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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조 투입 공공임대, 주거사다리 회복했나

 
주거사다리 상향은 가능할까. 용산구 동자동 9-2X 쪽방촌의 모습.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주거사다리 상향은 가능할까. 용산구 동자동 9-2X 쪽방촌의 모습.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대구쪽방상담소는 지난해 쪽방·여관·여인숙 등 비주택 거주자 460여명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공공임대 이주 희망’을 조사했다. 처음으로 실시된 국토교통부의 비주택 거주자 실태조사 차원이었다. 입주 의사가 있는 주민들은 정부가 보증금 전액, 이사 비용, 가전제품 등을 지원하는 ‘주거사다리지원사업’ 신청 공문을 받았다. 쪽방 철거로 노숙자가 될 뻔한 주민 등 5명이 신청을 했다. 월세→여인숙→쪽방→노숙으로 ‘주거사다리’에서 하향만 했던 이들에게 공공임대는 첫번째 상향 이동이다. 전인규 대구쪽방상담소 팀장은 “쪽방상담소 등 민간에서 줄기차게 공공임대 보증금 지원 등을 요구해왔으나 국가가 나서서 주거 상향을 지원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현장에서는 획기적이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주거사다리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지난 1일 발표된 국토부의 ‘2019년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가 2018년 5.7%에서 2019년 5.3%로 줄었다. 대구쪽방상담소는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0.4%p의 진짜 의미를 보여준다. 2010년과 2018년 주거실태조사 마이크로데이터(통계 원자료의 개별 데이터로 심층분석에 활용)를 분석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산하 토지주택연구원 보고서(‘공공임대주택의 주거빈곤 완화 및 소득 재분배 효과’) 등을 토대로 일반에 공개되는 주거실태조사로는 파악할 수 없는 주거사다리 관련 지표를 살펴본다.

 

① 주거사다리 최하층에 공공임대 공급했더니 소득불평등 개선 76배

 

토지주택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공공임대주택은 계층 간 소득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를 2010년 0.05% 감소시켰고 2018년에는 3.8%로 감소폭이 늘었다. 거의 미미했던 영향이 8년 사이 76배나 증가한 것이다. 국토부의 공공임대 지원 정책 대상 인원은 2016년 1070명에서 2019년 3900명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쪽방(279명→458명), 고시원·여인숙(533명→3031명)에 살던 비주택 거주자들이 주거사다리에서 상향 이동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2018년과 2019년 두 해 동안 공급된 공공임대는 37만9천호에 달해 2013년~2017년 5년 동안 공급된 공공임대 물량(34만9천호)보다 많다. 이 시기 29조8천억원이 공공임대 건설에 투입됐다.

 

세계적으로 공공임대는 주거사다리 뿐만 아니라 계층 이동 사다리를 구축하는 중요 정책으로 간주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8년 보고서(‘사회적 이동성 촉진 방안’)에서 공공임대 공급 확대를 사회적 이동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제시했다. 유럽개발은행위원회가 1994년~2011년 유럽 주요국을 상대로 공공임대 지원 이후 지니계수 감소율을 조사한 결과, 프랑스의 감소율이 6.4%로 가장 높았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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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수도권 월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 증가는 주거사다리 올라간 결과?

 

일반에 공개되는 주거실태조사 결과는 주거비 부담과 관련된 두 가지 지표를 제시한다.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피아이아르)과 월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아르아이아르)이다. 문제는 면적별 자료를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이 지수의 변동만으로 주거 여건의 악화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2019년 조사 결과에서 수도권 세입자의 아르아이아르가 2018년 18.6%에서 20.0%로 상승한 것만으로는 주거사다리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진미윤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이 <한겨레>에 제공한 전용면적별 아르아이아르 지수의 2010년과 2018년 비교 결과를 보면, 수도권의 경우 60㎡ 이하 주택(25.6%→25.8%)은 거의 변동이 없었고 85㎡ 초과주택(34.2%→40.8%)의 변동이 컸다. 주거 상향에 따른 주거비 부담 증가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 평균 월세(51.8만원→56.3만원)는 늘고, 월세 50만원 이하 가구 비중(68.4%→62.9%)은 줄었다.

 

주택 구매 부담은 소형주택(60㎡이하)이 중대형 평수보다 작지 않았다. 전국 60㎡이하(5.8배→7.8배)는 60㎡~85㎡이하(6.7배→8.5배)보다 피아이아르 증가폭이 컸다. 8년 사이 평균 주택 가격(2억1016만원→2억8079만원)이 33.6% 오른 결과로 보인다. 주택 가격 2억 이하 거주 가구 비중(66.4%→48.8%)은 크게 줄었다.

 

③ 월세 가구는 주거사다리 제자리…주거 상향 비율은 8년 새 반토막

 

신혼부부들은 주거사다리의 상부에서 시작하는 비율이 느는 추세다. 토지주택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결혼 5년 이내 신혼부부 자가 비율(29.9%→47.9%)은 크게 늘었다. 자가 가구는 전세나 월세 등 주거사다리 아래쪽으로 하향 이동하는 경우가 드물다. 주거 이동 경험이 있는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주거이동성’ 지표를 보면, 자가에서 주거 하향을 겪은 가구 비중(22.7%→15.8%)은 줄었다. 전세 가구만 해도 자가로 주거 상향(55.0%→59.1%)을 하기 쉽다.

 

문제는 월세 가구다. 월세 가구는 지난 8년 사이 주거 상향 비율이 떨어지고 주거사다리의 같은 자리에서 맴돌았다. 보증금 없는 월세 가구(27.4%→13.4%)가 자가 가구로 상향되는 비율은 반토막이 났고 보증금 있는 월세로 상향하는 비율(24.5%→19.1%)도 줄었다. 진 연구위원은 “주거실태조사를 하는 목적은 국민들이 주거사다리에서 어떻게 이동했는가를 파악해 그에 맞는 주거정책을 도출하는 것”이라며 “특히 월세 가구 등 주거취약계층이 주거사다리를 제대로 타지 못하는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주거실태조사 결과 발표 이틀 뒤인 6월3일은 무주택자의 날이었다. 전국세입자협회와 서울세입자협회는 이날 낸 성명에서 “주택·주거정책이 주택구매력이 있는 자가보유 우대에서 주택 구매력이 없는 서민·세입자를 중심에 두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주거불평등도 완화시키고 주거안정도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property/94780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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