도록 하는 유인책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5만 원짜리 방을 4만 원에 예약할 수 있는, 할인쿠폰이 지급된 숙박업소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쿠폰 금액을 정하는 건 숙박업자가 아닌 야놀자다. 업주가 광고를 하면 광고비 가운데 일부를 야놀자가 할인 쿠폰으로 알아서 붙여주는 식이다. 업주들은 야놀자의 할인쿠폰 기준과 노출 기준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한씨와 야놀자간 맺은 2019년도 광고계약서를 보면, 쿠폰지급 비율은 특정돼 있지 않았다.

지난 6월 29일 공정거래위원회(아래 공정위)는 야놀자 등 2개 숙박업소를 상대로 정보제공 현황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야놀자 등이 광고상품을 판매하면서 할인쿠폰 발급이나 노출기준 등 중요 정보를 계약서에 제대로 기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야놀자 등 숙박앱 사업자에게 중요사항의 계약서 기재·서명 등 계약서 확인절차에 대한 보완을 권고했다.

단순 중개 넘어 브랜드호텔로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숙박업자들은 또 야놀자의 시장 확대에 우려를 표했다. 예약중개를 뛰어넘어 브랜드호텔을 운영하는 등 직접 시장에 개입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경기도에서 2004년부터 호텔을 운영하는 오아무개(60대)씨는 "경기도 외곽이다 보니 새로 호텔이 들어서지 않는 곳인데, 지난해부터 야놀자 브랜드호텔이 하나둘 입점하기 시작했다"라며 "현재 인근에 5개 있다"라고 말했다.

야놀자가 브랜드 소유권을 가진 '브랜드호텔'은 2011년 9개로 시작해 지난 1월 기준 300여개(중소 브랜드호텔·프리미엄호텔 포함)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놀자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브라운도트 ▲넘버25 ▲호텔야자(HOTEL YAJA) ▲호텔 얌(HOTEL YAM) 등의 브랜드호텔을 홍보하며, 점포 매입 컨설팅, 호텔 설계·디자인, 온라인 마케팅 등을 제공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숙박업계에서는 이를 '불공정한 경쟁'라고 지적했다. 김진우 대한숙박업중앙회 사무총장은 "야놀자가 숙박업소 예약 현황, 고객데이터 등을 보유한 상태로 브랜드호텔을 창업했다"면서 "손님이 모이는 자리, 돈이 되는 곳에 자신의 브랜드호텔을 운영하는 셈이다. 불공정 경쟁"이라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 역시 야놀자가 불공정한 방식으로 '시장 생태계'를 훼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은정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플랫폼 사업자였던 야놀자가 중개거래를 넘어서 자회사를 차리며 시장을 재구성하려 한다"라면서 "이는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이다. 불공정 거래를 넘어 시장 독점에 나선 야놀자 등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야놀자 "일부 숙박업자들이 피해 과장"

이런 지적에 대해 야놀자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숙박업자들이 내는 수수료 10%에는 카드 수수료가 포함돼 있다. 일부 숙박업자들이 피해를 과장한다"라면서 "해외 숙박앱 플랫폼의 수수료는 최대 25% 이상이다. 24시간 고객 대응, 마케팅 플랫폼 운영비를 생각하면 야놀자의 수수료는 비싼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브랜드호텔을 두고는 "야놀자가 브랜드호텔에만 추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브랜드호텔도) 광고비나 수수료 모두 다른 호텔과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한다"라면서 "빅데이터를 이용해 야놀자가 직접 호텔을 설립한다는 주장도 맞지 않다. 야놀자는 말그대로 호텔을 브랜딩할 뿐"이라고 반박했다.

숙박업자의 호소 "우린 코로나보다 야놀자가 더 무섭다" - 오마이뉴스 모바일 (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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