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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신도시⑤] 화려한 예배당 지을 돈으로 환경센터 세운 김포 아름다운교회

  • 상가건물매매

김포 아름다운교회(전규택 목사)는 한강신도시 종교 부지에 들어선 신도시 교회 중 하나다. 전규택 목사가 1998년 김포 걸포동 농촌 지역에 개척한 교회는 입소문을 타면서 부흥했고, 교인 250여 명이 다니는 교회로 성장했다. 아름다운교회는 2012년 9월 지금의 부지를 매입하고 자리잡았다. 여기까지는 여느 신도시 교회 이야기와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지은 건물이 조금 심상찮다. 위용을 자랑하는 신도시 교회 건물과 달리 아름다운교회는 대형 창고처럼 생겼다. 화려하지 않은 겉모습인데도, 예배당 이전 이후 교인이 4배 이상 늘었다. 현재 교인은 1500명에 달한다. 이 정도 모이면 다른 교회처럼 건축 헌금을 걷어 큼지막하게 예배당을 지을 법도 한데, 전규택 목사의 생각은 달랐다. 6월 19일 아름다운교회에서 만난 김 목사는 "교회는 건물이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전규택 목사는 교회를 건축하며 '건축 헌금을 일절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흔히 우리가 신학적으로는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다'라고 이야기하지만, 그걸 목회하면서 실제로 구현해 내지 못해요. 그런데 교회는 '사람'이거든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교회고, 공간은 우리가 모여서 잠깐 예배하고 비를 피할 수 있는 정도면 된다고 생각해요. 여기에 너무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은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교회는 교인들이 교제할 수 있는 공간을 중심으로 수수하게 바뀌어야 해요."

실제로 전규택 목사는 새 예배당을 지을 때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1. 작정·건축 헌금을 하지 않는다.
2. 돈 있는 만큼만 지어 간다.
3.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성전을 건축해 나간다.

300평 규모의 조립식 패널 건물 두 채를 세우는 데는 6억 원가량이 들었다. 한 평에 180만 원 정도가 든 셈이니, 수십 억에서 수백 억에 달하는 대형 교회들 건축비의 ⅓ 수준이다. 지하에도 주차장을 내는 대신, 맞은편에 위치한 교육지원청과 주차 공간을 공유하는 방법을 택했다.

돈이 모일 때마다 교회를 짓는 '간헐적 증축'을 하다 보니 완공까지 2년이 걸렸다. 외관은 '수수하게', 건물 내부는 환경 운동을 하는 전 목사의 비결을 살려 친환경적으로 조성했다. 시멘트 패널 바닥에는 직접 배양한 미생물을 넣어 중금속이 방출되지 않도록 하고, 높은 곳에는 슬라이딩 창을 달아 환기 효율을 높였다. 에어컨·선풍기·TV 등 필요한 집기들은 모두 중고 제품을 가져와 재활용했다. 교인들은 이러한 전 목사의 뚝심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김포 아름다운교회 본당 내부 모습(사진 위). 에어컨·선풍기·TV 등 집기들은 모두 중고 제품을 가져와 재활용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교인들 스스로가 교회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해요. 제자 훈련을 한 것보다 훨씬 더 활발하게 교회를 소개하죠. 우리 교회는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생각 때문이에요."

교회는 건축비를 줄인 돈으로 환경센터를 설립했다. 교회와 30분 거리에 있는 들녘지기환경센터에는 교인들이 직접 가꿀 수 있는 텃밭과 약초를 기르는 비닐하우스, 수경 재배소가 있다. 여기에서 닭 1200여 마리도 기르고 있다. 현재 조성 중인 제2환경센터에서는 유기농업연구소와 하늘물연구소를 세우고 친환경 퇴비, 물 절약 농법, 도시 농업 등을 연구할 예정이다.


들녘지기환경센터(사진 위)와 제2환경센터(사진 아래)의 모습. 사진 제공 김포 아름다운교회
신도시 종교 부지를 매입한 교회들이 화려한 건물을 세우는 것처럼 욕심이 난 적은 없었을까. 전규택 목사는 "건축이 정말 필요한 경우에는 효율적이고 실용적으로 해야지 구조 자체를 화려하게 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때 대출을 받아 교회, 대안 학교, 노인 복지시설을 아우르는 복합 공간을 건축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기도 했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며 생각을 접었다. 보수 개신교회들이 코로나 방역에 비협조적으로 대응하면서 한국교회가 조금이나마 갖고 있던 신뢰마저 다 잃어버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 목사는 그럴수록 환경 사역에 더 집중하게 됐다.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환경과 건강이에요. 그런 부분에 힘쓰는 교회가 앞으로 지역사회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교회에 거부감을 많이 느끼지만, 환경이나 건강 문제를 교회에서 다루고 신경 쓰면 칭찬해요. 저는 이것이 좋은 선교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봐요."


전규택 목사는 새벽 예배를 마치면 환경센터로 달려가 농사일을 한다. 그는 심방도 거의 하지 않는다. 대신 환경센터와 교회 카페에서 교인들과 자연스럽게 만난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전 목사는 향후 교회를 분립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는 "은퇴할 때까지 교회 10개를 개척하고,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20여 개 교회 연합체를 만들어 지역사회 중심으로 사역하고 싶다"고 밝혔다.

"저는 교회의 가치를 성장 그 자체에 두고 있지 않아요. 세상을 아름답고 조화롭게 만들어 가고, 가진 것을 나누는 데 우리 교회의 가치가 있죠. 모두가 흩어져 있는 가운데 함께 어떤 일들을 공유할 수 있도록 '빅 텐트(big tent)' 역할을 하는 교회가 되고 싶어요. 크든 작든 다양한 교회와 사람이 모여서 가치를 녹여 낼 수 있는 그런 연합체를 만드는 게 저의 궁극적인 꿈입니다."

[교회와 신도시⑤] 화려한 예배당 지을 돈으로 환경센터 세운 김포 아름다운교회 < 데이터로 보는 한국교회 < 연재 < 기사본문 - 뉴스앤조이 (newsnjo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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