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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신도시④] '머니게임' 된 종교 용지…쫓겨나는 '원주민 교회', 들어서는 대형 프랜차이즈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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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호 목사(사랑샘교회)는 파주 운정신도시 한 상가의 공간을 임대해 목회하고 있다. 2003년 전원 교회를 꿈꾸며 일산에서 파주로 교회를 옮겼는데, 이전 3년 만에 교회 부지가 운정신도시 부지로 수용된다는 사실을 접했다. LH가 내민 보상금은 평당 200만 원 수준. 200여 평 부지를 넘기고 4억 원 남짓 받았다. 대신 LH는 운정신도시 종교 용지를 우선 공급하겠다고 했다. 분양가는 평당 500만 원 수준으로, 보상가의 2.5배를 넘었다. 보상 용지도 300여 평이어서 18억 원을 주고 사야 했다.

"욕심이었는지, 세상 돌아가는 걸 몰랐는지 잘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아무것도 분간을 못하는 상태였다. '하나님께서 어떻게든 해 주시겠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단 18억 원에 분양을 받고 계약금을 냈다. 임시 예배 처소인 컨테이너에 집기를 갖다 놨다. 처음에는 당연히 부흥할 줄 알았다. 마음도 뜨거웠다. 그런데 돈이라는 게 현실이더라. 시간이 좀 지나니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 목사는 막상 종교 용지를 분양받기는 했는데, 잔금을 치를 여력이 없었다고 했다. 토지 대금 18억 원에, 건축비까지 더하면 50억 원이 드는 공사가 될 판이었다. 교인 100여 명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잔금을 내지 못하고, 계약금 1억 8000만 원을 허무하게 날려 버렸다. 뿐만 아니라 LH가 명도 소송을 걸어 컨테이너에서 강제로 쫓겨났다. 사랑샘교회는 이후 창고와 상가를 전전하다가 6년 전 한 상가에 정착할 수 있었다.

박창호 목사뿐 아니라 운정신도시 내 교회들 대다수가 이런 일을 겪었다. "어떤 목사도 50억 드는 건축한다더니, 결국 다 날렸다고 들었다. 지금은 해외 선교 나갔다고 한다. 운정에 있는 교회들 중 남은 곳은 거의 없다"고 했다. 그는 2008년부터 종교 용지 수용 방식의 불합리함을 바꿔 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긴 투쟁을 벌여 왔지만, 지금까지 달라진 건 별로 없다고 했다. "우리 교회야 이렇게 끝났지만, 이대로 두면 앞으로 진행될 3~4기 신도시 지역 교회도 똑같은 일을 겪을 것 아닌가. 이런 일이 없도록 정치인들에게 계속 질문하고 답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김영재 목사가 시무하는 예우림교회는 평택 고덕신도시 개발 지역에 포함됐다. 평당 100만 원에 보상받았는데 종교 용지 분양가는 4.8배가 비쌌다. 8억 원을 보상받고 13억 5000만 원에 용지를 샀으니 빚이 생겼다. 김 목사는 건축하기가 도저히 힘들 것 같다며 교단 홈페이지에 이 부지를 사용할 교단 목회자를 찾기도 했다. 기장 홈페이지 갈무리
평택 고덕신도시에서 목회하고 있는 김영재 목사(예우림교회)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 신도시 개발 전, 고덕신도시는 논밭밖에 없는 시골 마을이었다. 예우림교회는 리里 단위 시골 교회였지만 성인 교인 110명, 교회학교 40명 정도가 모이는 작지 않은 교회였다. 그러나 교회 부지가 신도시 택지 안에 포함됐고, 지금은 임시로 평택 서정동 한 상가에 세 들어 지내고 있다.

LH는 2018년 예우림교회 땅 800평을 평당 100만 원, 총 8억 원에 수용했다. 그리고 신도시 내에 공급될 종교 용지를 우선 분양하기로 했다. LH가 책정한 고덕신도시 조성 원가는 1㎡당 145만 원(평당 480만 원) 수준이었다. 예우림교회는 비교적 작은 277평 부지를 13억 5000만 원을 주고 분양받았다. 모자란 돈은 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김영재 목사는 재정 여건상 종교 용지에 예배당을 신축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부지를 대신 가져갈 교회를 찾기도 했지만, 나서는 데가 없었다. 종교 부지를 사고 나서도 일정 기간 이내에 개발 행위(착공)를 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올해 안에는 건축을 하든지 팔고 나가든지 선택해야 하는데, 건축할 여력이 없어 고민만 깊어지고 있다.

그나마 김 목사 교회는 교인들이 좀 남아 있어 버티는 케이스다. 인근 다른 교회들은 아예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가야 했다. 김 목사는 "다들 오산·안성 등으로 이사했다. 원주민 교회가 남아 있는 곳은 우리 포함 2곳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포 한강신도시 옆 양곡지구에서 목회하고 있는 임재호 목사(양곡제일교회)도 신도시 개발 정책으로 피해를 봤다고 했다. 임 목사는 6월 16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현재 보상법은 악법이다. 우리는 원주민 교회라서 협의 양도로 우선권이 있었는데, 수용되는 땅에 대한 보상은 턱없이 부족하고 분양가는 세 배나 비쌌다. 여기에 건축까지 하려니 빚을 낼 수밖에 없었다. 우리 교회는 그나마 규모가 좀 있었기 때문에 남았지, 나머지는 다 떠났다"고 말했다.

세 목사 외에도 <뉴스앤조이>가 취재한 김포·운정·별내·미사·판교·위례 등 주요 신도시에서 목회하는 이들은 "원주민 교회 중 신도시 개발 이후 종교 용지를 분양받아 예배당을 건축한 곳은 신도시당 1~2곳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 상가로 들어가거나 타 지역으로 이사했다고 했다.

운정신도시에 들어선 벧엘교회 예배당. 일산 번화가에 대형 예배당을 갖고 있는 벧엘교회는 2010년 58억 원을 들여 이 지역 종교 용지를 사고 거대한 예배당을 지었다. 벧엘교회 등기부에는 빚이 없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분양받아도 건축 능력 없는 원주민 교회들
대형 교회들, 신도시에
본당 이주하거나 지교회 설립
종교 용지를 분양받았어도 건축할 의사나 여유가 없는 교회들은, 소위 프리미엄(P, 웃돈)을 붙여 되팔기도 한다. 김영재 목사는 "고덕신도시에서 초창기 분양받은 교회들은 1억 P를 받고 다 다른 곳에 넘겼다"고 말했다. 고덕신도시 한 공인중개사도 6월 10일 <뉴스앤조이>와의 대화에서 "지금 남아 있는 종교 용지는 5개 정도고, P는 2억 정도 붙는다"고 말했다. 세종의 한 공인중개사도 "종교 용지에 P가 붙는데 액수는 말하기 조심스럽다. 좀 비싸게 팔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매물로 나온 종교 용지는 대부분 외지에 있는 대형 교회들이 차지했다. 원주민 교회들이 보상을 받더라도 신도시에 들어갈 자금력이 없다 보니, 결국 신도시 종교 용지는 '머니 파워'가 있는 교회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있다가 판교신도시로 이전해 대형 예배당을 지은 충성교회(윤여풍 목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서 하남 미사로 이전한 혜림교회(김영우 목사), 일산에서 파주 운정신도시로 이전한 세계로금란교회(주성민 목사), 잠실에서 위례신도시로 이전한 동현교회(예성철 목사), 상계동에서 별내신도시로 이전한 감사가넘치는교회(전권희 목사) 등도 마찬가지다.

신도시에 지교회 또는 멀티 캠퍼스라는 이름으로 교회를 내는 경우도 흔하다. 대전 중문침례교회(장경동 목사)가 세종중문교회를 세우고 아들 장충만 목사를 담임으로 앉혀 놓았고, 일산 벧엘교회(박광석 목사)가 운정신도시에, 꿈의교회(김학중 목사)가 광교신도시에, 서울 성수동 빛의자녀교회(김형민 목사)가 위례신도시에, 서울 상봉동 예정교회(설동욱 목사)가 다산신도시에 교회를 세웠다. 지교회를 많이 내기로 유명한 은혜와진리교회(조용목 목사)도 김포·동탄·세종·영종 등 주요 신도시에 입주하거나, 입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앞 기사에서 살펴봤듯이, 이런 대형 교회 지교회의 상당수는 빚 없이 예배당을 세워 오고 있다.(계속)

[교회와 신도시④] '머니게임' 된 종교 용지…쫓겨나는 '원주민 교회', 들어서는 대형 프랜차이즈 교회 < 데이터로 보는 한국교회 < 연재 < 기사본문 - 뉴스앤조이 (newsnjo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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