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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시간 20분 ‘SKT 거점 오피스’

  • 사무실임대,사옥이전

에스케이텔레콤(SKT) 지난 3일 서울 주요 지역과 인근 도시에 ‘거점 오피스’를 마련해 서울 을지로 사옥 사무실을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전 직원의 출퇴근 시간을 20분 이내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출퇴근 시간 20분 이내로’…SKT의 실험은 성공할까) 가운데, 케이티(KT)가 이석채 회장 시절 같은 내용의 ‘스마트워크’ 전략을 대대적으로 추진했다가 슬그머니 접은 사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9일 케이티 전직 임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케이티는 10년 전인 2010년 재택근무 활성화와 함께 서울 주요 지역과 지방에 ‘스마트워킹센터’를 설치해 직원들에게 이용하게 하는 방식으로 출·퇴근 부담을 덜어주는 스마트워크 전략을 추진했다. 당시 케이티는 스마트워크 전략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해,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에 코드 맞추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이석채 회장은 물론이고 석호익 부회장 등 케이티 고위 임원들은 언론과 정치인을 만날 때마다 스마트워크 전략을 앞세웠다. 2012년 이상훈 케이티 글로벌&엔트프라이즈부문장은 ‘스마트워크와 스마트라이프’ 심포지엄서 스마트워크 운영성과를 발표하며 “최근 1년 사이 케이티 직원들의 스마트워크 참여율이 4.3배 증가했고, 참여자가 월평균 4천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어 “직원 1인당 평균 출퇴근 거리 33.4㎞에 직원들의 스마트워크 활용일 1만1700일을 적용하면 39만㎞에 이르고, 이에 따른 이산화탄소 절감 효과는 20t에 이른다. 또한 1인당 출퇴근 시간 94분을 적용하면, 케이티 직원들이 절감하는 출퇴근 시간만도 연간 26년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직원들의 거주지 데이터 분석 및 요구사항을 반영해 스마트워킹센터를 서울 서초·광화문·동작, 경기도 분당 등 수도권(15개)과 대전(1개)에 추가로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독일 출신 언론인이자 작가이며 스마트워크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로 꼽히는 마르쿠스 알베르스는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한국은 도시 집중형 사회구조와 열악한 근무여건에 반해 뛰어난 정보통신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스마트워크를 적용하기에 최적의 환경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케이티(KT)가 기술보증기금과 스마트워킹센터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있다. 오른쪽서 다섯번째가 이석채 전 케이티 회장. 네이버 사진 갈무리
케이티(KT)가 기술보증기금과 스마트워킹센터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있다. 오른쪽서 다섯번째가 이석채 전 케이티 회장. 네이버 사진 갈무리

 

10년이 지난 현재, 케이티 스마트워크 전략과 스마트워킹센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케이티 홍보실은 “거점 오피스 전략은 케이티 스마트워킹센터가 원조이다. 하지만 스마트워킹센터가 있던 건물의 용도가 바뀌면서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 다만 브이피엔(VPN) 도입 등의 인프라는 구축한 덕택에 이번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재택근무는 시행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케이티에 근무했던 전직 임원들 말을 들어보면, 스마트워크 전략과 전국의 스마트워킹센터들은 이석채 회장이 검찰 수사로 연임 임기를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물러나고 황창규 회장 체제가 들어서는 과정에서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류돼 폐기됐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케이티 전직 임원은 “이석채 회장의 구상은,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에 기대 스마트워킹센터에 정부·공공기관과 기업들을 유치하는 것이었다. 직원 이용은 부수적인 것이었다. 전화국사 등으로 사용하던 기존 건물을 스마트워킹센터로 리모델링한 뒤 정부·공공기관과 기업들의 공유 오피스로 활용하게 하는 신사업 모델을 구상했는데, 정부가 거들떠보지도 않자 자연스럽게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다른 전직 임원은 “당시 고위 임원들의 설명은 과장된 것이고, 케이티의 기업문화 때문에라도 성공하기 힘들었다. 부서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스마트워킹센터에서 일하면, 부서장 눈에서 멀어져 근무평가에서 감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직원들이 많았다. 누가 그리로 가려고 하겠냐. 사실 너무 일찍 시도한 것도 실패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케이티가 스마트워크 전략을 사업화하기 위해 노력한 게, 에스케이텔레콤이 사무실 분산을 통해 전 직원의 출퇴근 시간을 20분 이내로 줄이는 전략의 성공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당시 케이티가 내놓은 ‘스마트워크 운영 성과’를 등대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케이티 임원은 “코로나19 대유행 같은 사태가 앞으로 또 올 수 있고, 이번에 재택근무를 도입해도 업무 효율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입증됐으니, 재택근무가 일반화하지 않겠냐. 거점 오피스를 통한 사무실 분산은 완전한 재택근무로 가는 과정에서 거치는 과도기 모습일 수 있다. 도심에 본사를 둔 기업들의 동참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it/94853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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