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부동산뉴스

폐쇄위기" 셰어하우스의 눈물…종부세 250배 뛴 사연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K씨는 5년 전 서울의 한 공동체 주택에 둥지를 틀었다. 8가구의 이웃들이 건물 안 공용공간에서 복닥거리며 밥을 지어 먹고, 여가시간엔 탁구를 치며 함께 사는 삶의 재미를 느꼈다.

그런데 이런 행복한 일상이 깨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보다 250배 넘게 오를 것으로 계산되는 종부세 때문이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 투기 행위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까지 옭아맨 것이다. 사연은 이렇다.

20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이런 황당한 일은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공동주택 '하의재'에서 벌어지고 있다. 하의재는 공동체적인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모여 출자금을 내고 지어 올린 협동조합주택이다. 공동생활을 강조하는 만큼 건물 안엔 육아시설, 마을극장, 마을사랑방 등 공용공간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

이곳의 조합원들은 이웃과의 교류가 단절되다시피 한 도시적 주거 문화에서 벗어나, 서로 일상생활을 공유하며 그 안에서 재미와 의미를 찾겠다는 목적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K씨는 "이곳에선 집 현관문이 열려 있으면 들어와도 된다는 뜻이다. 아이들이 이웃집을 드나들며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 나오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전했다.

공동체적 가치에 초점을 맞춰 집을 인식하기 때문에 조합원들은 집값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한다. 주택의 세입자이자 주인이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하의재에서 거주할 수 있다는 점도 이들이 집값에 매몰되지 않게 하는 요소다. K씨는 "주변 아파트가 5억 오를 때 여기는 1000만원 정도 올랐나 싶다"며 "그런 걸 신경쓰다보면 박탈감 때문에 공동체주택에 못산다"고 말했다. 

하의재는 '부동산'으로 전락한 집의 본래적 가치를 되살리고 그 의미를 확장시킬 뿐 아니라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돕는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자력으로 자신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한국사회투자에서 가구당 1억5000만원씩의 기금을 낮은 금리로 융자 받아 거처를 마련했다.
그런데 K씨를 비롯한 하의재 입주자들은 지난해 7·10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정부 정책에 따르면 앞으로 내야 할 종부세가 4300만~4600만원 정도로 대폭 오를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모든 가구가 18평 이내 국민주택 규모인 하의재가 지난해 낸 종부세는 약 17만원이었다.

이전까지 하의재는 정부의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에 따라 단기민간임대주택으로 등록해 종부세 배제 등 세제 혜택을 받고 있었다. 임대료 인상율을 5% 이내로 제한하는 등 소규모 다세대주택으로 공적 기여를 하며 받는 감면 혜택 대상이 됐던 것이다.

그런데 7·10 대책의 후속조치로 단기민간임대주택 제도가 폐지되며 등록이 자동 말소됐다. 이에 입주자들은 하의재를 장기민간임대주택으로 다시 등록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가 않았다. 신규 등록을 위해선 임대료보증보험 가입이 우선인데, 하의재의 경우 부채비율이 높아 보험가입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강선규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장은 "세입자 보증금 보호를 명목으로 보험을 가입하라는 것인데 협동조합형 공동체주택의 경우 임대인이 곧 임차인"이라며 "내 돈을 내가 받기 위해서 보증료를 보증기관에 줘야 하는 황당한 상황인데 그마저도 가입이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4000만원대의 종부세 추정치가 현실화된다면 하의재는 협동조합 해산이라는 극단적 조치를 취해야 할 수도 있다. K씨는 "1년 동안 4300만원 모을 수도 없는 사람들한테 그만큼의 세금을 내라고 한다면 협동조합 지속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조합이 해산할 경우 기존 입주자들은 개별 분양을 받아 주택에 남을 수 있지만, 가구당 양도세와 취득세 등 2000만원 가량의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금전적 출혈을 감내하면서 주택에 잔류한다해도 구성원들이 바뀌면 결속력이 약해지는 건 시간문제다.

K씨는 "실제로 법인을 만들어서 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식주를 자산가치로 보는 건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투기를 규제하는 것 자체는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정작 그런 식으로 돈을 번 사람들은 집값이 세금보다 더 많이 올라 규제가 상관없다고 말한다"며 "정책에 디테일이 부족해 공동체 주택만 정부와 투기꾼들 사이에서 껴 새우등 터지는 꼴이 됐다"고 토로했다.
associate_pic
이에 부동산 규제를 실행할 때 임대사업법인들을 성격에 따라 기준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강 센터장은 "현재 공동체주택이 직면한 종부세 문제는 서로 다른 영역의 법인과 다양한 성격의 주택 사업들을 임대사업법인으로 동일하게 묶어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다보니 발생하는 것"이라며 "협동조합형 공동소유, 장기임대방식의 대안적 주거사업을 운영하는 일부 법인들에 대해 사안별 핀셋구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안적 주거사업 법인이나 풀뿌리 협동조합 등이 기존 리모델링, 매입 임대 사업을 계속하려는 의지가 있을 경우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으로 변경할 수 있는 경로를 열어주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선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공동체주택에 부동산 규제 예외조항을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강 센터장은 추후에도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이 대안 주택 사업자와 주택 공급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어 궁극적으로는 임대형 공동체주택의 법적 지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임대형 공동체주택의 법적 정의가 수립되면 기존 임대주택과 명확한 차별화가 가능해 질 것"이라며 "민특법(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임대형 공동체주택에 관한 별도의 항을 추가하는 방법, 보다 근본적으로는 대안적 주거문화를 만들어가는 공동체주택 활성화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법 등을 논의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댓글

댓글 남기기