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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도 늦다, 30분내 집앞에…생필품까지 ‘번갯불 전쟁’

  • 물류창고매매,물류센타매매

문화방송 갈무리
문화방송 갈무리

지난 16일 <문화방송>(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방송인 전현무는 급하게 전구가 필요하자 슈퍼마켓에 가는 대신 스마트폰에서 ‘배달의민족’ 앱을 열었다. 주요 생필품과 먹거리를 즉시배송하는 ‘B마트’에서 주문한 전구는 30분만에 도착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전구 하나도 30분 내로 배달되네요”라는 반응을 보이며 놀라워했다.

피자·치킨처럼 주문하면 바로 물건을 집어 배송을 시작하는 즉시배송(퀵커머스, Quick-Commerce)이 하반기 유통업계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배민, 쿠팡이츠 등 기존 배달앱과 편의점에 백화점까지 가세한 모양새다. 골목상권이 붕괴될 수 있다는 편의점주와 소매상인들의 불안도 크다.

 

국내 즉시배송 시장은 배달 플랫폼이 포문을 먼저 열었다. 2018년 12월 배달앱 1위인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배민마켓’이란 이름으로 처음 즉시배송에 뛰어들었다. ‘B마트’로 문패를 갈아탄 이 서비스는 현재 현재 수도권에서 생수·과자·간편식 등 먹거리와 생필품 위주로 판매 중이다. 지난해 9월엔 또다른 배달앱 요기요가 즉시배송 서비스 ‘요마트’를 출범시켰다. 이들 플랫폼은 도심 내 소규모 물류센터(MFC)에 재고만 확보해두면, 주문이 들어왔을 때 기존 배달원(라이더)을 식당이 아닌 물류센터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배달 플랫폼 3위 업체인 쿠팡이츠도 이달 들어 즉시배송 시범운영(쿠팡이츠 마트)에 나섰다. 쿠팡의 이 서비스는 다른 플랫폼처럼 주문이 들어오면 배달원을 물류센터로 ‘배치’하는 게 아닌, 직고용한 배달원(이츠친구)이 물류센터에 상주하는 방식을 택했다. 경쟁사에 견줘 더 빠른 배송이 가능한 구조다.

 

현재 송파구에서 시범운영 중인 쿠팡의 퀵커머스 서비스 ‘쿠팡이츠 마트’. 쿠팡이츠 앱 갈무리
현재 송파구에서 시범운영 중인 쿠팡의 퀵커머스 서비스 ‘쿠팡이츠 마트’. 쿠팡이츠 앱 갈무리

실제 ‘쿠팡이츠 마트’는 B마트보다 배송 시간이 절반 남짓 짧았다. 18일 오후 <한겨레>가 서울 송파구 내 테스트 지역에서 쿠팡이츠 마트에 접속했더니, 배달 예상 시간을 10~15분으로 알려줬다. 같은 주문지에서 B마트는 배달 예상 시간을 32~42분으로 가리켰다. 배달비는 B마트가 1~2만원 이내로 주문할 경우 3천원, 쿠팡이츠는 최소주문금액 없이 2천원이다.


즉시배송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들은 더 있다. 지난 15일 배송대행 서비스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와 신선식품 새벽배송 업체 오아시스마켓는 합작법인 ‘브이’(V)를 설립했다. 올 하반기 중 브이는 B마트·쿠팡이츠 마트와 유사한 즉시배송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은 이달 말 압구정본점을 시작으로 신선식품 즉시배송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백화점 식품관에서 판매되는 음식 새벽배송에서 한 발 나아가 과일·정육 등 신선식품까지 배달 품목을 늘리고 배송시간도 30분 내로 앞당긴다는 것이다.

현대백화점이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춘 전기트럭을 활용해 프리미엄 신선식품을 주문 후 30분 내로 배송해주는 퀵커머스(즉시배송) 서비스를 선보인다. 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이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춘 전기트럭을 활용해 프리미엄 신선식품을 주문 후 30분 내로 배송해주는 퀵커머스(즉시배송) 서비스를 선보인다. 현대백화점 제공

즉시배송 시장의 성장세에 따른 위기감은 편의점 업계가 가장 크다. 배달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외식을 넘어 생필품이나 간편식까지 배달앱에서 주문할 공산이 커서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 매출에서 B마트 매출이 포함된 ‘상품매출’ 부문은 1년새 328% 증가한 2187억원이다.

편의점 업계는 자체 앱이나 제휴로 대응 중이다. 지난달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우딜 주문하기’ 앱을 출시해 편의점과 슈퍼마켓 상품을 배달하기 시작했다. 씨유(CU) 운영사 BGF리테일은 자체 투자 대신 네이버·카카오·요기요·페이코 등 다른 플랫폼에 입점해 제휴하는 방식을 택했다.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특히 배달앱을 대상으로 불안을 토로한다. 서울의 한 편의점 가맹점주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편의점(본사)에서 대응한다고 해도 플랫폼 경쟁력이 뒤처지는 게 현실”이라며 “배달 플랫폼이 외식업 자영업자들로부터 번 돈으로 도소매 시장에 진출해 소매업 자영업자들까지 힘들어지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지난해 10월 B마트에 이어 요마트가 등장하자 성명을 내어 “(배민 등 플랫폼이) 슈퍼마켓과 편의점, 중소형 마트 등 전통적으로 소매업종에서 취급하는 식재료와 생활용품, 애견용품 등을 집중적으로 공급하고 있어 골목상권의 붕괴가 필연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새벽배송도 늦다, 30분내 집앞에…생필품까지 ‘번갯불 전쟁’ : 쇼핑·소비자 : 경제 : 뉴스 : 한겨레 (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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