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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형 PF 모범 사례 ‘판교 알파돔시티’는 어떻게 성공했나

판교 알파돔시티 개발사업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큰 프로젝트다. 우선 알파돔시티 10개 블록이 완성되는 2022년이 되면 판교의 모습이 크게 달라지게 된다. 판교는 그간 중심이라고 부를 만한 허브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판교를 지나는 유일한 지하철역인 신분당선 판교역에서 걸어서 10분이나 걸리는 거리에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알파돔시티가 완성되면 판교역으로 IT 기업들이 몰려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알파돔시티는 국내 공모 상장 리츠 시장에 중요한 전환점이 된 프로젝트다. 신한금융그룹 계열의 리츠 자산관리회사(AMC)인 신한리츠운용은 2018년 8월 6-4구역 오피스 빌딩(현 크래프톤타워)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신한알파리츠’를 한국거래소에 상장시켰다. 이전까지 한국 리츠 시장은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신한알파리츠와 그보다 한 달 앞서 상장한 ‘이리츠코크렙’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리츠를 바라보는 시선이 180도 달라졌다. 여기에 현재 개발 중인 6-1구역과 6-2구역이 준공 후 리츠로 상장되면 개인투자자들이 한국 최고의 IT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가 쓰는 오피스에 투자하는 기회도 열리게 된다. 그야말로 판교가 한국 리츠 중흥기를 이끄는 중심지가 되는 것이다. 아울러 알파돔시티는 공모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도 큰 시사점을 주는 프로젝트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2005~2007년에 추진된 공모형 PF 사업이 전부 실패 했지만 알파돔시티가 유일하게 성공했기 때문이다.

공모형 PF 사업의 원래 목적은 거주민이 오기 전에 편의시설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알파돔시티는 애초 사업 구도상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서로 생각이 다른 출자자가 너무 많이 참여한데다 건설사가 중심이 되어 분양형 사업으로 진행하면서 전체 프로젝트 활성화와는 거리가 멀게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분양을 다 성공했다 하더라도 엄청난 혼란이 예상됐다. 사실 공모형PF 사업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2000년대 초 첫 공모형PF로 진행된 용인 죽전지구 역세권개발사업은 신세계건설이 주간사로 참여해 신세계백화점을 앵커로 들이면서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이때부터 입찰 구조가 달라졌다. 국회에서 특정 기업에 특혜가 돌아간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후 공모형PF 사업 입찰 시 토지비 경쟁을 붙였다. 이에 당시 아산·광명·판교 등에서 진행된 공모형PF 사업 토지비는 모두 예가의 170% 이상이나 될 정도로 가격이 치솟았다. 금융위기 이전 2005~2008년에 진행된 공모형PF 사업이 다 그런 식이었다.

이해관계가 다른 출자자가 너무 많은 것도 문제였다. 알파돔시티만 하더라도 건설사(CI), 재무적투자자(FI), 전략적투자자(SI) 등 17개 기관이 참여했다. CI는 시공이익만 챙기고, FI는 대출 이자만 신경썼다. 서로 목적이 다르다 보니 전체 프로젝트 수익은 뒷전이었고, 도시 계획에도 부합하지 않았다. 한 예로 알파돔시티의 경우 애초 돔이 설계에 포함되어 있었다. 알파돔시티PFV 대표를 맡고 있는 박응한 행정공제회 부동산·인프라 본부장은 “공모에 당첨되기 위해 넣은 콘셉트인데 시공성도 없고 원가만 엄청 들어가다 보니 사업성이 떨어져 결국 돔을 없앴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을 참여시킬 시 가점을 주는 입찰 방식도 문제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라는 취지였지만 전체 프로젝트 진행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지분에 참여한 기업 비율에 따라 보증을 서야 하는데 중소 건설사들은 보증을 설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알파돔시티의 경우 초기 롯데건설·대림산업·GS건설·SK건설·두산건설 등 대형 건설사뿐만 아니라 서희건설·모아종합건설 등 중소형 건설사도 참여했다. 박 본부장은 “중소 건설사가 맡아야 할 보증을 대형 건설사들이 떠안아야 하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기 몫도 책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 할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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