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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성 좋은 KH필룩스그룹 ‘알펜시아 인수’ 유독 시끄러운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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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그룹(구 필룩스그룹)이 강원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인수에 나서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KH그룹은 최근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 연예기획사 iHQ 등을 연이어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KH그룹은 필요한 금액을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등으로 마련했다. 이 때문에 7100억 원 규모의 알펜시아리조트를 낙찰받고 1조 원대의 추가 투자계획을 밝힌 KH그룹에 우려가 제기된다. 알펜시아리조트 입찰 과정에서도 여러 잡음이 나오는 상황이다.
 

KH그룹(구 필룩스그룹)이 강원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인수에 나서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주무대였던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알펜시아리조트는 동계올림픽대회 유치를 위해, 총사업비 1조 6000억 원을 투입해 조성됐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영광을 함께했으나 이후 남은 것은 7700억 원 규모의 부채다. 행정안전부는 2011년 경영개선명령에 따라 매각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네 번의 공개입찰과 두 차례 수의계약이 모두 무산됐다. 강원도와 강원도개발공사는 매각가를 1000억 원 낮출 수밖에 없었다. 지난 6월 24일 진행된 제5차 공개매각에서 KH그룹이 특수목적법인 KH강원개발주식회사를 내세워 7100억 원에 알펜시아리조트를 낙찰받았다.

KH그룹은 1차 입찰부터 참여하며 인수 의지를 보였고, 고용 승계도 약속했다. 10년가량 매각작업이 답보상태에 빠지며 엄청난 혈세가 투입된 만큼 KH그룹의 인수는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입찰 과정을 둘러싸고 ‘담합입찰’ ‘헐값매각’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입찰은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운영·관리하는 공매시스템 ‘온비드’로 진행돼 낙찰받은 KH강원개발주식회사 외 다른 한 곳의 정체는 드러나지 않았다.  

국민의힘 강원도당은 7월 7일 논평을 통해 “KBS 보도에 따르면 응찰 업체 2곳이 모두 KH그룹 관계사였다는 증언이 나왔다”며 “꼼수 입찰과 사전조율이 사실이라면 이번 매각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동안 강원도가 ‘매각이 늦어져도 8000억 원대 이하 헐값매각은 절대 없다’고 누차 공언했으나 갑자기 7100억 원 헐값매각으로 처리한 까닭이 무엇인가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KBS는 7월 6일 목격자 및 관계자 증언을 통해 알펜시아 낙찰자 발표 엿새 전 낙찰 선정 축하연이 있었고, 최종 입찰에 참여한 기업 2곳이 모두 KH그룹 관계사였다고 보도했다.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회의록에 따르면 7월 8일 열린 강원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에 참석한 이만희 강원도개발공사 사장은 의혹에 대한 질의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입찰 내역과 이사회 기록 제출 요구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제출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그러나 7월 13일 열린 강원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에 출석한 박천수 강원도 기획조정실장은 “KH 관련사 두 곳이 입찰에 참여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알고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입찰 과정의 위법성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매각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강원시민단체 강원평화경제연구소는 “낙찰가에서 강원개발공사에 지급되는 실입금액은 4507억 원, 현재 강원개발공사의 부채는 7732억 원”이라며 “결국 매각을 해도 3225억 원은 여전히 강원개발공사가 떠안아야 하는 빚”이라고 비판했다. 또 “KH강원개발주식회사의 모회사인 KH필룩스는 2년 연속 당기순이익이 적자 상태를 보이고 최근 들어 알펜시아 매입 전날인 지난 6월 23일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4월과 5월 연이어 전환사채 발행에 나섰다”고 지적하며 KH강원개발주식회사의 자금동원 능력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시장에서는 KH그룹이 이번에도 시장성 자금조달로 알펜시아를 인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18년부터 여러 회사를 인수해 현재의 그룹 형태를 갖추는 과정에서 KH그룹은 전환사채와 유상증자를 활용했다. KH그룹은 건하홀딩스→클로이블루조합→KH일렉트론→KH필룩스→장원테크→KH이엔티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건하홀딩스 최대주주는 지분 60%를 보유한 배상윤 회장이다.

 

2020년 12월 31일 기준 KH 필룩스 지배구조. 사진=KH필룩스 공시

배 회장은 2018년 8월 KH블루홀딩스 컨소시엄을 통해 KH일렉트론(당시 삼본전자)을 인수했고, 인수 직후 KH블루홀딩스는 삼본전자 주식을 담보로 에스모와 한국투자증권에 총 126억 원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클로이블루조합(당시 나비스 피델리스2호조합)은 2019년 1월 15일 유상증자를 통해 삼본전자 최대주주에 올랐다. 배상윤 회장이 삼본전자를 인수한 이후 KH그룹은 여러 인수를 통해 덩치를 키웠다.

삼본전자는 2019년 1월 장원테크 경영권을 인수했다. 인수 전후로는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장원테크는 삼본전자에 인수된 직후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KH이엔티(당시 이엑스티) 경영권을 인수했다. 또 삼본전자는 2019년 6월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필룩스 경영권을 인수했다. 2019년 7월에는 필룩스가 발행하는 유상증자에 장원테크 주식을 현물출자했다.

이번에 알펜시아를 낙찰받은 KH강원개발주식회사는 KH필룩스로부터 300억 원을 대여해 입찰보증금을 냈다. 잔금은 오는 8월 23일까지 모두 납부할 계획이다. 잔금 납부를 위해 KH그룹 전 계열사가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KH그룹은 앞서 하얏트호텔과 iHQ 등을 인수합병할 때도 주요 계열사의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인수자금을 마련한 바 있다.

지난 6월 18일 KH필룩스의 금전대여 결정 공시에 따르면 KH강원개발주식회사의 자산총계는 360억 1000만 원이다. 부채총계는 360억 원, 자본금은 1000만 원이다. KH강원개발주식회사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6월 23일 자본금이 200억 1000만 원으로 변경됐다. KH필룩스로부터 대여 받은 입찰보증금 가운데 일부를 출자전환했기 때문이다.

KH그룹 주요 계열사이자 상장사 다섯 곳의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으로 지적된다. KH그룹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KH필룩스의 지난 1분기 기준 자산총계는 4376억 원, 지난해 영업이익은 5700만 원이다. 다른 주요 계열사 KH이엔티의 자산총계는 3004억 원, 지난해 영업이익은 26억 원이다. 나머지 주요 계열사 KH일렉트론(자산총계 1771억 원)과 장원테크(1737억 원), iHQ(1406억 원)는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KH그룹 관계자는 “자금동원 계획도 없이 400억 가까운 입찰보증금을 납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실사 단계라 아직 구체적 계획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단계별로 순차적 투자 계획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장사가 다섯 곳이나 있는데 일각의 의혹 제기로 불안감이 조성되면 그룹과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그룹에서는 최선을 다해 실사를 진행하고 최종 계약을 통해 지역을 활성화시킬 구상이고, 강원도와 강원도민도 인수를 반기는 상황이니 믿고 지켜봐 달라”고 강조했다. 

먹성 좋은 KH필룩스그룹 ‘알펜시아 인수’ 유독 시끄러운 까닭 | 일요신문 (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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