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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물류센터… 화재 잦고 큰 불로 번지는 이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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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이천시 쿠팡 덕평 물류센터에서 화재 발생 나흘째인 20일 진화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뉴스1

경기 이천시 쿠팡 물류센터 화재가 결국 건물 전체를 태우고 소중한 소방관의 목숨까지 앗아가면서, 대형 화재 단골 장소인 물류센터에 대한 종합적인 예방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0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7일 지하 2층에서 시작된 쿠팡 물류센터 화재는 초기에 불길이 잡히는 듯했지만, 선반에 쌓인 가연성 물질로 불길이 옮겨 붙으면서 대형 화재로 번졌다.

이번에 불이 난 창고형 물류센터는 한번 화재가 발생하면 확산되기 쉬운 탁 트인 구조인데다 불에 취약한 소재가 내부에 가득 쌓여 있어 화재에 매우 취약한 곳으로 꼽힌다. 지난해 4월 이천에서 발생한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 화재로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도 이 같은 지적이 잇따랐지만 결국 비슷한 사고가 재차 터진 셈이다. 당시에도 물류창고 지하 2층에서 우레탄 작업을 하던 중 불길이 치솟아 지상 4층 건물 전체로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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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29일 48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이천시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경기소방재난본부 제공

소방당국은 물류창고 대부분이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만들어져 불이 빠르게 번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샌드위치 패널은 기둥과 벽을 현장에서 조립하기 때문에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 문제는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면서 물류창고가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물류센터는 전국적으로 4,600여곳에 달하며, 지난해 700여곳에 이어 올해도 벌써 100곳 이상 새로 생겼다. 특히 인구가 많은 경기도에 1,500곳이나 몰려 있다 보니 화재도 덩달아 발생하고 있다. 최근 2년 사이에만 안성 물류창고, 군포 복합물류터미널, 용인 물류창고 등 경기도 곳곳에서 큰 불이 났다.

전문가들은 물류센터 자체가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도 지적한다. 벽체가 없이 개방된 구조라 불이 번지기 쉽고, 종이상자 등 가연성 물질이 많아 진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가연성 물품을 높이 쌓아두기 때문에 스프링클러가 작동해도 물이 물건 윗부분을 적시는 정도에 불과해 초기 화재 진압도 용이하지 않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더라도, 물류센터는 너무 넓어서 일부 공간에선 화재에 대한 반응 속도가 느릴 수 있다"며 "스프링클러 반응 속도를 좀더 빠르게 하고, 물이 화점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기술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방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지만, 법 조문을 통해 세부 사항을 일일이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 물류창고마다 공간적 특징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법 개정을 통해 일률적으로 통일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실효성 있는 대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실적 대안으로 '성능위주 설계'를 거론한다. 현행 소방시설법에선 물류창고처럼 일정 규모 이상 특정 시설물에 대해선 위치, 구조, 수용 인원, 가연물 현황 등을 고려해 강화된 화재안전 성능을 확보토록 하고, 소방당국 심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물류센터에 쌓여 있는 종이상자와 비닐은 특수 가연물로 분류되지 않고 있지만 불길 확산의 주요 원인"이라며 "성능위주 설계의 심의기준을 강화해 이 같은 위험요소를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가연성 소재 사용제한 등 관련법이나 기준이 개선되더라도 소급적용이 안 되기 때문에, 기존 시설물은 화재 위험에 계속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 소방관 출신인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설물 내부의 구조 변화 등 실현 가능한 보완책을 신속히 파악해 국회 차원에서 예방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후죽순 물류센터… 화재 잦고 큰 불로 번지는 이유 있었다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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