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연예인 등 유명인들이 보유하고 있던 자산 매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큰손’인 이들이 보유 중이었던 빌딩을 현금화하면서 자산가치 하락 시대를 미리 내다보는 움직임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들 연예인들은 전문 자산관리사(PB)들의 컨설팅을 받는 경우가 많아 이같은 해석에 힘을 보탠다.
그동안 부동산 규제가 주택 시장에 쏠리면서 꼬마빌딩이나 상가 등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해 유동자금이 몰렸다. 건물 가격의 최대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보니 레버리지를 극대화해 투자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7월부터 새로 시행되는 비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앞두고 ‘거래 절벽’을 우려한 소유자들이 자산을 현금화하려는 시도가 잦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배우 김태희·하정우 등 연예인 자산 매각 러시
최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배우 김태희 씨는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 빌딩을 203억원에 매각했다. 지난 2014년 매입 가격이 132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7년 만에 거둔 시세차익만 71억원에 달한다. 김 씨는 개인 명의로 해당 물건을 매입한 뒤 2018년 소유권을 자신이 설립한 부동산임대업 법인으로 이전해 빌딩 수익을 관리해왔다. 김 씨는 코로나 시대 ‘착한 임대인 운동’에도 동참해 해당 건물의 임대료를 50% 감면해 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빌딩은 강남역 3번 출구에서 도보로 2~3분 거리 초역세권에 위치해 있다. 김 씨가 건물을 매입한 직후 바로 옆 대지에 686평, 연면적 3500평 규모의 강남대성학원이 준공되기도 했다.
김 씨의 남편인 가수 비(정지훈) 씨 역시 부동산 재테크로 재미를 본 유명인 중 하나다. 정 씨는 2008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노후 건물을 168억원에 매입해 2017년 재건축했다. 해당 건물의 현재 가치는 400억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 부부는 한남동과 역삼동, 이태원 등지에도 400억원 이상의 국내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에도 23억원대 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부부가 연예계 대표 ‘부동산 재테커’로 손꼽히는 만큼 김 씨의 이번 역삼동 빌딩 매각도 큰 이목을 끌었다.
배우 하정우 씨 역시 올해 보유 중인 빌딩을 매각했다. 하 씨는 지난 2018년 7월에 매입한 서울 강서구 화곡동 소재 스타벅스 건물을 지난 3월 매각했다. 그는 73억3000만원에 매입한 이 건물을 119억원에 팔았다. 3년 만에 시세 차익이 45억7000만원에 달한다. 해당 건물은 지하철 5호선 목동역 인근에 위치해 있다. 3층 규모의 건물 모두가 스타벅스 매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스타벅스는 2031년까지 해당 건물을 장기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스타벅스가 입점한 건물의 가치가 뜨겁게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하 씨는 스타벅스 입점 건물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화곡동에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강원도 속초 소재 24억원대 스타벅스 입점 건물을 추가 매입했다. 2019년 1월에는 서울 송파구 방이동 소재 3층 규모 스타벅스 빌딩을 127억원에 매입해 전국에 총 3채의 스타벅스 빌딩을 소유했었다. 하 씨는 종각역 인근 7층 규모 상가 건물과 강남권 고급빌라 2채도 소유하고 있다.
그룹 씨스타 출신 가수 소유 씨도 올해 보유 중인 부동산을 정리한 인물 중 하나다. 소유는 지난 4월 서울 마포구 연남동 꼬마빌딩을 32억원에 매각했다. 2016년 매입가 15억7000만원에서 16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뒀다. 소유는 노후된 연남동 단독주택을 매입한 뒤 리모델링 증축을 통해 꼬마빌딩으로 재탄생시켰다.
해당 건물은 ‘연트럴파크(경의선 숲 공원길)’ 조성 효과를 봤다. 도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경의선 숲길 주변이 연트럴파크로 불리며 젊은이들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르자 근방에 있는 소유 건물의 가치 역시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소액 투자로 매입해 리모델링 대수선을 거쳐 2배에 가까운 시세차익을 거뒀다”며 “해당 빌딩은 주변 시세 대비 가장 높은 금액에 거래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큰손’ 연예인들의 자산 매각 러시는 지난해 연말부터 본격화됐다. 지난해 11월 배우 한효주 씨는 2017년 55억5000만원에 매입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빌딩을 80억원에 매각했다. 3년 만에 거둔 시세차익은 24억5000만원이다. 매입 당시 한 씨는 55억원 중 35억원가량을 대출로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씨가 매각한 한남동 빌딩은 일반주거지역에 있는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의 건물이다. ‘한남더힐’과 ‘리첸시아’ 등 한남동 고급 주거단지에 위치해 있는 해당 물건은 임대료 수준이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한 씨의 매입 당시에도 당장의 임대소득보다 시세차익에 중점을 둔 투자자들이 선호할 만한 빌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배우 손지창·오연수 부부도 올해 연초 100억원이 넘는 큰 시세차익을 보며 빌딩 매각을 단행했다. 이들 부부는 서울 청담동 빌딩을 지난 2월 152억원에 매각했다. 이들 부부가 이 빌딩 부지를 산 건 2006년이다. 토지를 41억원에 매입했고 이듬해인 2007년 현재의 지하 1층~지상 4층 건물을 신축했다. 손지창 씨가 지분 50%, 오연수 씨가 지분 50%를 나눠 가진 채 약 15년 보유했다. 이번에 지분 전량 매각을 통해 보유 약 15년간 111억원(신축 비용 제외)의 차익을 보게 됐다. 매수자는 믹서기와 식기세척기 등을 판매하는 주식회사 에버홈이다.
이 건물은 대지면적 394㎡(119평), 연면적 1058㎡(320평)다. 이번 매각가는 대지 3.3㎡당 약 1억3000만원 수준이다. 이창동 밸류맵 팀장은 “올해 인근에서 대지 3.3㎡당 1억1000만~1억4000만원에 3건의 거래가 이뤄졌고, 매물은 대지 3.3㎡당 1억3000만~1억7000만원대로 나와 있다”면서 “손지창·오연수 부부의 매각가는 시세보다 조금 저렴하거나 시세와 근접한 정도로 평가된다”고 했다. 이어 “세전으로 1년에 7억4000만원씩 벌어들인 셈이라 적절한 수익실현으로 보인다”면서 “본인이 직접 토지를 개발해 장기보유하며 임대료를 충분히 받았고, 높은 매각차익까지 기록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투자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연예인 빌딩 매각 행렬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배우 이정현 씨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빌딩을 지난 5월 70억원에 매각했다. 2018년 매입 당시 거래가격은 43억6000만원이다. 리모델링 비용을 제외하고 약 26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셈이다. 이 씨가 매각한 성수동 빌딩은 갈비골목으로 유명한 서울숲길 끝에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성수동은 한때 서울의 대표적인 공장지대였지만 현재는 신사동 가로수길, 이태원 경리단길과 함께 ‘한국판 브루클린’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 있는 곳”이라며 “성수동 상권 형성 시기를 잘 맞춰 매입했고, 적절한 리모델링을 거쳐 재매각한 성공적인 재테크 사례”라고 평가했다.
▶규제 풍선효과 ‘꼬마빌딩 시장’ LTV 규제 영향은?
빌딩 시장은 아파트 위주 규제로 최근 몇 년간 호황을 누렸던 분야다. 특히 대출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건물 가격의 최대 80%를 대출로 충당할 수 있다 보니 레버리지를 극대화하면서도 임대 수익과 매각 차익까지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주택 시장으로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꼬마빌딩과 상가에 유동자금이 몰렸다.
코로나19도 지난해 빌딩 매매에 기폭제가 됐다. 임차인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권리금 없이 폐업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권리금이나 상가 임대차 보호법으로 임대인과 임차인이 갈등을 겪다가 빌딩을 헐값에 매각하는 사례들이 있었지만 코로나19 이후 폐업이 늘면서 공실은 많아졌다. 그만큼 권리관계가 복잡하지 않아 매매가 수월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분석 결과 지난해 10월 기준 서울지역 꼬마빌딩의 거래금액은 11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꼬마빌딩 거래금액은 2017년 7조~8조원대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강남권 거래금액만도 7조5000억원으로 전체 거래량의 63.7%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유명인들의 부동산 매각 러시에 시장에서는 빌딩 투자가 ‘고점’에 이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 리얼티코리아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 지역의 100억원 이하 빌딩 거래는 222건, 1조1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42건, 7400억원)과 비교할 때 거래 건수와 금액이 각각 56.3%, 36.5% 늘었다.
하지만 전분기인 2020년 4분기와 비교하면 거래 감소세가 뚜렷하다. 50억~100억원 미만 거래는 지난해 4분기 105건에서 올 1분기 82건으로 줄었고, 50억원 미만은 이 기간 동안 168건에서 140건으로 감소했다. 분기별 거래금액도 1조2400억원에서 1조1000으로 18%가량 감소했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3분기 최고점을 기록한 후 계속 감소 추세를 그리고 있다. 정부는 당시 6·17 대책, 7·10 대책 등 주택 관련 규제를 잇달아 발표하면서 상가 거래가 풍선효과를 봤다.
업계에서는 중소형 빌딩 거래가 줄어든 원인을 공급 부족에서 찾고 있다. 자산가격 하락을 우려한 자산가들이 ‘매도 러시’에 나서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이진석 리얼티코리아 부사장은 “지난해 하반기 내내 꼬마빌딩 거래가 많이 이뤄지면서 현재는 매물이 부족하다”며 “반면 대기 수요는 여전히 많아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빌딩에 대해서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정부는 지난 5월 모든 금융권에서 토지·빌딩·상가 등 비주택 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을 70%로 제한했다. 기존에는 농·수·신협 등 상호금융권만 행정지도로 관리해 왔지만 이를 전 금융권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번 규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사태 이후 나온 조치다. LH 직원들이 농지를 매입하며 북시흥농협에서 대규모 대출을 받은 것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토지와 건물에 대한 대출 규제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위는 “느슨한 규제를 악용해 과도한 LTV를 적용하거나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대출을 취급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가 최근 수요가 몰리는 꼬마빌딩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대출 규모가 이전보다 크게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기존 비주택담보대출은 은행에서 매수자 신용도나 물건의 상태에 따라 개별로 대출금액을 적용했다. 통상 60~70%, 은행의 판단에 따라 80%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새 LTV 규제는 70%로 제한되지만, 기존과 최대 10%포인트 정도밖에 차이가 없다. 15억원 이상 거래 시 대출이 전면 막히는 아파트와 비교하면 여전히 꼬마빌딩은 대출이 유리한 부동산 투자처다. 아울러 이번 규제는 개인이 비주택 부동산을 살 때만 적용되기 때문에 법인 명의로 꼬마빌딩을 사는 데는 이전처럼 제한이 없다.
다만 7월부터는 시행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담보대출 규제는 투자자들이 주목해할 부분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비주택에 대한 신규 담보대출의 LTV가 40%로 제한된다. 주택과 같은 수준의 LTV를 적용해 투기를 막겠다는 정부의 의도다. 현재 서울의 경우 강남구 삼성·대치·청담·압구정동, 송파구 잠실동, 용산구 이촌동 등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다. 특히 꼬마빌딩 시장에선 강남 선호 현상이 짙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인투자자들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꼬마빌딩을 사기 위해 올라탈 수 있는 대출 ‘막차’는 이미 떠났다는 평가다. 대출 규제로 ‘돈줄’이 묶이면 매수자의 자금 부담이 늘어 거래가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 인상에다 향후 금리 인상으로 인한 자산가치 조정 등도 시장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자산 거품에 대한 우려가 계속 커지고 있다”며 “전문 자산관리사의 조언을 받아 움직이는 부동산 큰손들은 시장에 앞서 미리 움직인다는 점에서 연예인들의 잇따른 건물 처분은 재테크 전략을 세우려는 투자자들이라면 주의 깊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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