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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빠진 부지에서 무슨 일이

  • 신축부지매매

올 1분기 서울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상업용 건물은 ‘대형마트’였다. 서울 내 땅이 부족하다보니 ‘대형마트’ 부지가 시장에 나올 때마다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이렇게 팔린 대형마트 부지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다음과 같은 그림이 그려질 듯하다. 대형마트가 사라지나, 그곳에 새로 만들어지는 건물에 입점하거나, 아님 때를 기다리거나…. 

2021년 1분기 서울에서 가장 비싼 값에 거래된 상업용 부동산은 ‘빅마켓 도봉점’이었다.[사진=롯데 제공]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상업용 건물은 어디에 있었을까.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삼으면 후보지는 서울 중구 명동, 강남 3구 등 크게 2곳으로 좁혀진다. 그럼 이곳에 있는 호텔이나 오피스텔이 가장 비싸게 팔렸을 가능성이 높다. 정답일까. 아니다.

2021년 1분기 서울에서 가장 최고가로 거래된 상업용 부동산은 도봉구에 있는 ‘빅마켓 도봉점’으로 올 1월 1750억원에 거래됐다. 대지 면적은 2397㎡(약 725평), 건물을 포함한 전체 면적(연면적)은 1만1652㎡(약 3524평)였다.

빅마켓은 2012년부터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회원제 창고형 대형마트다. 롯데쇼핑은 2020년 2월 ‘전국 오프라인 매장의 30% 구조조정’ 목표를 발표했고 전체 700여개 오프라인 매장 중 200여개를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빅마켓 도봉점’ 매각 역시 롯데쇼핑의 ‘오프라인 매장 정리’를 위한 결정이었다.

실제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1년새 대형마트는 숱하게 팔렸다. 상업용 부동산 마케팅 전문기업 ‘부동산도서관’에 따르면 대기업의 자산 유동화 전략이 본격화한 2020~2021년 대형마트는 서울ㆍ수도권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매각됐다. 

매각 시점 순서대로 정리하면 롯데마트 구로점(2020년 11월ㆍ1998억원), 홈플러스 가양점(2020년 12월ㆍ1541억원), 홈플러스 시흥점(2020년 12월ㆍ1188억원), 빅마켓 도봉점(2021년 1월ㆍ1750억원)과 2021년 2분기에 거래된 이마트 가양점(2021년 6월ㆍ6820억원) 등이다. 


■마트 밀고 새 건물 올리고 = 가장 큰 변화를 보여주는 건 롯데마트 부지다. 2020년 2월 오프라인 매장을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롯데쇼핑은 그해 10월 롯데마트 구로점을 매각한 데 이어 이듬해인 올해 1월 빅마켓 도봉점을 정리했다.

롯데마트 구로점은 애초 2000억원대에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대지 면적만 1만6027㎡(약 4856평)로 당시 대림코퍼레이션(현 주식회사 대림) 등이 관심을 보였다.

매입 후 상업용 빌딩으로 재개발하겠다는 계획이 있었지만 롯데쇼핑은 매각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바꿔 직접 개발하기로 했다. 상업용 부동산 개발을 주로 해온 SK디앤디와 손잡고 롯데마트 구로점 부지를 지식산업센터인 ‘생각공장’으로 새롭게 만들 계획이다.

빅마켓 도봉점은 부동산 시행업체 ‘더시너지2’가 사들였다. 2019년 롯데마트 수지점 매각 당시 이를 사들였던 ‘더시너지1’과 관련 있는 회사다. 롯데마트 수지점은 매각된 지 2년 만인 2021년 2월 용인시 기흥구청으로부터 주택 건축 허가를 받았다. 1만8000여㎡(약 5454평)의 부지에는 715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빅마켓 도봉점 역시 비슷한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빅마켓 도봉점이 팔리기 전에 발표된 2020년 11월 도봉구청 고시를 보면 해당 부지는 공동주택으로 신축 허가를 받았다. 건폐율 59.4%에 용적률은 800% 이상이다.

대형마트를 매각한 기업들은 제각기 다른 계획을 세웠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이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전략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 판매시설은 폐점시키고 다른 용도로 바꿔 부동산 가치를 극대화하겠다.”

■매각 후 ‘재입점’ = 롯데마트는 부동산 개발과 함께 폐점 길을 걸었지만 다른 청사진을 마련한 곳도 있다. 이마트다. 올 6월 1일 이마트 가양점 부지는 6820억원에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손으로 넘어갔다.

준공업지역에 있는 이마트 가양점 부지는 현재 지하 1층~지상 6층 규모의 판매시설이 들어서 있다. 현재 용적률은 114.5%에 불과하지만 준공업지역의 기준 용적률을 적용하면 250%(공동주택 등)~400%(기숙사 포함 건축 시)까지 건물을 만들 수 있다.

이마트가 이 자리에서 완전히 빠지는 건 아니다. 이마트는 ‘재입점’ 조건을 걸고 부동산을 매각했다. 이마트 가양점을 매각한 뒤 1년간 임차 운영을 하고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새롭게 만드는 건물로 들어가겠다는 거다. 지하철 9호선 증미역 바로 앞에 위치한 장점을 굳이 놓칠 필요가 없어서다.

이마트는 ‘매장’을 만들고자 했던 용지도 팔기도 했다. 대표적인 곳이 2020년 3월 8158억원에 매각한 ‘마곡도시개발사업 업무용지 CP4구역(강서구 마곡)’이다. 애초 ‘스타필드’를 만들기 위해 매입했던 땅이지만 이마트는 태영건설-메리츠종금증권 컨소시엄에 마곡 부지를 넘기면서 ‘이마트 트레이더스’로 전략을 수정했다. 직접 건물을 만들고 소유할 필요 없이 임차 계약을 맺고 들어가도 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린 거다.

■매각 후 임대 수익 = 국민연금은 2020년 12월 코람코자산신탁 리츠로 보유하고 있던 홈플러스 10개 지점을 모두 매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10개 지점에서 나오고 있는 임대료만 2020년 4분기 기준으로 104억5000만원에 달한다. 서울에 있는 지점인 홈플러스 가양점, 홈플러스 시흥점은 각각 월 임대료만 약 13억원, 16억원이다. 10개 지점의 전체 임대료 수익 중 29.1%가 이곳에서 나왔던 거다.

이 10개 지점은 모두 국내 최대 부동산 개발회사인 MDM플러스의 품으로 들어갔다. 그렇다고 MDM플러스가 홈플러스 10개 지점을 당장 개발하는 건 아니다. 2020년 체결된 임대차 계약 기간은 10년으로 2030년까지 9년간 홈플러스 운영이 더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MDM플러스 측은 “일단 임대차 계약이 유효하기 때문에 뚜렷한 개발 계획이 있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 더스쿠프 (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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