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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플 1번지’에서 ‘불꺼진 밤거리’로…신사동 가로수길·논현동 먹자골목 일대 폐점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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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찾은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커피스미스 1호점이 폐점한 채 불이 꺼져 있어 그 주변으로 적막감이 맴돌았다. 이두리 기자

3일 오후 찾은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커피스미스 1호점이 폐점한 채 불이 꺼져 있어 그 주변으로 적막감이 맴돌았다. 이두리 기자

‘핫플레이스 1번지’이자 세로수길, 샤로수길과 같은 아류를 낳은 ‘○로수길’의 원조격인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일대가 휑하게 변했다.

가로수길의 랜드마크로 통했던 ‘커피스미스 1호점’은 지난달 10일 영업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개점 13년 만에 사라져 버린 예전 카페 주변에는 적막감이 맴돌았다. 카페에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소파와 간판들이 문 앞에 쌓여 있었고, 건물 철거가 임박한 듯 상가 입구 앞에는 ‘위험’ ‘안전제일’이라고 쓰인 안전띠가 둘러져 있었다. 카페 앞을 지나던 행인들은 “여기 핫플레이스였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망한 거래”, “사람들이 참 많았는데” 등의 말을 주고받았다. 가로수길에서 성업하다 폐점한 한 화장품 상가는 외벽의 간판마저 떼어져 있어 흉물스럽기까지 했다. 날이 어둑해지면서 저 멀리 아파트에는 불빛이 하나 둘 들어왔지만 문을 닫은 가게가 즐비한 가로수길에는 어둠이 짙게 내려 앉고 있었다.

지난 3일 저녁 찾은 가로수길에서는 약 700m에 이르는 거리에 늘어서 있는 상가 71개 절반 가까운 31곳에서 ‘빈 가게’가 발견됐다. 이 가운데 16곳은 아예 건물 전체가 문을 닫은 상태였고, 나머지 15곳도 입주해 있는 상점 1개 이상이 폐점 중이었다.

가로수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모씨(40대)는 “7~8년 전에만 해도 핫플레이스였는데 조금씩 경기가 안 좋아지더니 이제는 제일 잘 되던 커피스미스까지 문을 닫았다”며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정말 심각한 상황이어서, 나도 이제 일을 그만하고 싶다”고 했다. 액세서리 노점을 운영하는 정연하씨(26)는 “비어있는 상가들을 보면 나까지 축 처지는 기분”이라며 “그나마 여기에 애플스토어와 폴로 매장이 있긴 한데, 저 상가들마저 없어지면 정말 다 망할 것 같다”고 했다.

이 같은 가로수길의 쇠락은 단순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손님이 줄어들어 ‘장사가 안 되는 탓’이라고만 보기도 힘들다. 앞서 가로수길 일대는 서울 강남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고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찾는 코스가 되면서 상가 주인들이 나날이 임대료를 높여갔고, 권리금도 덩달아 치솟았다. 이러던 와중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라는 태풍을 만나면서 서울 시내 상권 가운데서도 명동·광화문 등 도심과 함께 특히 치명상을 입은 곳이 가로수길 권역이다.

인근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이동환씨는 “임대료가 6~7년 전에 비해 3배 정도 올랐는데, 월세로 보면 1층 기준으로 20평에 600만~700만원했던 게 2000만~3000만원으로 뛰었다”며 “작년 상반기부터 1년 반 동안 매매와 임대가 하나도 없어 텅텅 빌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임대료를 내리면 되지 않느냐’고 또 다른 공인중개사에 물었더니 “지금 어려워도 건물주 입장에서는 관광객이 돌아올 때를 기다리는 것 아니겠나”며 “지금 임대료를 낮추면 다시 높게 받기가 어려워 (현 임대료를) 계속 고수하는 것”이라고 했다.

3일 오후 찾은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사진 왼쪽)과 강남역 일대 폐점상가들로 ‘임대’를 알리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이두리, 김흥일 기자

3일 오후 찾은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사진 왼쪽)과 강남역 일대 폐점상가들로 ‘임대’를 알리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이두리, 김흥일 기자

백종원 브랜드 프렌차이즈점이 20여개 밀집해 있어 ‘백종원 거리’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서울 논현동 먹자골목 일대도 풍경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거나 코로나19 장기화로 매출이 부진해 폐점한 업체가 부쩍 늘었다. 백종원 브랜드 프렌차이즈점은 ‘한신포차’를 빼놓고는 모두 폐점해 ‘백종원 거리’란 이름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심지어 20년 넘게 영업해 온 ‘한신포차 1호점’도 매물로 나온 상태다. 아직까지 영업은 계속되고 있었지만, 한때 대기표까지 받으며 기다리던 사람들로 발디딜 틈 없던 식당 안팎의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이날 오후 9시40분쯤 방문한 가게 안에는 20여개 테이블 중 6개만 들어차 있었다. 거의 4명 이상 들어차던 한 테이블에도 2명이 앉아 있는 것이 최대였다. 도보 1~3분 거리의 가까운 일대를 둘러보니 ‘폐점’을 알리는 문구를 문 앞에 붙여놓은 음식점들이 눈에 띄었다.

인근 주민 유수아씨(24)는 “코로나19 때문에 가뜩이나 먹자골목을 많이 찾지 않는데 만약 한신포차까지 사라지면 사람들 발길이 더 뜸해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이정희씨(44)는 “논현동 먹자골목 상권은 밤부터 시작해 새벽장사를 하는 곳인데 코로나19 영업시간 제한 때문에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며 “이제는 영업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도 확신이 없다”고 했다.

수도권 교통의 요충지로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역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밤에도 낮처럼 밝아 불야성을 이루던 강남역 일대에도 비어있는 상가가 한눈에 보였다. 강남역 10번, 11번 출구 주변에서 둘러본 상가 88곳 중 9곳은 완전히 문을 닫은 채 ‘임대문의’를 내걸고 있었다. 목이 좋은 1층에도 ‘임대’를 알리는 큼지막한 현수막이 걸려 있기도 했다. 일부 상가는 지난해 1월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비어 있었다고 한다. 예년 같았으면 금세 입점했을 텐데 1년 반 넘게 공실 상태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올 2분기 서울지역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강남 지역의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11.5%에 이른다. ‘논현역’ 상권은 중대형 공실률이 19.1%로 서울 시내 57개 주요 상권 가운데 명동, 광화문에 이어 3번째로 높았다. 강남역이 있는 테헤란로(18.8%)와 가로수길이 위치한 신사역(13.6%) 상권도 공실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강남 일대의 공실률이 늘고 있는 것은 임대료가 단기간에 급격하게 오른 데다, 코로나19라는 변수까지 겹친 영향이 크다”면서 “임대료는 일시적인 폭등 뒤에 정상화되는 ‘오버슈팅’이 진행되겠지만, 이 과정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아픔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핫플 1번지’에서 ‘불꺼진 밤거리’로…신사동 가로수길·논현동 먹자골목 일대 폐점 속출 - 경향신문 (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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