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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분구 추진, 무산된 네이버 데이터센터 전철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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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구 촉구 결의안까지 채택해 놓고 정치적 제물로 삼다니요"

3개인 일반 행정구를 4개로 나누는 경기 용인시의 분구 추진이 행정안전부 승인만 남겨 놓은 상황에서 지역 정치에 휘둘려 무산될 위기다.

시와 대다수 시민들은 일부 지역 주민들과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일부 시·도 의원의 반발로 2019년 네이버 제2데이터센터 유치가 철회됐던 상황이 재현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용인시가 추진 중인 기흥구, 구성구 경계도 [용인시 제공] 


12일 용인시에 따르면 내년 3월을 목표로 현재의 3개 행정구를 4개로 나누는 마지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처인구·수지구·기흥구 가운데 기흥구를 2개로 쪼개 4개 구로 만드는 작업이다.

2005년 기흥읍과 구성읍이 통합된 기흥구 인구가 44만 명을 넘긴 데다, 플랫폼시티와 경찰대 및 법무연수원 부지에 추진 중인 뉴스테이 사업 등 도시개발이 예정되면서 인구 증가에 따른 행정의 효율성과 주민 편의를 위해서다.

기흥구 인구는 지난 5월 말 기준 44만 4231명으로 처인구(26만9657명)와 수지구(37만9887명)보다 훨씬 많다. 공무원 1인당 주민 수도 386명으로 도내 1위이며 특허 처리와 인허가 처리 건 역시 도내 행정구 가운데 1∼2위 수준이다.

현행 지방자치법 등에는 행정구 평균 인구가 20만 명 이상일 경우 행안부 장관 승인을 거쳐 분구할 수 있다.

시는 2019년 12월 기흥구 분구 설계방안 기초용역을 완료한 뒤 지난해 2월 시의회 의견 청취에 이어, 기흥구 분구 기본계획서 및 실태조사서를 도에 제출했다. 도는 같은 해 3월 행안부에 기흥구 분구 승인을 건의했다.

시는 올해 하반기 중 행안부 승인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분구에 따른 구성구청 개청에는 소요될 청사임차비 등 소요비용 230억 원도 준비 중이다.

 

▲ 백군기 용인시장(오른쪽)이 지난달 5일 이재영 행정안전부 차관(가운데·지난 5일 퇴임)과 기흥구 분구에 대한 면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용인시 제공]


기흥구 분구 추진에는 시 의회가 한몫했다. 2013년 12월 용인시의회(6대) 김중식 의원은 제183회 제2차 본회의에서 "시가 수립한 2017년 중기 기본인력 운영계획상 2017년을 목표로 한 기흥구 분구 계획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상황으로 합리적인 전략계획 수립을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분구를 촉구했다.

시 의회는 7대 때인 2017년 12월 6일 '100만 이상 대도시 조직 체계 개선 촉구를 위한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촉구 결의안에는 △100만 이상 대도시의 행정수요는 갈수록 팽창하고 질적으로 복잡 다양화되고 있어 광역시와 대등한 수준의 조직 및 인력과 재정에 관한 특례 마련 절실 △양질의 행정서비스 제공을 위한 기흥구 분구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현 8대 시 의회는 출범 당시인 2018년까지만 하더라도 분구에 대한 입장에 큰 변화가 없었다.

이미진 시 의원은 그해 9월 열린 제227회 제3차 자치행정위원회 회의에서 "기흥구민이 분구를 갈구하고, 본인도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땐 뒤 "분구에 관한 예산을 세운 뒤 집행하지 않고 명시이월(예산을 해당 연도 내에 지출하지 못한 항목의 예산을 다음 연도로 이월)로 넘겼다"며 시를 몰아세우기까지 했다.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용인시 기흥구 분구 찬반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하지만 최근 일부 시·도의원의 입장이 돌변했다. 지역구 일부 주민들이 분구에 반대하면서 해당 시도의원들이 내년 치러질 제8회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입장을 180도 바꿨다. 

분구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분구 후 구성구는 플랫폼시티와 뉴스테이 등이 예정돼 인구가 증가하는 반면, 기흥구는 오히려 인구가 감소하는 등 자치구별 불균형으로 복지나 기반시설(학교 등) 투자에 상대적 불이익이 올 것이라면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신설되는 구성구가 플랫폼시티가 포함된 신도시인 만큼 기흥구의 부동산 가치가 상대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주민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청원을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해당 글에는 이날 오전10시 현재 5757명이 동의했다.

같은 날 기흥구 분구에 찬성하는 청원 글도 올라와 현재 6319명이 동의했다.

이와 관련 용인이 지역구인 A 도의원은 "용인시가 주민 공론화 없이 분구의 장점만을 열거해 설문조사를 실시, 민민(民民) 갈등만 유발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힘든데 (용인시가) 한가하게 공무원 조직 늘리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A 의원은 지난 9일 시청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B 시의원도 기흥구 분구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B 시의원은 지난달 15일 열린 시의회 제256회 임시회 때 "누가 분구를 요구하고, 왜 해달라고 한 것이냐"며 따져 물은 뒤 "왜 이 시기에 분구를 추진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검토하길 바란다"고 발언했다.

 

▲ 용인시 유치가 무산돼 세종시에 세워지는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 조감도. [세종시 제공]


용인시는 지난 2019년 부지매입까지 마친 네이버 제2 데이터센터를 지역 정치권과 주민들의 반발로 유치를 무산시킨 바 있다.

네이버는 2017년 용인 공세동 제2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을 발표한 이후 2년여 만인 2019년 6월 계획을 철회했다. 계획 철회에는 전자파 발생과 환경오염을 우려한 일부 시의회 의원과 해당 지역주민의 강한 반발이 있었다.  

이후 전국 60개 지자체가 78곳의 부지를 제공하겠다며 유치전에 뛰어 들었고, 결국 세종시가 낙점받았다. 당초 네이버는 모두 54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었다.

C 시의원은 "일부 시의원과 주민의 일방적인 반대로 차세대 먹거리로 지목된 네이버 제2 데이터센터 유치를 무산시킨 경험이 있다"며 "편협한 소(小) 지역 이기주의가 결국, 시 전체의 미래 발전방향까지 가로막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 네이버 사태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백군기 시장이 결단력을 보여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용인시 분구 추진, 무산된 네이버 데이터센터 전철 밟나 (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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