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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뉴스

리츠 고심하는 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이 1조원 규모 초대형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를 고심하고 있다. 자산 매각이 녹록지 않은 데다 신용등급 하향 리스크에 대비해 부채 관리에 경고등이 켜진 점이 그룹 전략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홈플러스와 롯데의 승패를 갈랐던 자산 포트폴리오 면에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흥행 기대감은 다소 저조한 분위기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이마트 점포 등 보유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신세계리츠(가칭)'를 설립키로 하고, 기업공개(IPO) 주관사를 선정하는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간 롯데와 홈플러스 등 경쟁 유통기업들이 리츠를 통해 공모시장에 도전하는 동안 신세계그룹은 세일앤드리스백(S&LB; 매각 후 재임대) 방식을 고수해왔다. 이마트는 지난해 10월 마스턴투자운용이 설정할 전문투자형 사모집합투자기구의 신탁업자에게 총 9525억원 규모의 이마트 13개점의 토지와 건물을 매각한다고 공시, 향후 10년간 매장을 장기 임대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리츠 설립엔 그간 분명하게 선을 그어왔던 신세계그룹이 최근 전략을 바꾼 배경엔 ▲여의치 않은 자산 매각 등 미미한 유동화 효과 ▲신용등급 하향 리스크에 대비한 부채비율 관리 ▲리츠 시장 수혜 기대감 등 크게 3가지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파악된다.

우선 자산 매각이 쉽지 않아 S&LB를 통한 유동화 효과가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17년 매각한 이마트 학성점(311억원)에 이어 최근 스타필드가 들어설 예정이었던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부지(8158억원) 외엔 굵직한 매각 성사 소식이 없다.

한 증권사 유통 담당 연구원은 "자산 인수 후보를 찾기 힘든 데다, 소매업으로 설정된 용도를 부동산개발로 변경하는 게 다소 까다롭다 보니 매각 절차가 쉽지만은 않다. 여기에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한 부담과 미미한 유동화 효과 등 복합적인 이유로 결국 리츠 형태로 전략을 바꾸는 게 합리적이라 생각했을 거라 본다"라고 분석했다.

S&LB는 보유 부동산이 감소해 재산세가 줄고 매각대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면 이자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임차료 발생에 따른 비용이 고스란히 부채가 된다는 점이 부담을 키웠다. 지난해 도입된 IFRS16에선 회사 운용리스 내용 전부를 재무제표에 자산과 부채로 반영해야 한다.

이마트는 마스턴운용과 연 1% 수준의 임차료 상승이 담긴 스텝업 조건에 합의해 점포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 9530억원의 4.7%에 해당하는 450억원 수준을 매년 펀드에 임차료로 지급해야 한다. 당장 1조원 규모 대금은 들어왔지만 장기 임차 계약에 따라 리스부채가 늘면서 자산 매각에 따른 현금 유입 효과는 상쇄된 셈이다.

이마트는 당시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를 필두로 국내 신평사들의 잇단 신용평가 하향조정에 직면하면서 장기적으론 발목이 잡히더라도 당장 급한 채무 상환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매각 후 책임임차 해 자산을 보유하면서 부채를 에쿼티로 전환할 순 있지만 이마트는 금융주관사인 KB증권과 점포를 담보로 자금차입하는 식으로 권리관계를 설정했고, 신용평가사는 이를 부채로 계산한다. 등급하향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S&LB를 선택한 이마트는 당장 들어온 현금으로 사채 상환 등 급한 불은 껐겠지만 부담할 고정비용이 증가하면서 리스부채가 재무제표에 반영돼 차입금이 늘어 부채비율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보니 리츠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리츠 시장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보유 자산 대부분 마트로, 영속성 측면에서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흥행 기대감은 다소 저조한 분위기다. 유통업계는 자산 포트폴리오에 있어서 백화점 비중이 홈플러스와 롯데그룹의 리츠 승패를 갈랐다고 보고 있다. 롯데쇼핑은 백화점과 마트, 아울렛 등 다양한 구성 자산을 리츠에 담았지만 홈플러스는 마트로만 리츠를 구성화한 점이 실패 요인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리츠엔 없고 롯데리츠엔 있었던 것은 백화점 자산이었다. 리츠를 통해 기업가치를 올리려면 임대수익 혹은 자산가치가 오른다는 보장이 있어야 하는데 마트는 그런 면에서 다소 성장동력이 떨어진다. 스타필드나 테마파크 등 새 자산이 편입될 순 있겠지만 현재로선 마트를 주축으로 리츠를 구성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저금리와 주식시장 급랭 영향으로 투자자들이 몰릴 수도 있겠지만 충분히 투자 수요를 모을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http://www.investchosun.com/2020/05/08/3249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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