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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승계냐 전문경영인이냐…실마리 찾았다

가업승계를 할 것인가, 전문 경영인을 불러올 것인가.' 이는 전 세계 가족기업이 수차례 고민해온 문제일 것이다. 가업의 역사를 잘 아는 핏줄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것이 더 좋은지, 전문 경영인에게 가업을 맡기는 게 더 나은지에 대한 질문에는 사실 명확한 정답이 없다.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온 학자 중 한 명이 모르텐 베네드센 인시아드대 교수다. 베네드센 교수는 가업승계와 관련된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시하는 연구논문을 올해 초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베네드센 교수의 공동 연구는 전문 경영인이 경영해왔던 가업에서 다시 가족 멤버가 경영권을 맡게 됐을 때 효과를 밝혔다. 해당 연구는 마리오 다니엘레 아모레 이탈리아 보코니대 교수, 이사벨 르 브레턴―밀러 HEC 몬트리올 교수, 대니 밀러 HEC 몬트리올 교수와 함께 진행됐다. 4인이 공동 집필한 논문 '다시 미래로 돌아가다: 가업승계가 재개됐을 때 가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Back to the future: The effect of returning family successions on firm performance)'은 지난 2월 전략 매니지먼트 저널(Strategic Management Journal)에 온라인 버전으로 공개됐다.

연구진은 이탈리아 가족기업 489곳을 분석하며 전문 경영인(최고경영자·CEO)에서 다시 가족 멤버에게 가업을 승계할 때 효과를 알아봤다. 해당 연구에서 분석된 이탈리아 가족기업에서 전문 경영인 재임 기간은 평균 7년이었는데, 전문 경영인 임기 후 가족 멤버가 다시 경영권을 이어받고 난 뒤 성과를 분석한 결과, 해당 가족기업들의 총자산순이익률은 평균 18% 증가했다. 이는 구체적으로 전문 경영인 재임 기간 중 마지막 3년의 평균 성과와 가족 멤버가 CEO로 임명된 후 처음 3년 동안 성과를 비교한 수치다. 전문 경영인이 떠나고 가족 멤버가 CEO로 돌아온 후 가업 성과가 개선된 이유는 무엇일까. 매일경제 비즈타임스는 베네드센 교수와 서면으로 인터뷰하며 이에 대해 알아봤다. 베네드센 교수는 전문 경영인에게 가업을 맡겼을 때보다 가족 멤버가 다시 경영권을 잡게 된 후 가업 성과가 개선되는 이유 중 하나로 "전문 경영인이 가업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와 연구진은 유럽 가족기업 25곳의 가족 멤버들과 인터뷰하며 전문 경영인과 일했을 때 경험하는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불러들인 전문 경영인들이 가업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성과가 저조해 해고되고 결국 가족승계가 다시 이뤄진다는 점이 드러났다. 다음은 베네드센 교수와의 일문일답 내용.

 

 

―해당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대부분 사람들은 가족기업 CEO가 해당 기업의 가족 멤버가 아닌 전문 경영인으로 바뀌면 되돌릴 수 없는 전문 경영인 체제로 완전히 굳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도요타나 에르메스처럼 전문 경영인이 사업을 운영하다 다시 가업승계가 이뤄지는 사례가 있다. 우리는 이렇게 '가족 멤버 리더십'이 돌아왔을 때의 결과가 알고 싶었다. 전문 경영인 체제였다가 다시 가업승계가 이뤄진 후 성과에 대한 연구는 진행된 적이 없었다. 이에 대한 연구대상 기업으로 이탈리아 기업들을 선택한 것은 이탈리아 가족기업들이 전문 경영인에서 다시 가족 멤버 CEO 체제가 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에서 놀라웠던 점이 있다면.

 

▷해당 연구 결과는 우리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전문 경영인 자리를 가족 멤버가 대체했을 때와 전문 경영인이 물러난 후 또 다른 전문 경영인이 CEO를 맡았을 때 성과를 비교해보니, 평균적으로 가족 멤버가 CEO직을 맡은 후 결과가 더 좋았다. 구체적으로 CEO가 바뀌기 이전 마지막 3년과 CEO가 교체된 후 처음 3년간 평균 성과를 비교했을 때 가족 멤버가 다시 CEO가 된 후 가업의 총자산순이익률이 평균 18% 증가했다는 점을 발견했다. CEO가 다른 전문 경영인으로 교체됐을 때보다 가족 멤버가 경영권을 다시 잡았을 때 성과 역시 더 개선됐다.

―가족 멤버가 다시 CEO직을 맡은 이후 기업의 성과가 개선된 이유는 무엇일까.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전문 경영인이 (상대적으로) 실력이 부족해서다. 이때는 전문 경영인이 해고된 후 가업승계가 이뤄지고 예전보다 더 좋은 성과가 나타난다. 둘째, 가업승계 과정에서 잠시 CEO직을 맡아줄 사람이 필요해 전문 경영인을 뒀을 수 있다. 이 경우 가업을 이어받은 사람이 '준비가 잘된 상태'여서 성과가 더 좋아졌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족 멤버 CEO가 할 수 없는 특정한 일을 하기 위해 전문 경영인을 뒀을 수 있다. 가령 가업 내부를 디지털화하는 등 구체적인 임무를 위해 전문 경영인을 영입했을 수 있다. 해당 미션이 끝난 뒤 다시 가족 멤버가 CEO직을 맡은 후에는 가업의 가치를 더 잘 아는 CEO가 되돌아왔기에 가업 성과가 더 빛날 수 있다.

 

'가문의 영광' 제대로 이어가려면…최소 20년은 가업 승계 준비하라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설명[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가업이 전문경영인을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경영인 CEO들은 가족 멤버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강한 사업 경험이 있고 리더십 스킬 역시 상대적으로 더 탄탄하다. 반면 가족 멤버들에게 있는 특별한 자산은 가문의 역사와 유산, 그리고 네트워크다. 이러한 가업의 자산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질 때, 즉, 큰 전략적 변화가 필요할 때, 전문경영인이 CEO로 들어온다. 혹은 가족 멤버끼리 분란이 일어나 가업의 리더십에 혼란이 올 때 전문경영인을 CEO로 모시는 것이 한 가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다른 상황에서는 가업의 성장 속도가 너무 빨라 가족 멤버들이 이를 감당하기 어려울 때 노련한 전문경영인이 들어올 수 있다.

―전문경영인에서 가족 멤버로 CEO를 다시 임명할 때 가장 적합한 후임자를 선정하는 방법이 있다면.

▷가업 승계 후임자를 찾는 과정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우선 해당 가족은 가족 멤버가 가업에 입사하는 것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규정부터 정해야 한다. 예로, 오늘날 대다수 가업들은 가족 멤버가 해당 가업에서 일하기 전 상위권에 있는 비즈니스스쿨에서 교육을 받고, 타 기업에서 몇 년 동안 커리어를 쌓을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가업에 들어온 후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멘토링을 받을 마음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투명하게 규정을 정하면 가업을 이어받을 사람 중 누가 가장 적합한지를 더 쉽게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아시아 가업에서는 이뤄지기 힘든 일일 수 있다. 아시아 가업들의 창업자들은 미래 CEO로 딸보다는 아들을 선정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 가업들에 대한 생각은.

▷한국 재벌 기업들은 가족 멤버들이 경영권을 갖고 있어도 경영관리가 잘 된다. 해당 기업들의 가치는 오랫동안 정치·비즈니스적 네트워킹을 통해 형성돼왔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족 멤버들이 경영권을 쥐고 있는 것이 영향력이 있다. 가령, 재벌끼리의 결혼을 통해 가업의 '몸집'을 불릴 수 있다. 만약 전문경영인이 CEO로 있다면 이러한 영향력은 없을 것이다. 재벌 기업들 외에도 한국의 중소 가업들을 말하자면 창업자가 맏아들을 차후 CEO로 임명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가업승계에는 앞서 말했던 뚜렷하고 명확한 규정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20년 전부터 가업승계를 준비해야 한다.

―인시아드대 지식 포털인 '인시아드 놀리지(INSEAD Knowledge)'에 기고하며 "일부 가업은 전문 CEO를 두는 것이 최선이 아닐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가업 자산(family assets)이 엄청나게 탄탄한 가업들은 전문경영인보다는 가족 멤버의 손에 맡겨지는 게 낫다. 가업의 역사와 레거시(유산)를 기반으로 탄탄한 자산이 있는 기업들에는 이러한 '가족 이름' 자체가 비즈니스 전략이 된다. 프랑스의 럭셔리 기업 에르메스를 예로 들겠다. 에르메스는 훌륭한 제품들을 판매하며, '에르메스'라는 이름 자체가 하나의 유산이다. 이 때문에, (14년 동안 전문경영인을 CEO로 뒀다가) 2013년에 다시 에르메스 가문의 6대손인 악셀 뒤마를 CEO로 임명한 것은 에르메스가 가업의 유산을 이어가고,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의미와 같다.

다수의 한국 기업들은 유교사상을 바탕으로 설립됐다. 만약 (아직도) 유교문화가 기업들의 경영전략과 기업가치 창출에 중요하다고 생각되면, 한국 기업들 역시 가문의 후손이 이어받아 해당 가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가문의 이름은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현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가업들은 가문의 후손을 CEO로 임명할 경향이 더 클까. 아니면 전문 경영인을 CEO로 불러올 확률이 더 높은가.

▷아직 코로나 시대의 CEO 승계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가족 멤버들은 결속력이 더 높아진다. 충격이 일어나 기업에 영향을 미친다면 가족 멤버들은 앞장서 직원들과 공급자, 고객들 등에게 '우리는 다 함께 이 위기상황에 있다. 우리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가 아닌 여러분을 위해 여기 있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 직원들을 비롯해 가업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위해 해당 가족이 있다고 말해야 한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는 가업의 가족 멤버들이 직원들과 더 활발하게 소통하는 모습을 봤다. 이는 가업과 직원, 공급자, 고객 등이 해당 위기를 함께 헤쳐나갈 방법을 찾아가겠다는 의미를 담는다. 그리고 이런 리더십은 가족 멤버가 CEO 직에 있을 때 더 강력하다. 이 때문에, 코로나 팬데믹 같은 위기상황에서 가업은 가족 멤버가 이끄는 것이 좋을 수 있다.


▶▶ 모르텐 베네드센 교수는…

덴마크 코펜하겐대에서 경제학 학사학위, 런던 정경대에서 수리경제학 석사학위,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2년부터 2009년까지 코펜하겐 비즈니스 스쿨의 교수로 커리어를 쌓은 후 2010년부터 인시아드에서 가업 거버넌스 등을 가르치고 있다.

[Biz times] 가업승계냐 전문경영인이냐…실마리 찾았다 - 매일경제 (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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