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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집처럼 쓰는 한국인…위워크가 코로나 뚫은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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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워크 여의도점 전경 [위워크코리아 제공] |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한국 직장인들은 다른 나라보다 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깁니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사무실에서 보내기 때문에 업무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편안함이나 브랜드 가치를 사무실에서 찾으려는 경향이 강하죠."
진은경 위워크코리아 에어리어 디렉터(Area Director)는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위워크 선릉3호점'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한국 고객(멤버)의 특징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위워크가 ‘단순 임대업’이 아니라 ‘고도의 서비스업’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글로벌 5성급 호텔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진 디렉터는 "호텔은 잠자는 곳이고, 위워크는 일하는 곳이란 점이 다를 뿐 특정 공간을 독점적으로 이용하고 생활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유사점이 많다"며 "그 가치를 가르는 것은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역설적이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광풍 속에 공유오피스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국내 공유오피스 간판격인 위워크는 지난해 매출이 20%이상 늘었다. 입주 멤버가 증가했을 뿐 아니라 행사장 대관 매출도 전년 대비 85% 급성장했다.
한 때 4차 산업혁명·공유경제의 기수였다가 ‘알고보니 임대업’이라는 오명을 쓴 공유오피스였지만, 코로나19 위기에 5성급 호텔 수준의 서비스로 무장하고 스타트업에서 대기업까지 빨아들이는 양상이다. 위워크코리아의 '호텔리어' 출신 공간·이벤트 책임자 2인방에 그 비결을 물었다.
위워크코리아 김보배(왼쪽) 이벤트 매니저와 진은경 에어리어(Area) 디렉터. 이들은 5성급 호텔에서 10년 가량 근무한 호텔리어 출신이다. [박해묵 기자] |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위워크 디자이너클럽점 메인라운지 전경[위워크코리아 제공] |
위워크 부활의 일등공신은 금융·IT 등 대기업이 유연근무제 '거점 오피스'로 공유오피스를 택한 것이 꼽힌다. 작년 위워크의 50인 이상 기업 멤버 비중은 2016년 국내 진출 이후 처음으로 50%를 돌파했다.
위워크가 국내 대기업의 까다로운 조건을 맞출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글로벌 수준의 고객경험 관리가 자리한다.
위워크는 작년 국내 공유 오피스 업계 최초로 프리미엄 고객경험 조사 플랫폼인 '메달리아(Medalia)'를 도입했다. 메달리아는 메르세데스-벤츠, 삼성, IBM, 레고 등 세계 유수 기업에 고객경험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위워크코리아 진은경 에이리어(Area) 디렉터. [박해묵 기자] |
진 디렉터는 "메달리아의 고객경험 조사 결과, 한국 멤버들은 사무실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매우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위워크는 글로벌 공통의 커피·티 운영방식이 있지만 한국에선 에스프레소 머신 운영시간을 기존 9~16시에서 8~18시로 늘리는 등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변화를 준 것은 커피뿐이 아니었다. 전문업체와 계약을 맺고 '티워터 프로그램'을 매일 새롭게 짰다. 월요일 우롱차, 화요일 결명자차, 수요일 보리차 같은 식이다.
진 디렉터는 "한국 멤버들은 출근 전 커피 한잔의 여유와 야근을 버티게 해줄 커피에 대한 니즈가 높다"며 "365일 정수기 물만 마시게 되는 멤버들에 건강과 차를 연결한 스토리로 물 한 컵을 마시더라도 대접받는 느낌이 들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그랜저(왼쪽), 삼성전자 비스포크(가운데)의 유튜브 광고와 jtbc 드라마 '월간집'에서 위워크 오피스가 배경으로 등장한 스틸컷(오른쪽) [유튜브 캡처] |
삼성전자 '비스포크', 현대차 '그랜저', jtbc 드라마 '월간집'….
여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기업 광고와 드라마 촬영지가 바로 '위워크'라는 점이다. '월간집'에서 정소민(나영원 역)은 위워크 종로지점에 올라 외마디 탄성을 지른다. "와~, 뷰(조망) 미쳤다!"
jtbc 드라마 '월간집'에 등장한 위워크 종로지점. [유튜브 캡처] |
위워크의 인테리어는 '여기서 일하고 싶다'는 아우라를 뿜어낸다. 높은 천고와 탁 트인 도심 조망은 개방감을 극대화한다.
진 디렉터는 "위워크의 오피스 인테리어는 바닥 러그 하나도 한국 지사 임의로 바꾸지 못한다"며 "소파, 의자, 테이블, 벽면 아트워크 하나하나 모두 배로 공수해온다"고 말했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글로벌 기준에 맞추기 위해 친환경 목재와 페인팅, 심리적으로 가장 편안함을 주는 3000K(켈빈) 조명을 사용한다.
진 디렉터는 "위워크의 인테리어 펀더멘탈은 세계적으로 동일하지만 해당 국가의 문화가 곳곳에 스며 있다"며 "선릉3호점의 경우 기와를 디지털로 형상화했고, 선릉 1호점은 한옥 느낌이 나는 창호지로 라운지를 꾸몄다"고 덧붙였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위워크 서울스퀘어점 프라이빗 사무실 모습. [위워크코리아 제공] |
그러나 공간의 첫 인상을 결정짓는 것은 '그리팅(Greeting·인사)'이라고 진 디렉터는 역설했다.
그는 "호텔에 들어설 때 '와우'하고 느끼게 되는 것은 환대"라며 "'당신은 귀한 사람'이라는 웰커밍(환대)을 얼마나 느끼도록 하느냐가 그 브랜드 가치를 가른다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를 위해 위워크는 메인 공간을 편안함과 개방감을 느낄 수 있도록 '라운지'라 칭했다. 또 커뮤니티바를 두고 직원이 상주해 입장객을 정중히 맞이한다. 위워크인 줄 모르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여기 카페인가요?'라고 묻는 이유다.
위워크 선릉3호점 2층 로비. 소파에 '함께 안전한 공간 만들기' 문구가 쓰인 쿠션이 비치돼 있다. [천예선 기자] |
코로나19는 오히려 기회였다.
위워크는 지난해 유진투자증권 등 금융·IT 대기업이 대거 입주하면서 기업 멤버가 대폭 늘었다. 2016년 55개였던 50인 이상 기업 멤버 수는 지난해 1550개로 28배 이상 증가했다.
진 디렉터는 “공유오피스여서 사람이 많다는 우려가 있지만 손잡이, 엘리베이터 버튼 등 하이터치 포인트를 정해 2시간에 한번씩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며 “오히려 개별 기업이 관리하는 사업장보다 위생상태가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특히 건물관리는 글로벌 인증기관인 '뷰로 베리타스'의 인증을 받았다. 청소 인원이 상주하고 스케줄에 맞춰 2시간마다 소독을 한다. 각층에 배치된 화분 등 식물관리자도 따로 있다.
진 디렉터는 "작년 전체 운영비의 5% 이상을 코로나19 관련 안전과 위생관리에 썼다"며 "이는 위워크 국내 20개 지점의 통신비보다 많은 규모"라고 설명했다.
위워크코리아 김보배 이벤트 매니저 [박해묵 기자] |
위워크는 '일터'이지만 입주 멤버들간 '소통공간'이기도 하다.
다양한 분야 인재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네트워크의 장(場)을 만들어 창의성 높은 기업 문화에 일조하고자 하는 것이 위워크의 경영철학이다.
코로나19 이전 커피나 와인 테이스팅, 북클럽, 게임 대결, 강남 일대 소셜 이벤트를 활성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보배 위워크 이벤트 매니저는 "멤버들의 취향, 연령대, 업종을 고려해 커넥션을 만들어가는 이벤트를 설계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전국 20개 지점 멤버를 대상으로 한 온·오프 하이브리드 방식 센트럴라이즈드(통합) 이벤트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최근 진행된 유튜버 '염블리(염승환)'의 주식 재테크 강연에는 500여명이 몰리며 대박을 터뜨렸다.
외부 대관 매출도 급증했다. 작년 대관 매출은 전년 대비 85% 증가했다. 그동안 호텔 연회장에서 치러졌던 기업 행사나 소셜이벤트가 코로나19 여파로 소규모화 되면서 위워크의 젊은 감각을 찾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
업계에서는 호텔 수준의 프리미엄 서비스와 위워크의 역동적인 분위기, 지하철역 2분거리의 접근성을 인기 요인으로 본다.
김 매니저는 "공간 규모와 인테리어 스타일이 층마다, 각 지점마다 다양하게 준비돼 있어 원하는 공간을 맞출 수 있고 세부적인 플래닝이 가능하다"면서 "이런 장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드라마, CF촬영도 올해 상반기에만 15회 이상 이뤄졌다"고 말했다.
공유오피스의 진화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주목된다. 일과 라이프스타일, 예상치 못한 네트워킹 시너지를 동시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동엽 연세대 교수(경영학)는 "기업들이 코로나19 경험으로 유연근무제가 생각보다 잘 작동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코로나19가 종식돼도 다양한 형태의 하이브리드 혼합형 근무가 대세가 될 것이며 공유오피스는 그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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