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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탁사 수수료 폭증, '비용 부담' 투자자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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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수탁(자산 보관 및 관리) 수수료가 폭증하면서 최종 소비자인 고객에게 비용 부담이 전가될 것으로 보인다. 껑충 뛴 수수료가 운용 비용으로 굳어지면 투자자는 예전보다 매력이 떨어진 상품에 오히려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

환매 중단 사태가 사모펀드업계를 휩쓸면서 수탁사(은행)와 판매사(증권사)도 수난을 겪었다. 이제 펀드 자산을 직접 감독해야 하는 만큼 수수료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신규 펀드 조성이 막혀 코너에 몰린 운용사에 과도한 수수료를 매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매 중단 사태, 수수료 7~8배 급증…고정가격에 중소형사 불리

자산관리(WM)업계에 따르면 최근 자산운용사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를 신규 조성하려면 수탁사에 평균 0.15%(15bp) 정도를 수수료로 지급해야 한다. 근래 들어 대세를 이루는 코스닥벤처펀드 등 공모주펀드(혼합자산 유형)를 기준으로 삼은 수치다.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 등을 필두로 사모펀드 환매 중단이 이어지기 전까지 수탁 수수료는 통상적으로 0.01~0.02%(1~2bp) 수준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수수료가 7~8배 가까이 껑충 뛴 것으로 파악된다.

수탁사 가운데 수수료를 고정가격으로 요구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펀드 설정액을 불문하고 수수료 금액을 고정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100억원 펀드와 50억원 펀드에 모두 1500만원의 수수료를 책정하는 경우다. 50억원 규모 펀드에서는 수수료가 30bp 수준으로 치솟는다. 아무래도 펀드 설정액이 작은 중소형 운용사가 더 불리한 여건이다.

수탁 수수료가 대폭 늘어났지만 헤지펀드업계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수탁 업무를 맡길 수밖에 없다. 환매 중단 쇼크로 사모펀드가 수난을 겪으면서 운용사가 신규 펀드를 설정하는 게 녹록치 않다. 수탁사와 판매사 모두 새로운 사모펀드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폭증한 수수료를 감내하지 않으면 당장 영업 전반에 제동이 걸린다.

수탁사인 은행도 수수료를 늘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 금융감독원이 환매 중단 사태의 후속 대책으로 내놓은 '수탁 업무 처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달부터 수탁 기관이 직접 펀드 자산을 관리, 감독해야 한다. 책임이 커진 만큼 수수료도 늘어나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감안해도 수탁 수수료가 지나치게 치솟고 있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그간 모호했던 수탁사의 의무와 책임이 명문화됐을 뿐 은행의 업무상 비용이 부가적으로 늘어난 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궁지에 몰린 운용업계를 상대로 짭짤한 실속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펀드 구조 난해 '비용 전가', 환매 중단 피해자 '비용 부담'

더 큰 문제는 비용 전가 이슈다. 부쩍 늘어난 수탁 수수료는 사모펀드를 설계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결국 개인 투자자가 감당해야 할 부담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통상적으로 비용 전가는 수요자와 공급자의 바게닝 파워(bargaining power)로 결정된다. 수급의 힘겨루기에서 수요자가 우위라면 비용 전가를 막을 수도 있다. 하지만 펀드 판매의 경우 수요자(고객)의 전문성과 정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게 핵심이다. 운용사는 늘어난 수수료를 감안해 상품을 설계할 수밖에 없고 고객은 이런 변화를 그대로 받아들일 여지가 크다.

업계에서는 수탁 수수료 급증으로 리스크 프로파일(risk profile)에 손을 대야할 것으로 본다. 예상 수익률과 리스크(표준편차)를 두 축으로 자산을 구분해 상품 설계에 활용되는 잣대다. 이 틀에 추가 비용을 고스란히 반영하면 결국 고객이 과거와 같은 가격을 지불하면서도 예상 수익률은 더 낮고 리스크가 더 높은 상품을 얻는 결과를 낳는다.

 

리스크 프로파일 예시.


사모펀드의 비용 구조는 크게 4개 파트로 구분된다. 수탁 수수료와 함께 판매 수수료, 운용 보수, 사무관리 수수료 등이다. 이 가운데 유독 수탁사의 수수료만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탁 업무의 주체가 주로 대형 은행이어서 신규 진입이 어려운 영역인 게 한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WM업계 관계자는 "헤지펀드 하우스는 수탁사가 수수료까지 급격히 올리는 것을 과도한 갑질로 여기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가격 체계가 굳어지면 최종 소비자의 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모펀드 사태의 최대 피해자가 개인 투자자인데 결국 고객이 비용을 치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더벨 - 국내 최고 자본시장(Capital Markets) 미디어 (the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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