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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부동산 상위 2% 부자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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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이 계층 형성의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괜찮은 부동산 자산을 확보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는 점점 벌어진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고가 부동산 소유자에 대한 추가 과세인 종합부동산세 완화 방안을 내놓았다. 다주택자에게는 지금처럼 9억원 이상 부동산 보유자에게 종부세를 매기되,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공시지가 기준 ‘상위 2%’에게만 종합부동산세를 매기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여러 차원의 비판이 나온다. “상위 2%를 비율로 정해놓는 것은 국민을 갈라치기하는 것이다.” 계층이 없는데 정부가 억지로 계층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평생 노동으로 어렵게 마련한 집 한 채만 있는 저소득 노인이 세금폭탄을 맞게 된다.” 고령자는 부동산이 있어도 소득이 없으니 보유세를 납부하기 어렵다는 비판이다. “사람이 살 집은 있어야 하니 집 한 채 소유는 기본권인데 여기 과세하면 어떡하나.” 1가구 1주택자는 아무리 비싼 집을 소유하더라도 자산가라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상위계층을 위축시키면 소비가 줄어 경제가 어려워진다” “안 그래도 세금 많이 내는 계층에게 너무 부담을 지우면 안 된다” 등의 다양한 비판이 있다.
랩2050이 이번에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 부동산 계층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것은 이런 질문에 대해 근거를 갖고 답을 하기 위해서다. 2020년 3월 기준으로 전국 2만여 가구의 자산과 소득 등을 조사한 통계청 자료를 가구 부동산 자산을 기준으로 재조합해, 각 부동산 계층의 사회경제적 특성을 파악할 수 있게 만들었다.
소득 없는 부동산 상위계층은 드물다
이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랩2050의 보고서 〈한국의 부동산 부자들:‘한국 부동산 계층 DB’로 본 계층별 사회경제적 특성〉 참조), 부동산을 기준으로 좁게는 최상위 2%, 넓게는 상위 20%의 배타적인 사회계층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상위계층일수록 소득이 높고 소비성향은 낮았으나 재산세 부담은 매우 작았다. 최상위 2%도 도드라졌지만, 상위 20% 이내 계층도 그 이하 계층과 비교하면 넘어설 수 없을 정도의 격차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한마디로 우리는 지금 ‘부동산 신계급사회’의 입구에 서 있다.
계층 분화는 어떻게 일어나고 있을까? 네 가지 대목을 짚어보자. 첫째, 2%와 나머지, 20%와 나머지 계층 사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부동산 계층 분화는 얼마나 진행되고 있을까? 상위 2% 가구가 가진 가구당 부동산 자산액은 2020년 30억7600만원으로, 2017년보다 5억5500만원(22%) 커졌다(〈그림 1〉 참조). 중간계층인 30~70% 가구의 부동산 자산은 2020년 1억6100만원으로, 200만원(2%) 커지는 데 그쳤다. 이 기간에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전체 가구의 부동산 자산은 평균 15% 커졌는데, 그 과실이 상위계층으로 집중된 것이다. 그 덕에 상위 2% 계층이 차지한 부동산 비중은 전체 중 18.16%에서 3년 만에 19.25%로 높아졌다. 상위 20%로 넓혀도 비슷한 흐름이 보인다. 63.46%이던 점유율이 67.37%로 높아졌다. 그 이하 계층은 점유율이 줄었다. 이미 부동산 자산 격차가 크지만, 더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상위 2% 계층은 거주 주택 이외 부동산 자산이 거주 주택의 두 배에 이르렀다. 살고 있는 집이 10억원 상당이라면 2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추가로 소유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상위 2~5% 계층은 거주 주택 자산만큼을 추가로 소유하고 있으며, 그 이하 계층에서는 거주 주택 이외 부동산 비중이 빠르게 줄어든다. 다주택자는 부동산 상위 5% 이내 계층에 집중되어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누군가 일부러 갈라치기하지 않아도, 국민은 이미 갈라져 있는 상태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과실이 상위계층에 집중된 탓이다.
둘째, 부동산 상위계층일수록 고소득이다. 고령자 가구도 예외는 아니다. 상위 2% 가구의 균등화 경상소득은 연간 9422만원이었다(〈그림 2〉 참조). 30~70% 계층과 하위 30% 계층의 다섯 배 안팎이 되는 수치다. 균등화 소득이란 가구원이 서로 다른 가구 사이의 소득이나 소비 등을 비교하기 위해 총액을 가구원 수의 제곱근으로 나누어 표준화한 값이다. 예를 들어 4인 가구 소득이 200만원이라면 균등화 소득은 100만원이고, 1인 가구 소득이 200만원이라면 균등화 소득은 그대로 200만원이다. 균등화 기준으로 경상소득을 따져보니, 2~5% 계층은 6609만원, 5~10%는 5457만원, 10~20% 계층은 4840만원 등으로 상위계층 안에서도 차이가 났다.
부동산 상위 2%의 소득이 도드라지게 높아진 이유는 보유 자산으로부터 나온 재산소득과 사업소득에 있었다. 상위 2%의 재산소득은 연간 2815만원이었는데, 30~70% 계층은 118만원에 지나지 않았다. 상위 2%의 사업소득은 2506만원이었는데, 30~70% 계층은 591만원이었다.
재산소득과 사업소득은 상위계층 사이에서도 차이가 크게 나서, 사실상 최상위 2% 계층에게만 의미가 큰 소득원임을 보여줬다. 즉 상위 2% 계층은 다른 계층과는 달리, 수익을 내는 재산을 능동적으로 굴리고 있으며, 고용주로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근로소득의 경우 상위 30% 이내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으나, 30% 이하 계층에서는 크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즉 부동산 상위계층은 근로소득이 안정된 계층이기도 하다. 고령자 가구에서도 부동산 상위계층은 소득이 높았다. 고령자 가구 중 상위 2%의 연평균 균등화 경상소득은 8014만원이었고, 전체 가구에서와 마찬가지로 중위계층과 하위계층에 견주면 5~6배 이상 높은 수준이었다. 상위 2~5% 가구는 경상소득이 3770만원, 5~10%는 3609만원이었다(〈그림 4〉 참조).
고령자 가구에서도 부동산 상위계층은 주로 재산소득이 많았지만, 근로소득 역시 중하위계층보다는 많았다. 고령자 가구 최상위 2%의 균등화 재산소득은 4189만원으로 중간계층인 30~70% 가구 재산소득(150만원)의 27배나 됐고, 고령자 가구 상위 2% 가구의 근로소득은 1237만원이어서 하위 30% 가구(268만원)의 5배 가까이 됐다. 부동산이 많은 고령자 가구는 재산만 많은 게 아니라 경제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소비성향은 부동산 상위계층일수록 낮았다. 부동산 최상위 2% 계층의 가처분소득과 총소비지출액을 살펴본 결과, 이들의 소비성향은 45%로 나타났다. 쓸 수 있는 소득 가운데 45%만 소비하고 나머지는 저축 또는 투자했다는 이야기다. 이는 전체 계층 가운데 가장 낮으며, 유일하게 50% 이하였다. 즉 부동산 상위계층은 소비성향이 낮아 여유자금을 투자와 저축에 사용하며, 이를 통해 자산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 상위계층에게 추가소득이나 감세 등이 제공되면 이런 경향이 더 강해질 수 있다.
소득은 없이 집 한 채만 있는 부동산 상위계층은 드물다. 소득이 낮아 보이더라도, 부동산 중하위계층보다는 몇 배 높은 수준이다. 재산소득뿐 아니라 근로소득 역시 그렇다. 게다가 소비성향도 상대적으로 낮으니 투자 여력은 더 커진다. 앞으로의 자산 격차는 기하급수로 커질 수 있다.
상위계층의 부채는 정부 보조금과 마찬가지
셋째, 부동산 상위계층일수록 고학력자이고, 이 학력은 자산과 함께 대물림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상위계층일수록 학력이 높았다. 입학 기준으로 볼 때, 부동산 자산 최상위 2% 계층 가구주 가운데 대학원 출신은 27%, 4년제 대학 출신은 41%였다(〈그림 3〉 참조). 이와는 대조적으로, 부동산 하위 30% 계층 가구주 중 대학원 출신은 4%, 4년제 대학 출신은 21%였고, 30~70% 계층 가구주 중에는 대학원 출신이 3%, 4년제 대학 출신이 19%였다.
이런 경향은 최근 더 심해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고학력자들이 빠르게 자산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이후 부동산 시장에서 승자는 주로 고학력자였다. 2017년부터 2020년 사이 가구주가 대학원 출신인 가구 중 61%가 보유 부동산 자산액을 늘렸다. 가구주가 4년제 대학 출신인 가구 중에서는 52%가 부동산 자산을 늘렸다. 가구주가 4년제 대학 출신 이상 학력인 가구의 절반 이상이 이 기간에 부동산 자산을 키웠다.
반면 2017~2020년에 3년제 이하 대학 출신은 44%, 고등학교 출신은 40%, 중학교 출신은 33%만 자산을 늘렸다. 가구주가 고등학교 출신 이하 학력인 가구의 경우, 절반 이하만 이 기간에 부동산 자산을 키웠다. 2017~2020년 적지 않은 고학력자 가구가 가격 상승의 수혜를 입었으며, 이에 따라 이들의 부동산 계층이 전반적으로 상승했으리라고 판단할 수 있다.
한 가지 추가로 주목할 점은, 부동산 상위계층 가구일수록 교육비 지출이 크다는 점이다. 가구당 교육비 지출액의 평균은 최상위 2% 계층이 연간 746만원이며, 20~30%의 교육비 지출액 평균도 472만원이었다. 고령자 가구 등 자녀교육과 관련 없는 계층이 모두 포함되어 있음을 감안하면 꽤 높은 수치다. 이는 30~70% 중위계층의 247만원, 하위 30%의 176만원보다 훨씬 높았다. 즉 부동산 상위계층은 고학력자일 뿐만 아니라, 적극적 교육비 지출을 통해 자녀들마저 고학력자로 만들려 노력하고 있다.
상위 2% 계층 중 80%가 수도권에 거주한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30~70% 계층의 경우 31%만 수도권에 거주한다. 또한 상위 2% 계층의 37%가 전용면적 40평(132㎡) 이상 주택에 거주한다. 30~70% 계층의 3%, 무주택자인 하위 30% 계층의 1%만이 40평 이상에 산다.
고학력자들이 집단적으로 부동산 자산 확보에 나서면서, 부동산 계층은 학력과 상호작용하며 복합 계층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들이 주거지, 주거환경, 학력을 통해 확보한 사회적 네트워크까지 감안하면, 사회문화적으로도 부동산 중하위계층과 차별화된 ‘신계급’이 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넷째, 부동산 상위계층은 공적제도의 혜택을 많이 누리고 있다. 빚도 많이 끌어다 쓰고 연금, 수당과 같은 공적이전소득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자산이 많을수록 부채도 많다. 얼핏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사상 초유의 저금리 환경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보자. 부채를 많이 끌어안고 있는 사람은 정부의 보조금을 받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부동산 자산 상위계층이 꼭 그런 상태였다.
부동산 계층별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를 분석해보니, 최상위 2% 계층은 가구당 3억6700만원의 빚을 내어 가계부채비율이 평균 317%였다(〈그림 5〉 참조). 이는 모든 계층 가운데 큰 빚이고 가장 높은 부채비율이었다. 30~70% 계층의 빚은 3900만원, 하위 30% 이하 계층의 빚은 230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최상위 계층의 빚은 10배 안팎으로 컸다. 부동산 하위계층일수록 소득이 작은데도, 부채비율 역시 30~70% 계층은 92%였고 하위 30% 계층은 72%여서 상위계층보다 훨씬 낮았다.
비슷한 경향이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의 복지 관련 급여를 포괄한 공적이전소득에서도 나타났다. 부동산 상위계층일수록 공적이전소득이 높았다. 부동산 최상위 2% 계층의 공적이전소득은 연 559만원으로 전체 평균인 318만원보다 크게 높았다. 이런 경향은 고령자 가구에서 더 뚜렷이 나타났다. 고령자 가구 중 부동산 최상위 2% 계층의 공적이전소득은 연 1406만원으로, 전체 평균 714만원의 두 배에 육박했다.
이는 보수가 높은 직장에서 장기간 근속하면 연금수급액이 높아지는 국민연금, 군인연금,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의 구조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공적연금은 자신이 납부한 보험료를 사후에 받아가는 것이라는 주장이 있으나, 고령자 가구 계층의 경우 납입보험료보다 급여가 훨씬 큰 구조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설득력이 약하다. 예컨대 국민연금공단에서 지난 3월에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330개월간 연금보험료 2469만원을 납부한 65세 남성이 이미 보험료보다 더 많은 연금을 수령했으며, 향후 남성 기대여명인 84세까지 생존한다면 납부액의 9배가 넘는 2억2600만원 이상을 받게 된다.
부동산 상위계층은 이미 근로소득과 재산소득 등에서도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추가로 지급되는 공적이전소득은 상위계층에게 추가 투자 여력을 제공한다. 제도적으로 지급되는 공적이전소득마저도 자산 격차를 더욱 키우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저금리 환경도, 국민연금 급여 구조도 제도적으로 결정된 것이다. 부동산 상위계층은 시장에서뿐 아니라 제도적으로도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자산 격차를 늘려가고 있다. 네 가지 모두 만만치 않은 속도와 강도로 부동산 신계급사회를 앞당길 수 있는 현상이다. 커져만 가는 이런 격차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만만치 않은 주제이지만,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은 명확하다. 부동산정책은 더 이상 주거정책으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 자산 격차 완화 정책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가장 좋은 정책은 부동산 상위계층에 대한 보유세 강화다. 부동산 최상위 2% 계층의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은 자산 대비 0.18%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절대적 수준이 낮을뿐더러 중하위계층과의 차이도 작아 누진성도 낮다.
보유세 강화와 저금리 정책 재검토
또 다른 중요한 대목은 통화정책이다. 저금리 정책을 자산불평등 관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상위계층일수록 부채금액과 비율이 높다. 저금리는 이들의 자산 확대 및 유지 비용을 낮춰주는 역할을 하며 격차 확대를 부추기고 있다. 불황으로 재정지출을 늘릴 때 금리를 높이면 안 된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저금리의 혜택은 부동산 상위계층에 집중되어 격차 확대에 기여하는 반면, 재정 확장의 혜택은 하위계층에게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는 자산 없이도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보장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과 스웨덴은 비슷하게 자산불평등이 심한 나라다. 그러나 미국의 중산층 이하 계층보다 스웨덴 중산층 이하 계층이 삶의 질이 높고 행복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스웨덴은 튼튼한 사회보장으로 개인을 보호해주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자산이다. 누적되며 세습이 가능하다. 단순한 경제적 격차를 넘어서서, 정치사회적 힘의 차이까지 만들고 세습할 수 있다. 한국의 자산 분포는 해방 이후 농지개혁을 한 뒤 수십 년 동안 꽤 균등한 상태였다.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서 뛰어나가 열심히 살아가면서 스스로 자산을 취득할 수 있는 사회였다. 그러던 나라가 70년 만에 신계급사회로 들어서는 입구에까지 와 있다. 아직은 계층구조가 고착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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