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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놔두고 뭐하러 정부와 하나요”… 번번이 외면받는 준공업지 주택공급대책

  • 상가건물매매

정부가 준공업지역을 개발해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계속 내놓고 있지만, 참여율 저조로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5·6대책에 포함됐던 준공업지역 순환정비사업은 신청자가 없어 시범사업 후보지도 선정하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올해 2·4대책에서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사업·소규모 재개발을 통해 준공업지역을 개발하겠다고 했던 것도 후보지로 선정된 곳이 2곳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인센티브가 부족해 소유주의 외면을 받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22일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월 7일부터 준공업지역 순환정비사업 신청서를 받았으나, 접수 종료일인 2월 25일까지 신청자가 아무도 없었다. 정부는 3000㎡이상 공장용지를 가진 토지주를 대상으로 공모를 받아 3월 중 시범사업지 3~4곳을 선정할 계획이었다. 결국 후보지를 선정하지 못하고 사업은 종료됐다.

준공업지역인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소 거리. /이선목 인턴기자
 
준공업지역인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소 거리. /이선목 인턴기자

이 사업은 서울시 전체면적의 3.3%인 준공업지역의 유휴부지를 산업과 주거환경이 결합된 거점산업시설로 재정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사업방식은 ▲공공이 토지를 매입한 후 사업을 시행하는 공공단독시행 ▲토지소유자와 공공기관이 공동으로 사업을 시행하는 공동사업 ▲토지소유자·공공기관·기금이 공동출자해 리츠를 설립하는 리츠방식 등 3가지로 제시됐다.

최종 사업지로 선정되면 주택부지의 용적률 상한이 기존 210%에서 최대 300%까지 높아진다. 산업부지 기숙사를 오피스텔로 짓는 것도 허용한다. 주택도시기금에서 총 사업비의 50%까지 연 1.8% 금리로 지원하는 등 금융지원도 해준다.

대책 발표 이후 두고 부동산 시장 일각에선 준공업지역이 제대로 개발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기도 했다. 준공업지역이 몰려있는 영등포구(502만㎡)와 금천구(412만㎡), 강서구(292만㎡) 등 서울 서남권이나 성동구 성수동(205만㎡) 등이 최대 수혜지구로 꼽혔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는데다 재건축·재개발이 활성화되면서 이런 기대는 물거품이 되는 모양새다. 과거 준공업지역은 공장과 물류시설이 많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토지가 거래되는 곳이었다. 그런데 집값이 계속 오르다 보니 민간에서 사업을 하자 제안이 많아졌고, 토지 소유주 입장에서도 정부에게 파는 것보다는 더 높은 가격으로 땅을 팔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강서구 등촌동 더스카이밸리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요즘은 과거와 달리 준공업지역을 개발하려는 민간 시행사들이 많아서 굳이 공공기관에서 추진하는 사업에 뛰어들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최근에 땅값도 많이 올랐는데 정부에 수용당하면서까지 정비사업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 그냥 팔면 된다”고 했다.

준공업지역이 몰려있는 영등포구와 성동구도 비슷한 상황이다. 영등포구 문래동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소유주들은 땅을 팔지 않더라도 공장을 운영해서 얻는 이익이 있다”며 “정부의 매입가가 그런 이점을 상쇄할 만큼 높지 않다”고 말했다. 성동구 성수동의 김희철 성수한강숲부동산 대표도 “이 일대는 공장지대이다 보니까 사옥이나 주거용·업무용 사무실, 상가 목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굳이 개발 안해도 수익이 나와서 재개발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LH혁신방안 대국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1.6.7/연합뉴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LH혁신방안 대국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1.6.7/연합뉴스

순환정비사업에 대한 참여율이 저조하자 정부는 2·4대책에 포함된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사업에도 준공업지역을 포함시켰다. 순환정비사업과 달리 용적률을 400%까지 높이고 미분양에 대한 위험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부 책임지게 하는 등 인센티브를 높였다.

그러나 3월 31일부터 발굴된 1~4차 후보지 총 48곳 중 준공업지역은 창동 674 지구 창동2주민센터 인근 등 2곳에 불과하다. 정작 준공업지역이 몰려있는 영등포구와 성동구, 구로구 등에서는 후보지가 나오지 않았다. 2·4대책에 포함된 또 다른 사업인 소규모 재개발 사업 대상지에는 준공업지역이 포함되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준공업지역에서 재개발 사업을 하려면 공장을 이전할 수 있는 대체지도 마련해야 하는데 단기간에 후보지를 찾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며 “공장주들의 이해관계도 다 달라서 사업추진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지자체에서 재개발 제안은 계속 들어오고 있어 괜찮은 후보지가 논의되면 사업은 계속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 상승국면인 만큼 눈에 띌만한 인센티브가 없다면 사업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준공업지역의 대규모 부지는 대체로 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는데, 상승국면에서는 누구도 팔고싶어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나 지자체 입장에서 마냥 높은 가격으로 땅값을 보상해줄 수는 없어서 소유주 입장에서는 항상 불만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미 돈이 되는 지역은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나머지 지역에서는 사업성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지금 상황에서 민간이 정부 사업에 관심을 갖기는 어렵기 때문에 참여율을 높이려면 인센티브를 더 주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했다.

“민간 놔두고 뭐하러 정부와 하나요”… 번번이 외면받는 준공업지 주택공급대책 - 조선비즈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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