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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IT와 부동산이 만났을 때…골치아픈 공실이 돈이 됩니다

  • 오피스빌딩

#스타트업에 근무하는 20대 직장인 A씨는 자취방에서 5분 거리인 영등포구청역으로 출근한다. 역 근처 건물이 아닌 진짜 역사 안에 입주한 '공유오피스'다. 테이크아웃 카페와 화장품 매장이 있던 역사 내 상가 자리는 세련된 인테리어와 맞춤 업무 공간을 갖춘 '지하철역 공유오피스'로 변신했다. 영상회의에서 만난 동료 B씨는 집에서 가까운 마들역 공유오피스로 출근했다고 한다. 오전 11시 회의를 마친 A씨와 B씨는 각자 지하철을 타고 강남 특급호텔로 이동한다. 집 근처 공유오피스에서 일하던 다른 팀원들과 외부 컨설턴트, 홍보 업체 직원들이 모여 점심을 먹으면서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점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호텔 스위트룸 객실에는 침대 대신 책상과 의자, 빔프로젝터, 사무기기들이 구비돼 있다. 식사는 룸서비스로 해결한다. 회의를 마치고 난 오후 3시 A씨는 근처 와인바의 빈자리를 예약해 잔업을 마무리한다. 이 가게는 영업을 하지 않는 낮 시간에 간단한 음료와 사무 공간을 제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주 5일 출근과 재택근무 사이, 새로운 근무 패턴을 그려본 모습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일하는 방식은 물론 공간 비즈니스도 급변하고 있다. A씨처럼 그때그때 다양한 공간을 예약해서 일하고 이동하는 '노마드 근무족'이 늘고 있다. 지금도 스타벅스 같은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지만 최근에는 특급호텔, 와인바, 북카페 등 다양한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오프라인의 위축으로 상가 공실에 시달리는 임대사업자와 원할 때만 사무실을 쓰고 싶은 요즘 기업들의 필요가 맞아떨아진 결과다.

역세권도 모자라 '역내권' 사무실까지 생겼다.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지하철형 공유오피스'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영등포구청역·공덕역·왕십리역·마들역 등 4곳에서 만날 수 있다. 지난 5월 서울교통공사 공유오피스 사업 최종 운영사로 선정된 공유오피스 업체 스파크플러스는 역사 4곳에 공유오피스를 조성하고 있다. 재택·분산근무를 고려 중인 대·중소기업, 사무실 임대는 부담스럽지만 집중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이 필요한 프리랜서나 1인 기업, 자기 계발이나 소모임을 위한 공간이 필요한 고객들이 주요 타깃이다. 스파크플러스 관계자는 "직원들의 출퇴근 부담을 줄이면서 재택근무 효과를 내기 위해 직주근접 오피스를 조성하려는 기업이 많다"며 "국내 최초로 '역내권 오피스'를 구축해 고객이 집 근처나 이동 중에도 편하게 업무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공유오피스업체 `스파크플러스`의 지하철 역사 내 공유오피스 예상 조감도. 현재 서울 시내 4개역에 조성 중으로 실제 모습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사진 제공 = 스파크플러스]
사진설명공유오피스업체 `스파크플러스`의 지하철 역사 내 공유오피스 예상 조감도. 현재 서울 시내 4개역에 조성 중으로 실제 모습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사진 제공 = 스파크플러스]

평생 한 번 가볼까 말까 한 특급호텔 스위트룸을 회의실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있다. 호텔 연회장 예약 플랫폼 루북은 지난 3월부터 스위트룸을 포함한 다양한 객실을 시간 단위로 예약해 업무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 '오프사이트'를 열었다. 호텔 식사는 물론 사무용품도 대여할 수 있어 격식 있는 비즈니스 미팅은 물론 색다른 공간에서 팀 워크숍을 열고 싶은 기업 고객이 많이 찾는다. 현재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 코리아나 등 유명 호텔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수용 인원은 최대 15명이다. 김한결 루북 대표는 "코로나19로 객실 점유율이 크게 감소하는 등 호텔 업계가 어려워지면서 객실을 숙박이 아닌 비즈니스 이벤트용으로 판매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와 서비스를 기획했다"며 "기존에는 너무 비싸서 엄두를 내지 못했던 공간을 시간 단위로 빌려 쓰면서 색다른 이벤트를 기획할 수 있고 직원 만족도도 올라갔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지랩스 `드랍인`에 입점한 대관시설 공간정오. [사진 제공 = 지랩스]
사진설명지랩스 `드랍인`에 입점한 대관시설 공간정오. [사진 제공 = 지랩스]

5인 이상 모임 금지로 매출이 급감한 자영업 공간도 노마드 근무족의 사무실이 된다. 와인바나 북카페 등의 빈자리를 '시간 단위'로 빌려 쓸 수 있어 인기다. 스타트업 지랩스에서 지난해 11월 출시한 공유 테이블 플랫폼 '드랍인'은 와인바, 북카페 등의 빈자리를 시간 단위로 대여해준다. 현재 60여 개 점포가 입점해 있으며 월평균 가입자는 500명, 예약 건수도 100건을 넘었다. 특히 비어 있는 객실 중 일부를 업무 공간 '프라이빗 오피스룸'으로 개조한 서울 프린스호텔은 명동이라는 지리적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미팅 전 몇 시간 동안 집중해 서류 작업을 하려는 직장인, 색다른 공간에서 콘텐츠를 촬영하려는 유튜버, 비대면 면접시험을 진행하는 기업과 취업준비생 등 다양한 수요가 몰렸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지랩스 관계자는 "'테이블 이용료 지불'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정착시키면서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신중하게 파악하고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기업과 제휴해 서울 주요 도심에 거점 오피스를 구축하고, 나아가 '맞춤형 공간 큐레이션'까지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유휴 공간 활용과 새로운 형태의 공유오피스 유행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갤럽이 올해 3월 전국 만 25~54세 직장인에게 지난 1년간 재택근무 여부를 물어본 결과 3명 중 1명이 '(재택근무를) 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이 중 약 80%가 코로나19 이후 처음 재택근무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택근무가 길어지자 그동안 경험해본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는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이 같은 신종 공유오피스다. 코로나19로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꺼리는 문화가 확산되고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카페에 머무는 시간 제한이 생긴 것 등도 이색 공유오피스가 주목받는 이유다.

도심 한복판 건물까지 공실이 늘어나면서 자투리 유휴 공간을 활용해 수익을 내려는 아이디어 서비스들도 나왔다. 리테일 공간 플랫폼 업체 스위트스팟은 건물 로비나 에스컬레이터 같은 오피스 건물 유휴 공간이나 공실을 소매 업체와 연결해주는 팝업스토어 중개 서비스를 내놨다. 어느 건물에 어떤 유휴 공간이 있고 임대 의사가 있는지 알기 힘든 소매 업체에 반가운 서비스다. 유동인구와 주변 상권, 입주 기업 현황 등을 파악해 스위트스팟이 알아서 적확한 팝업스토어를 매칭하고 계약까지 알아서 진행해준다. 예를 들어 여성 직원이 많은 화장품 회사 건물에 작은 액세서리 브랜드 매대를 만들고, 건설사나 금융사처럼 남성 비율이 높은 곳에는 골프나 남성 잡화 브랜드를 중개하는 식이다. 김정수 스위트스팟 대표는 "지난달 기준으로 지금까지 약 6000건의 팝업스토어를 진행했는데 한 골프용품 브랜드 팝업스토어는 사흘 새 억 단위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팝업스토어를 연 브랜드는 물론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가벼운 쇼핑을 할 수 있는 입주사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도심 유휴 공간에 짐을 보관하는 서비스 `오호`를 운영하고 있는 메이크스페이스의 도심케어센터.  [사진 제공 = 메이크스페이스]
사진설명도심 유휴 공간에 짐을 보관하는 서비스 `오호`를 운영하고 있는 메이크스페이스의 도심케어센터. [사진 제공 = 메이크스페이스]

도심 속 자투리 유휴 공간을 창고로 제공하는 서비스 회사들도 많다. 도심 상업용 부동산의 지하 창고 같은 비인기 공간에 생활 속 짐을 보관하는 메이크스페이스의 '오호'가 대표적이다. 메이크스페이스는 서울·경기 지역 총 9곳에 도심형 창고를 운영하고 있다. 작게는 33㎡(약 10평)부터 397㎡(약 120평)까지 다양하다. 주 이용 고객은 기숙사를 이용하는 지방·해외 유학생, 이사 날짜가 맞지 않는 가구 등이다. 어재혁 메이크스페이스 대표는 "단순 짐 보관을 넘어 포장과 운송 등에서 특별한 케어가 필요한 미술품이나 와인 등 고가 물품을 위한 특화된 서비스와 공간 활용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첨단 IT와 부동산이 만났을 때…골치아픈 공실이 돈이 됩니다 - 매일경제 (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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