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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배달·미용실·퀵… ‘라이언’이 골목상권 다 삼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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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문어발처럼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국민 메신저라는 카카오톡을 앞세워 선물하기, 결제, 쇼핑, 웹툰, 보험, 금융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온 카카오는 이제 퀵서비스, 대리운전, 꽃 배달, 미용실, 네일숍, 영어 교육, 실내 골프장, 주차 대행 같은 분야까지 진출했다. 자산 규모 20조원에 육박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한 카카오가 대표적 골목 상권을 집어삼키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에 상권을 빼앗긴 중소 업체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카카오가 이런 식으로 밀고 들어오면 버틸 곳이 있겠느냐”는 불만이 쏟아진다. IT 업계에서는 “이제는 어떤 사업 분야에 카카오 간판을 갖다붙여도 어색하게 느끼지 않을 지경”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래픽=김성규
 
/그래픽=김성규

◇카카오의 무한 확장

카카오는 소비자 편익을 내세워 확장에 나서고 있다. 택시·퀵서비스·대리운전·은행 같이 모바일 이용이 불편했던 영역에 진출해 간단한 조작과 직관적 기능을 앞세워 시장을 혁신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건 중소 업체와 자영업자들이다. 카카오의 확장 전략은 기존 시장에 진입한 다음, 무료 이용으로 경쟁자를 제친 뒤 가격과 수수료를 올리는 방식으로 요약된다. 카카오택시가 대표적이다. 카카오는 무료 서비스를 앞세워 택시 호출 시장의 80%를 장악한 뒤 최근 택시 기사를 상대로 유료 멤버십을 시작했다. 미용실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카카오가 2016년 출시한 미용실·네일숍 예약 서비스 카카오헤어숍도 과도한 수수료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김모(47) 원장은 “16만원짜리 볼륨매직과 염색을 하면 실제로 버는 돈은 10만원 남짓”이라고 했다. 카카오가 수수료 25%를 떼어 가는데, 여기에 결제 수수료 3%까지 하면 거의 30% 가까이가 수수료로 나간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젊은층 새 손님이 카카오를 통해 많이 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카카오헤어숍을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퀵서비스 기사들도 최근 카카오가 출시한 ‘카카오퀵’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당장은 수수료를 기존 업체보다 싸게 책정하고 있지만, 중소 업체들이 사라지고 카카오가 시장을 장악하는 순간, 카카오택시처럼 수수료를 대폭 올리는 유료 멤버십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카카오의 확장에 고사 위기에 처한 중소 상공인들은 집단행동에 나섰다. 지난달 대리운전과 셀프 빨래방 업계는 동반성장위원회에 ‘중소기업 적합 업종' 추가 선정을 신청했다. 두부, 문구 소매, 중고차 같은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해 카카오 같은 대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아달라는 것이다.

◇덩치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 져야

카카오는 전 국민이 쓰는 카카오톡을 바탕으로 한 사업 확장과 함께 공격적 인수 합병을 이어가면서 ‘카카오그룹’ 몸집을 급속도로 키우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카카오 계열사는 118곳으로 국내 기업 중 SK그룹에 이어 둘째로 많다. 7년 전 다음과 합병할 때만 해도 26개에 불과했던 계열사 수가 4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카카오는 계열사를 상장해 조달한 자금을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는 투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웹툰 등 상장을 앞둔 계열사가 다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카카오의 사업 영역 확장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를 제외한 카카오 계열사는 카카오 본사가 지분 50%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라며 “계열사 사업이 많아질수록 카카오의 몸값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재계와 IT 업계에서는 대기업이 된 카카오가 규모에 걸맞은 사회적 고려를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산 규모가 20조원에 이르는 대기업 그룹인데도 여전히 무차별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선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하는 사업에 기존 대기업이 진출했다면 엄청난 사회적 역풍을 맞았을 것”이라며 “말로만 혁신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진짜 카카오가 할 수 있는 혁신이 뭔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꽃배달·미용실·퀵… ‘라이언’이 골목상권 다 삼키네 - 조선일보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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