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호텔·리조트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자 베스타스자산운용도 포트폴리오 리스크관리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베스타스자산운용의 해외 호텔·리조트 투자규모는 4000억원 정도로 대부분 담보 대출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베스타스자산운용은 차주의 수익성 하락으로 이자지급이 불가능해질 경우 이를 유예해주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펀드수익자에 대한 분배금 지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있지만 대출만기가 여유있게 남아있어 수익성을 회복할 여지는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펀드 해외비중 87%, 오피스·물류센터 중심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9년말 기준 베스타스자산운용의 해외 부동산펀드(공모+사모·펀드유형 부동산) 설정잔액은 2조5166억원이다. 국내 자산운용사를 통틀어 해외 부동산펀드 설정잔액 상위 6위에 해당한다.
베스타스자산운용의 전체 부동산펀드 설정잔액(2조9016억원) 중 해외투자 비중은 86.7%다. 이지스자산운용(43.1%)이나 미래에셋자산운용(58.9%)뿐 아니라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80.7%)보다도 해외투자 비중이 높다. 전체 부동산펀드수는 49개로 이중 36개가 해외 부동산펀드다.
베스타스자산운용의 해외 부동산펀드 설정잔액 기준 투자자산별 비중을 살펴보면 오피스가 61.3%로 가장 높았다. 베스타스자산운용은 지난해에만 프랑스 파리 CBX 오피스 매입(6000억원)과 아일랜드 더블린 샤르몽익스체인지(Charlemont Exchange) 오피스 매입(1800억원) 등 굵직한 딜을 성사시켰다.
물류센터가 25.9%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스페인 세비야 아마존 물류센터를 2400억원에 매입했으며 2018년 이탈리아·폴란드 아마존 물류센터와 네덜란드·핀란드 DSV 물류센터를 총 5400억원에 사들였다. 이외에 호텔(7.6%)과 리테일(5.2%)도 일정 비중을 차지했다.
투자유형별 비중으로는 실물매입이 77.0%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지난해 덴마크 코펜하겐 DSV 글로벌본사 오피스 및 물류센터를 2500억원에 매입했고 폴란드 우치 리로이메를린(Leroy Merlin) 물류센터를 950억원에 인수했다. 대출채권이 14.5%로 뒤를 이었다. 2017년 일본 도쿄 시나가와씨사이드TS타워(Shinagawa Seaside TS Tower) 대출채권(3200억원) 투자가 이에 해당한다.
재간접투자도 8.5%로 일정 비중을 차지했다. 베스타스자산운용은 미국 거캐피탈(Gaw Capital Partners)의 상업용 부동산 투자펀드(Gaw US Fund III)와 호주 차터홀(Charter Hall)의 오피스 투자펀드(Charter Hall Core Plus Office Fund) 등 다양한 해외 부동산펀드에 재간접투자하고 있다.
투자지역별 비중을 살펴보면 유럽이 67.4%로 가장 높았다. 유럽 내에서도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 폴란드 등 다양한 지역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독일 베를린 국민연금보험(Deutsche Rentenversicherung) 오피스 지분 40.5%를 860억원에 사들였다.
미국이 22.7%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미국 뉴욕 피어57(Pier 57) 복합시설 선순위 대출채권(750억원) 투자와 2018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쇼케이스III(Showcase III) 중순위(메자닌) 대출채권(550억원) 투자가 이에 해당한다. 이외에 일본(6.8%)과 호주(3.0%)도 일정 비중을 차지했다.
◇호텔·리조트 투자 4000억, 대출채권 투자 집중
서울 중구 메트로타워(옛 GS역전타워), 서울 중구 센터플레이스(옛 YG타워), 서울 여의도 NH농협캐피탈빌딩 등 국내투자에 주력해온 베스타스자산운용이 해외투자로 무게중심을 이동한 것은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과 삼성SRA자산운용에서 해외투자 경험을 쌓은 박병준 부사장(투자부문장)을 2016년 영입하면서부터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출신 김도철 상무(해외투자1본부장)와 삼성SRA자산운용 출신 이상엽 상무(해외투자2본부장)도 합류하며 조직 세팅을 완료했다.
해외투자가 급증하며 호텔·리조트도 주요 투자자산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해외 호텔·리조트 투자는 글로벌 관광산업 성장에 힘입어 꾸준히 배당수익을 챙기면서 향후 매각차익도 기대할 수 있는 이점 때문에 국내 부동산펀드 운용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베스타스자산운용도 2016년부터 매년 1건 이상 호텔·리조트 투자를 진행했다. 해외 호텔·리조트 투자건에 한해 미국을 집중 공략했으며 실물을 매입하기보다는 대출채권을 인수하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코로나19가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확산되자 글로벌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았고 호텔·리조트 수익성에도 비상이 걸렸다. 객실가동률(OCC)이 급격히 감소하며 대부분 호텔·리조트가 임대료를 약정보다 적게 지급하거나 아예 지급하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대출채권 투자의 경우에도 상환여력이 호텔 수익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정상적인 이자수취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베스타스자산운용은 2016년 미국 샌디에이고 호텔델코로나도(Hotel del Coronado) 중순위 대출채권에 860억원을 투자했다. 베스타스자산운용의 첫 번째 해외호텔 투자건으로 현재는 상환을 완료한 상태다. 2017년에는 미국 워터파크 리조트 그레이트울프로지(Great Wolf Lodge) 포트폴리오 중순위 대출채권에 1100억원을 투자했다. 최근 미국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블랙스톤(Blackstone)이 그레이트울프로지 전체 포트폴리오를 사들이면서 대출원금 상환도 완료됐다.
현재 베스타스자산운용이 보유한 해외 호텔·리조트 포트폴리오는 모두 4개로 투자규모는 4000억원 수준이다. 2017년 미국 워싱턴DC 리츠칼튼호텔(Ritz-Carlton Hotel) 선순위 대출채권에 630억원을 투자했으며 미국 뉴욕 맨해튼 더마크호텔(The Mark Hotel) 선순위 대출채권에 1300억원을 투입했다.
201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호텔G(Hotel G)를 830억원에 매입했으며 지난해에는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와이키키 홀리데이인익스프레스(Holiday Inn Express) 선순위 대출채권에 1300억원을 투자했다.
◇이자지급 불능시 유예로 대응, 만기까지 수익성 회복 기대
베스타스자산운용도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해외 호텔·리조트 포트폴리오에 대한 리스크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투자를 진행한 해외 호텔·리조트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영업활동이 대체로 위축된 것은 맞지만 당장 임대료 수취나 대출이자 수취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향후 이자수취에 차질을 빚을 경우를 대비해서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이자지급을 일정 기간 유예해주되 이자를 탕감하는 것이 아니라 추후 대출원금에 해당 이자를 얹어 상환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베스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해외 호텔·리조트 포트폴리오 중 하나인 더마크호텔이 위치한 뉴욕에서는 호텔·리조트가 3개월간 대출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더라도 디폴트를 선언하지 않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뉴욕 외에 다른 주에 소속된 호텔·리조트에 대해서도 이자지급을 유예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베스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당장 이자지급이 어려울 경우 디폴트 없이 상환시 해당 이자만큼 대출원금을 올려서 받는 것으로 차주와 얘기가 되고 있다”며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이자지급을 유예해주는 형태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출 만기까지도 수익성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을 경우 유예해준 이자를 수취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베스타스자산운용은 대출기간이 5년으로 설정돼있어 수익성을 회복할 여력이 충분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보유한 해외 호텔·리조트 포트폴리오 중 유일하게 미국 리츠(REITs)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인수한 호텔G의 경우에도 해당 리츠가 호텔G를 장기보유할 방침이기 때문에 코로나19에 따른 단기적 자산가치 하락이 발생하더라도 추후 엑시트에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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