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부동산뉴스

[재벌家 후계자들⑫-3]금호석화 ‘조카의 난’ 제압···박준경·주형 영향력 확대

이미지 확대
그래픽=박혜수 기자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2009년부터 추진한 계열분리는 2015년 완성됐다. 형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의 결별은 오히려 금호석화그룹의 성장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 회장은 신중하고 사려깊은 성격으로 유명하다. 내실을 추구하는 경영 스타일은 재계 순위 55위의 금호석화그룹을 만들었다. 박 회장 아들 박준경 부사장과 딸 박주형 전무도 부친의 경영철학을 이어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호석화그룹 탄생 직후부터 차기 회장 자리에 누가 오를지 관심이 집중됐다. 박 회장이 둘째형 고(故) 박정구 3대회장 아들인 박철완 전 상무를 품었기 때문이다. 박 부사장과 동갑인 박 전 상무는 같은 시기에 동일한 직급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지난해 단행된 임원인사에서는 박 부사장만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이에 박 전 상무는 최대주주 지위를 활용해 경영권 분쟁에 나섰다. 주주제안 등으로 이사회 장악을 노렸지만 실패했고, 회사와 임원 계약이 해지되면서 경영에서도 완전히 배제됐다.

박 회장은 금호석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불구,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하자 안정적인 경영 기반이 확립됐다고 판단했다.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직에서 자진 사임했고,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남매들을 승진시키며 경영수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남, 부사장 승진 입지 탄탄…영업능력 발휘하며 조직 총괄 = 1978년생인 박 부사장은 박 회장과 위진영 여사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위 여사는 고 위창남 전 경남투자금융 사장의 딸이다. 구정고등학교와 고려대 환경생태공학과를 졸업했다.


경업수업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7년부터다. 금호타이어 차장으로 입사한 뒤 이듬해 부장으로 승진했다.

박 부사장은 부친의 계열분리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박 회장은 박삼구 전 회장의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반대했다. 박 회장 부자는 2009년 금호건설(당시 금호산업) 지분을 매각하고 석유화학 지분을 매입하는 식으로 독자경영을 준비했다.

이를 기점으로 고(故) 박인천 창업주의 4명의 아들들이 맺은 형제 공동경영 합의서가 깨졌다. 고 박성용 명예회장과 고 박정구 3대회장, 박삼구 전 회장, 박 회장 4가계가 모여 만든 합의서에는 가계간 동등한 지분율을 유지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박 회장은 2009년 박삼구 전 회장에 의해 화학부문 대표이사에서 해임된다. 하지만 2010년 채권단과 경영정상화 협약을 맺으며 사재 출연 등에 동의했고, 경영권을 되찾았다.

특히 협약서에는 박 회장이 박 전 상무 가계와 공동경영을 한다는 조건이 담겼다. 고 박성용 명예회장과 고 박정구 3대회장 자녀인 박재영씨와 박 전 상무는 형제간 분쟁이 발발했을 당시 박삼구 전 회장 측에 지분을 넘긴 전례가 있다. 박 회장이 아닌 박삼구 전 회장 편에 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박 전 상무가 금호석화에 입사한 것은 이 때문이다.


박 부사장은 2010년 독립된 금호석화에서 해외영업 부장으로 근무했다. 동갑 사촌인 박 전 상무는 전략기획팀 부장으로 입사한 뒤 고무해외영업 부장을 맡았다. 두 사촌은 2011년에는 상무보, 2014년에는 상무 타이틀을 똑같이 달았다.

박 부사장과 박 전 상무의 입장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4월이다. 박 부사장은 수지영업 총괄 전무에 올랐지만, 박 전 상무는 승진 명단에서 누락됐다. 이를 계기로 박 전 부사장은 박 회장과 기존 경영진에게 반기를 들었지만, 제압됐다. 특히 3월 정기 주주총회 직후 임원계약 해지 통보를 받고 회사를 떠났다.

경쟁자가 사라진 박 부사장은 지난 4월 영업조직을 전담하는 영업본부장으로 영전했고, 이달 실시한 그룹 임원인사에서 부사장에 올랐다. 전무 승진 약 1년2개월여 만이다.

박 부사장은 금호석화 지분 7.17%로 개인 2대주주다. 부친 박 회장보다 0.5%포인트 가량 많다. 이와 함께 금호개발상사 사내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금녀의 벽’ 깬 박주형, 꼼꼼한 금고지기 = 1980년생으로 화여대 특수교육과를 졸업한 박주형 전무는 금호그룹 ‘금녀(禁女)의 벽’을 처음으로 깬 인물이다.

박 전무는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에서 근무하던 당시 금호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주식을 취득했고, 2015년 금호석화 구매·자금담당 상무로 입사하며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오빠 박 부사장이 승진할 때 함께 전무로 승진했다. 입사 6년 만이다.

박 전무가 박 회장의 부름을 받은 배경에는 구매담당 부서 간부들의 거액 리베이트 논란이 있다. 당시 금호석화 구매담당 파트에서 근무하던 일부 직원들이 원자재를 수입해 대기업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뒷돈을 챙긴 혐의가 발각됐다.

박 전무는 입사 직후 부친의 막강한 신임을 기반으로 비리 논란을 진화했고, 현재까지도 안정적인 경영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금호석화 100% 자회사인 금호피앤비화학 자금담당 임원 겸 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차기 회장 1순위인 오빠에 비해 후계 순위는 뒤쳐지지만, 박 전무의 입지는 강력하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능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만큼, 박 전무도 유력 후계자로 봐야한다는 시각이다.

또 금호리조트 인수가 박 전무를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향후 승계 과정에서 박 부사장은 석유화학 계열사를, 박 전무가 레저 계열사를 나눠가질 것이란 분석이다.

◇신중한 업무 처리 스타일…외부 노출 자체 = 박 부사장은 일반인 여성과 비공개로 화촉을 올렸다. 금호석화그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에 따르면 금호그룹은 혼맥으로 재벌가와 교류를 넓히는 전통을 가지고 있지만, 박 회장은 이를 염두에 두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박 회장이 일본에서 대학을 나온 만큼, 한국 재벌들과는 인맥폭이 넓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박 전무는 아직 미혼이다. 꼼꼼하고 치밀한 일처리 덕분에 그룹의 금고지기를 맡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소탈하면서도 털털한 성격의 보유자이기도 하다.

두 남매 모두 부친을 닮아 신중한 일처리로 유명하다. 또 외부 노출은 최대한 자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밀려난 박철완 전 상무, 후일 도모 가능성 = 박 전 상무가 경영승계 구도에서는 배제됐지만 안심할 순 없다. 여전히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모친 김형일 여사와 장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박 전 상무의 세 누나가 자금 동원력이 풍부한 가문으로 시집을 간 만큼, 매형들의 도움을 받아 지분 경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전 상무 역시 3월 주총 이후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장기전을 시사한 바 있다.

[재벌家 후계자들⑫-3]금호석화 ‘조카의 난’ 제압···박준경·주형 영향력 확대 - 뉴스웨이 (newsway.co.kr)

댓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