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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회장 부인, 21억 손실 보며 한화 계열사에 건물 매도

  • 빌딩매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부인 서영민 씨가 현재 시가 200억 원에 육박하는 부동산을 한화그룹 계열사에 손실을 보면서 매도한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서 씨는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건물 4채와 부속토지 5필지(779.7㎡, 236평)를 195억 원에 2008년 4월 매입했다. 인접한 토지 1개 필지(21.3㎡, 6평)는 1억5000만 원에 2019년 9월 매입했다. 매입가는 총 196억5000만 원.

그런데 서 씨가 2020년 4월 24일 한화 계열사 (주)에스아이티에 건물 4채와 부속토지 6필지(801㎡, 242평)를 넘긴 가격은 175억5664만3850원이다. 매도가가 12년 전 매입가보다 20억9335만6150원 낮았다.

이는 지난 10여 년간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 추이와 비교했을 때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서 씨가 보유했던 6필지 가운데 면적이 가장 넓은 필지인 소격동 86번지(361㎡, 109평)의 경우 개별공시지가도 ㎡당 2008년 442만 원에서 2020년 893만5000원으로 두 배 이상 올랐다.

실제로 인근 건물 가격은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상승했다. 서 씨 소유였던 건물들과 100m 떨어진 곳의 2층 상가건물(소격동 4X-X) 매매가는 2009년 14억 원에서 2019년 21억2000만 원으로 10년간 51%가량 올랐다. 인근의 또 다른 상가건물(소격동 3O-O) 매매가 역시 2007년 10억5000만 원, 2014년 22억8000만 원, 2017년 32억 원으로 10여 년 동안 세 배나 올랐다. 하지만 서 씨 소유 부동산 가치는 12년 동안 197억여 원에서 176억여 원으로 떨어진 셈이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해당 부동산의 거래가격은 전문가의 감정평가 결과에 따라 정한 것이기 때문에 공정하다"며 "서 씨 입장에선 매각에 따른 손실을 입었으나 이는 시가에 부합하는 거래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손실"이라고 밝혔다. "감정평가는 매매 양측에서 각각 했는데 둘 사이에 별 차이가 없었다"고 했다. 2020년 감정평가액 176억여 원은 적정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재계 일각에선 "서 씨가 소격동 부동산을 비싸게 샀던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서 씨가 2008년 당시 시세보다 비싸게 소격동 부동산을 매입하는 바람에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는 관측이다. 한마디로 부동산 매입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져 시세 차익은커녕 손실만 입었다는 얘기다.      

 

▲ 김승연 한화 회장의 부인 서영민 씨가 2008년부터 2020년까지 보유했던 서울 종로구 소격동 부동산 일부. [탐사보도팀]


서 씨가 보유했던 소격동 부동산은 경복궁 동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맞은 편에 위치한다. 김승연 회장과 사는 가회동 자택과는 직선거리로 약 600m 떨어진 곳이다. 이 중 건물 2채는 미국 프리미엄 커피 '블루보틀'이 국내 2호점인 삼청점 본관과 별관으로 사용 중이다. 블루보틀 옆 건물엔 레깅스로 유명한 국내 패션 브랜드 '안다르'가 복합문화공간을 지난해 10월 열었다가 지난 6월 15일 영업 종료했다. 이 건물엔 2011~2012년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했던 프리미엄 베이커리 '에릭케제르' 매장이 있었다.

지난 6월 25일, 점심시간이 지난 평일 오후에도 블루보틀 삼청점 본관엔 빈자리가 없었다. 2019년 7월 오픈 당시처럼 대기 줄이 길진 않았지만, 손님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영업종료 안내문이 붙은 안다르 건물은 내부 짐 정리가 아직 끝나지 않은 모습이었다. 건물 1층에서 만난 직원에게 8개월 만에 영업을 종료한 사연을 묻자 "원래 팝업스토어(임시매장) 개념으로 운영했다"고 답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한화 오너 일가와 계열사의 부동산 거래에 대해 "어떤 사연이 있는지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삼청동 일대 상가 공실이 많아서 건물가격이 급락했을 가능성에 대해선 "공실이 한때 많았다가 다시 줄어든 상황"이라며 부인했다.

서 씨 소유 부동산을 사들인 에스아이티는 한화에너지가 2005년 1029억 원에 인수한 자동화 설비업체다. 한화에너지 지분 100%를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은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 등 한화 3세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한화 계열사 중 한화에너지가 에스아이티 인수 주체로 나선 것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에스아이티는 자동화 설비업체인 만큼 본업과 무관하게 서 씨에게서 사들인 부동산을 재무제표 상 '투자 부동산'으로 분류했다. 에스아이티의 2020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에스아이티는 지난해 197억3926만2000원 규모 투자 부동산을 취득했다. 투자 부동산에서 발생한 임대수익은 2억6766만 원. 에스아이티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81억 원으로 투자 부동산 임대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서 씨가 에스아이티에 부동산을 판 이유에 대해 한화 측 "2020년 당시 에스아이티는 충분한 현금 여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이 예상되는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상황"이라며 "양측의 이해가 맞아 부동산 거래가 성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2014년 9월 23일 인천 드림파크승마장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 승마 마장마술 개인전에서 한국 김동선 선수의 부모인 한화 김승연 회장 부부가 전광판의 점수를 확인하며 아쉬워 하고 있다. 당시 김동선은 은메달을 획득했다. [뉴시스]


부동산 매각 대금은 은행 빚 갚은 것으로 추정

의문은 또 있다. 서 씨가 소격동 부동산을 판 돈 176억여 원의 용처도 물음표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부동산 매도 금액의 용처에 대해 (서 씨) 개인적인 부분이라 알 수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부동산 매도 금액 용처를 확인하기 위해 김승연 회장 일가의 주식 변동 내역을 들여다봤다. 김 회장 부부와 김동관 사장 등 세 아들의 한화 보유주식은 지난 10년 간 동일했다. 소격동 매각 대금으로 지분을 확대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서 씨가 한화 주식 72만 주를 담보로 우리은행에서 2008년 4월 257억 원을 빌렸던 사실(질권 설정)이 확인돼 주목된다. 공교롭게 서 씨가 대출 받은 시점과 소격동 건물 4채, 부속토지 5필지를 195억 원에 매입한 시점이 2008년 4월로 같다.

2020년 5월 7일 전자공시에 따르면 서 씨에게 72만 주를 담보로 설정된 질권은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2주 뒤인 5월 21일 공시를 보면 서 씨에게 설정됐던 질권이 해지됐다. 2008년 은행 빚 257억 원을 12년 만에 모두 갚았다는 얘기다. 

이를 근거로 서 씨가 2008년 은행에서 대출 받아 소격동 부동산을 매입했고 2020년 이를 매각한 후 은행 빚을 갚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격동 매각 대금 176억여 원을 전부 빚 갚는데 썼다 해도 은행 빚 257억 원의 69% 정도만 변제할 수 있다. 나머지 변제 자금 81억 원은 별도로 충당했어야 한다.   

서 씨의 부동산 매각 대금 용처와 관련해 또 다른 관측이 나온다. 서 씨는 동생 서홍민 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철강 제조 회사 '엠투엔'의 2020년 10월 6일 유상증자(10억 원 규모, 지분율 0.25%)에 참여했다. 2020년 4월 소격동 부동산을 매도한 이후였다.

엠투엔은 2020년 8월 임시주총에서 디케이디앤아이 사명을 현재이름으로 바꿨다. 사업목적에 의약품 관련업을 추가했다. 이후 미국 바이오회사 '그린파이어바이오'에 약 220억 원을 투자해 40% 가량 지분을 보유 하고 있다. 또한 국내 바이오회사 '신라젠' 지분 600억 원 규모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오를 예정이다. 이에 서 씨가 엠투엔에 추가 투자하기 위해 소격동 부동산을 판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한화 측은 이와 관련해 "(서 씨는) 엠투엔에 공시된 내역(유상증자 10억 원) 외에 추가 투자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단독] 김승연 회장 부인, 21억 손실 보며 한화 계열사에 건물 매도 (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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