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앞서 GS리테일, 이마트, CJ대한통운을 통해 물류업계 전략과 전망을 알아봤다. [물류는 이제 라스트마일] 마지막 회차는 3명의 물류 전문가와 함께 ‘라스트마일 딜리버리가 유통에서 왜 중요한지’, ‘앞으로 물류업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지속 가능한 물류는 가능한지’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 〈 편집자주 〉
더 이상 좋은 물건만 판매한다고 해서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시대가 저물었다. 현재 유통·물류업계는 ‘더 좋은’ 물건을 ‘더 빨리’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필수다. 이 배송 전쟁을 시작한 것은 쿠팡이다. 쿠팡은 지난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며 총 45억5000만달러, 한화 약 5조1600억원을 조달했다. 지난 21일 쿠팡은 유상증자로 2287억원을 신사업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에 오프라인 기반 유통 업체도 쿠팡에 대적하기 위한 새로운 청사진을 마련했다. 신세계는 약 3조4400억원을 들여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했다. GS리테일은 업계 최초로 홈쇼핑과 통합하며 5년간 약 1조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딜리버리히어로의 ‘요기요’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
송상화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저렴한 가격, 다양한 물건을 모두 가지고 있는 이커머스 입장에서는 소비자에게 이제 ‘배송 편의성’만 제공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맥락에서 오프라인 기업은 도심 내 많은 매장이 있다”며 “'배송 편의성'은 오프라인 매장이 추가적인 비용을 많이 지출하지 않고도 경쟁력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지키고 방어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비싼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라스트마일 딜리버리(배송)’는 비싸다. 삼성증권과 허니웰(Honeywell)에 따르면 물류 단계별 비용은 라스트마일 배송 비용 53%, 터미널 간 수송 37%, 집하 작업 6%, 분류 작업 4%로 구성돼있다. 라스트마일 거래는 물류 생산성 향상, 배송 시간 단축, 소비자와 만나는 최종 단계의 서비스 품질이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나 소규모 상품 이동, 넓게 퍼져 있는 소비자, 언제 받을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
조영곤 상명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데 수송 비용은 그렇게 크지 않지만 부산 내에서 특정 고객한테 가는 비용이 매우 크다”며 “라스트마일 배송이라는 게 본질적으로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한 것인가’에 것”이라고 했다.
◇ 소비자 ‘니즈(Needs)’에 따라 해야 하는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비싸지만 해야 하는 라스트마일 딜리버리’라고 말한다. 하헌구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교수는 “이제 소비자들은 꾸준히 높은 서비스를 원하고 있고 이커머스가 활성화되면서 라스트마일 배송이 굉장히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영곤 교수도 “라스트마일 배송은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보면 필요충분조건”이라며 “요즘은 고객들이 그런 조건을 민감하게 고려하다 보니 고민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메조미디어의 ‘배달 서비스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2019년 대비 2020년 배달 서비스 업종 결제 금액은 74% 증가했다. 코로나19가 배달 서비스 시장 성장을 견인한 것이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대학생 전 씨는 “배달 서비스 없이 이제 살 수 없다”고 했다. 직장인 김 씨는 “배달 서비스의 편리함을 알게 된 이상 배달 서비스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김 씨는 “직장인이라 매우 바빠 요리할 시간이 없고 자취를 하다 보니 음식물 쓰레기가 덜 나오는 배달이 편하다”고 언급했다.
◇ 유통·플랫폼(이커머스)·물류기업에겐 필수적인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소비자가 원하기 때문에 유통·플랫폼(이커머스)·물류기업 입장에서도 ‘라스트마일 배송’은 고객과 고객사를 락인(Lock-In)시키기 위한 중요한 전략이다. 물류 산업은 영업이익률이 낮은 산업이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것이 필수다. 유통과 이커머스의 경우 고객사를 많이 확보해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는 게 중요하다. 미국의 아마존처럼 국내도 현재 이기는 기업이 시장 점유율을 통째로 가져가는 구조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조영곤 교수는 “유통 산업을 기준으로 이야기하면 과거에는 같은 영역 내 플랫폼과 비 플랫폼 산업으로 나뉘어 있었다”며 “현재는 플랫폼 비즈니스 시장 파급력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 유통·플랫폼·물류기업이 하나의 산업이 될까
지난해 10월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이 약 6000억원의 지분 교환을 단행했다. 업계는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이 혈맹을 맺었다’고 평가했다. 지난 21일 CJ대한통운은 네이버와 함께 ‘e-풀필먼트’ 운영센터 규모를 20만평, 66만1157㎡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CJ대한통운은 추가한 20만평 풀필먼트 센터를 46만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중심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보고 ‘결국 미래에는 하나의 산업으로 통합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에 고개를 저었다. 물류는 결국 네트워크 산업이고 이커머스 업체가 이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고 수조원을 투자하기에는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송영화 교수는 “네이버와 CJ대한통운처럼 플랫폼과 물류기업이 전략적 제휴를 맺으면 분명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규모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송 교수는 “물류는 네트워크 산업이고, 결국 네트워크 인프라를 많이 가진 기업이 이길 수밖에 없고 이게 곧 초격차를 형성하는 진입장벽”이라며 “CJ대한통운, 한진, 롯데와 같은 택배 서비스를 영위하는 기업들은 이미 10년, 20년 이상 이에 대해 투자를 지속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택배 산업 구조는 어느 정도 구조적 정리가 됐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조영곤 교수도 “유통·플랫폼 기업이 사업을 잘 영위하기 위해서는 물류 영역 내 경쟁력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이제 물류기업은 유통 플랫폼을 고객 기반으로 확보하지 않으면 사업을 영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 교수는 “유통과 플랫폼 산업이 통합되는 것은 가능하나 물류 산업과는 각각 키워드로서 연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헌구 교수도 “물류기업은 굳이 경쟁이 심한 이커머스 시장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며 “이커머스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고객사를 많이 확보한다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송영화 교수는 라스트마일 배송 시장과 관련해서는 “아직 구조적 정리가 안됐다”며 “누가 먼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지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 지속 가능한 라스트마일 딜리버리의 실현가능성
글로벌물류기술통합정보시스템(LoTIS)에 따르면 온라인 유통 증가로 도심 내 라스트마일 배송이 활성화되면서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도 이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의향이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무료로 탄소 배출량 상쇄법을 알리는 기업인 에코카트(EcoCart)는 온라인 유통기업 중 25% 이상 환경 친화적 배송 서비스 옵션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다국적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Accenture)는 “지속가능한 라스마일 배송(The sustaining last mile)” 연구보고서에서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와 연계한 라스트마일 배송 혁신으로 오는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7~26%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송영화 교수도 단기적으로는 불가능하나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라스트마일 배송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송 교수는 “현재 친환경 운송수단으로 넘어가고 있는 추세”라며 “이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지만 탄소 배출의 양을 줄이려는 시도 측면에서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이어 “정부가 친환경 차량·오토바이를 장려하고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은 지속 가능한 라스트마일 배송이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결국 방향성은 맞지만...
3명의 물류 전문가 모두 라스트마일 배송으로 나아가는 것이 급변하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커머스 시장이 더 커지고 소비자들이 배송 서비스의 편리함을 안 이상 라스트마일 배송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이다.
하헌구 교수는 “사람들이 계속 편리함을 추구할 거고 그럼 라스트마일 서비스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영곤 교수도 “현재 경쟁의 범위가 매우 넓어지고 변화에 빨리 적응하는 게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송영화 교수도 “결국 오프라인 매장 내 물류센터가 공존하는 방식으로 나아갈 것”이라면서도 “꼭 물류 회사가 아니더라도 라스트마일 네트워크 인프라를 먼저 구축하는 기업이 초격차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