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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시장 커져 웃나 했더니…잘되면 떠나는 점주…공유주방은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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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전문식당 플랫폼을 운영하며 푸드테크 기수로 각광받던 공유주방에 경고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점주 입장에서는 소자본 창업이 가능해 유리하지만, 공유주방 업체는 경쟁 과열, 입점 주방의 잦은 이탈, 배달 비용 증가 등으로 기대보다 성장세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는 더 이상 공유주방 추가 출점을 하지 않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을 정도다. 외식 시장이 급변하는 가운데 공유주방 사업 모델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한쪽에서 제기된다.
 

 

 

 
 
공유주방이 경쟁 과열, 입점 주방의 잦은 이탈, 배달 비용 증가 등으로 경고음이 나온다.  
 

▶공유주방 위기론, 왜

▷경쟁 과열에 공실률 50% 넘는 곳도

공유주방의 최대 강점은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 평균 창업비는 1억200만원(2019년 기준). 반면 공유주방에 입점하면 보증금 1000만원 정도에 조리 시설이 모두 갖춰진 5평 안팎 주방을 확보할 수 있다. 망해도 보증금은 돌려받으니 배달전문식당을 경영해보려는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최적의 ‘테스트베드’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공유주방 운영 업체다. 공유주방은 대개 5~20개 정도의 주방 공간을 설치해야 하므로 초기 설립 비용이 수억~수십억원이 소요된다. 수익 모델은 입점 주방당 월 150만원 안팎 임대료가 대부분이다. 주방이 만실이라면 임대료 수익만으로 두 자릿수 이상 투자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이게 쉽지 않다. 최근 공유주방 업계에 따르면 공실률이 낮은 업체도 10% 이상, 높은 업체는 50%가 훌쩍 넘는 상황이다. 배달 시장이 급성장하며 소자본 저위험 외식 창업 수요가 몰릴 것으로 기대했던 당초 전망이 엇나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지난해까지 100개 이상 지점을 열겠다며 수백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던 주요 공유주방 업체들은 현재 20개도 출점 못한 상황이다. 지난해 10개점을 운영하며 1개점을 추가 출점할 예정이었던 배민키친도 오히려 1개점을 줄여 현재 9개점을 운영 중이다.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창업자가 만든 ‘클라우드 키친’의 후신인 키친밸리는 지난 5월 주방 수 500개를 달성했다고 자랑한 지 얼마 안 돼 ‘333 이벤트’를 열었다. 예비 창업자 33명에게 최대 3개월까지 무월세(rent free) 혜택을 주는 프로모션이다. 주방은 많이 지어놨는데 입점이 부진하니 비어 있는 주방을 채우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된다.

우선 우량 테넌트(입점 주방)의 장기 임차를 기대하기 어렵다. 공유주방은 초기 외식 창업자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 점주 입장에서는 성공 가능성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매몰 비용 리스크가 적은 공유주방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런데 인큐베이팅에 성공해 매출이 잘 나오면 상황이 달라진다. 굳이 150만원+α의 고정비를 내며 공유주방에 남을 이유가 없어진다.

“코로나19 사태로 공실이 급증하며 권리금, 월세 등 로드숍 창업 비용이 현저하게 낮아졌다. 무권리금에 월세 50만~70만원 안팎 배달 전용 상가가 적잖다. 한 달이면 월세만 100만원, 1년이면 1200만원 이상 절감되니 매출이 안정적인 점주 입장에서는 로드숍으로 이전을 고려할 만하다. 공유주방에서 월매출 1000만원만 나와도 그 브랜드로 로드숍에서 창업하면 훨씬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한 공유주방 대표의 푸념 섞인 설명이다.

경쟁 과열도 문제다. 공유주방의 경쟁자는 다른 공유주방 그리고 배달하는 모든 식당이다. 공유주방은 설립·운영에 별도의 자격 요건이 없어 주방별 칸막이만 세우면 사실상 누구나 뛰어들 수 있다. 초기에는 VC 투자를 받은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부동산 임대 수익을 높이려는 상가주, 건물주도 공유주방을 직영 또는 가맹으로 운영하는 추세다. 한 공유주방 대표는 “30평 매장을 임대하는 것보다 5평씩 주방 공간을 나눠 임대하면 수익률이 2배 이상 높아질 수 있다. 때문에 2층이나 지하에 공실이 있는 건물주들의 컨설팅·가맹 문의가 종종 들어온다”고 전했다.

배달 시장 포화도 악재다. 과거에는 치킨, 피자, 중식, 족발·보쌈 정도만 배달을 했다면,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된 요즘은 거의 모든 식당이 배달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때문에 공유주방에 입점한 식당들의 경쟁자가 크게 늘었다. 반면 배달 앱, 라이더 수수료는 높아져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는 추세다. 입점 식당 수익성 악화는 매출 대비 수수료로 월세를 받는 공유주방의 수익 감소로 이어진다. 한 치킨집 다점포 점주는 “다른 배달 메뉴가 급증하며 치킨은 빅3와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상위 업체들도 4000~5000원씩 할인 쿠폰을 뿌려 겨우 매출을 유지 중이다. 치킨을 배달로 5마리 파는 것보다 홀 손님 한 팀을 받는 것이 더 나을 정도로 배달은 수익성이 낮다”고 토로했다.

공실 해소를 위해 맛집이나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유치한 것은 부메랑이 됐다는 평가다.

이들은 프랜차이즈 본사 등에서 납품하는 전용 식자재를 쓰는 경우가 많다. 이는 수십 개 입점 식당에 식자재를 납품해 물류 수익을 챙기려 했던 공유주방 전략에 차질을 빚게 했다. 게다가 이들 또한 배달 서비스 테스트베드 기간이 끝나면 퇴점해버리니 효과가 제한적이다.

한 공유주방 대표는 “1년 계약이 만료돼 재계약 시즌이 되면 공유주방은 장사가 잘되는 입점 식당에는 을이 된다. 또 장사가 너무 안되는 식당에도 을이 된다. 밀린 월세를 납부하지 못하고 연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워낙 영세한 소상공인들이 많아 월세를 다 못 받고 내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공유주방의 미래는

▶식당 브랜딩 지원 못하면 임대업 전락

▷앞으로 공유주방은 어떻게 될까.

업계에서는 거액의 VC 투자를 유치해 운영하던 대형 공유주방은 더 이상 확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VC는 ‘J커브’를 그리며 급성장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데, 푸드테크 스타트업이라 생각했던 공유주방이 사실상 부동산 임대업에 공실난으로 허덕이기까지 하니 추가 투자를 주저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최근 한 공유주방 업체는 이전 단계보다 더 낮은 금액의 ‘브리지 투자’를 받는 데 그쳤다. 추가 투자가 중단되고도 살아남을 만큼 내실 있는 공유주방 위주로 옥석 가리기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 공유주방 대표는 “기존 ‘배달전문식당 백화점’ 모델만으로는 공유주방이 입점 식당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어렵다. 식당의 브랜딩, 메뉴 개발, HMR 제조,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판매와 마케팅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전문성을 지닌 공유주방만이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공유주방은 계속 존재할 것으로 본다. 소자본 창업 플랫폼으로서 공유주방에 대한 소상공인 수요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단, 이 경우에는 VC보다는 기대수익률이 낮은 부동산 투자자 위주로 운영 주체가 바뀔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 공유주방은 외식업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 경력과 전문성을 내세워 VC 투자를 유치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부동산 투자자 위주로 운영 주체가 바뀌면 외식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주방 설비나 마케팅 지원에 허점을 드러낼 수 있다. 공유주방 입점 희망자들은 접근성, 비용과 함께 설비나 동선, 마케팅 관련 전문성에 대한 꼼꼼한 비교 분석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배달 시장 커져 웃나 했더니…잘되면 떠나는 점주…공유주방은 웁니다 - 매경이코노미 (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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